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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도준의 배려

도준의 이름을 본 순간 하윤은 잠시나마 자기가 잘못 본 거라고 착각했다.

이내 문자를 눌러 답장을 하려고 했지만 곧바로 뭐라 답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마침 전화가 걸려 왔다.

하윤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역시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전화 건너편의 도준도 웬일인지 장난스럽게 하윤을 놀리지 않고 그저 침묵만 주지했다.

너무 오래 이어지는 침묵에 하윤은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제가 안 자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전화했어요?”

“문자 입력하는 게 보였거든.”

그제야 자기가 망설이면서 문자를 썼다 지웠다 했던 모습을 도준에게 들켰다는 걸 인지한 하윤은 왠지 어색해졌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길어지기 전에, 도준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잠깐 동안 생각한 끝에, 오늘 오전에 자기가 오전에 전화를 했던 일이 떠오른 하윤은 손가락으로 이불을 후비며 대답했다.

“아, 엄마가 도준 씨 집에 초대해 같이 식사하고 싶대요.”

이윽고 핑계를 댄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이내 보충했다.

“덕분에 시영이가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엄마가 고마워해요. 제가 두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계속 고집하셔서. 만약 싫으면 경성에 돌아갔다고 말할 테니까...”

밖에 나다니지 말라고 하려던 찰나, 도준이 일주일 동안이나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게 생각난 하윤은 자기가 괜한 얘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순간 분위기는 또다시 얼어붙었다. 그러던 그때,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번 만나. 안 그러면 어머님이 걱정하실 테니까.”

“그럼 엄마더러 준비하라고...”

“집에서 말고 밖에서 먹자.”

일전에 도준에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던 게 생각나 하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준은 역시 하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배려에 하윤은 오히려 마음이 답답해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언제 시간 있어요?”

“모레.”

달력을 확인하니 모레는 마침 극단이 쉬는 날이었다.

순간 가슴이 시큰거리며 감정이 흘러넘칠 것만 같아 하윤은 어렵사리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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