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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미안해

하윤은 이제야 제 옆에 누군가 있는 걸 발견하기라도 한 듯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 그 순간, 발그스름하게 익은 탐스러운 얼굴이 달빛 아래에 훤히 드러났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도준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하윤은 잘 보이지 않는 듯 손을 들어 만지기 시작했다.

도준은 그 자리에 서서 제 얼굴을 만져대는 하윤을 가만히 놔뒀다.

그때 하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준 씨?”

“응.”

남자의 목소리는 좁은 골목에서 유난히 낮게 들렸고 속에 깃든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품에 안겨 있던 하윤은 도준의 이름을 부르고는 질문을 잊어버리기라도 한 예쁜 얼굴을 찡그린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답이 돌아오지 앉자 도준은 다시 물었다.

“답답한 게 나 때문이야?”

그제야 질문을 정확히 들은 하윤은 술로 항상 저를 감싸고 있던 가면을 씻어 버리기라도 한 듯 솔직하게 대답했다.

“네.”

가벼운 한 글자는 도준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파동도 일으키지 못했지만 유난히 거슬리게 들렸다.

하지만 그런 도준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한 하윤은 다시 가슴을 부여잡은 채 혼잣말을 이어나갔다.

“여기 너무 답답해요. 뭔가 내리누르는 것처럼 숨이 안 쉬어져요. 진짜 열심히 숨 쉬어 봐도 숨이 안 쉬어져. 만약 여기 가르고 심장을 빼내면 더 이상 괴롭지도 울지도 않을 텐데...”

하윤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지더니 급기야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하필이면 모든 말이 도준의 귀에 또렷이 박혔다.

도준은 목울대를 꿀렁이더니 눈을 내리깐 채 괴로워하는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하윤은 정말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자, 도준은 하윤을 꽉 끌어안았다. 덩치 차이 때문에 도준의 품에 완전히 가려진 하윤은 시선마저 어두워졌다.

그때 남자의 목소리가 하윤의 위에서 들려왔다.

“자기야, 많이 취했어. 집에 가자.”

집에 가자는 말에 하윤은 꼭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저 집에 갈래요. 엄마와 오빠가 기다려요. 그리고 동생도, 동생도 나 기다리고, 또...”

말을 하던 하윤은 잠깐 멈추어 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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