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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가을의 스탠들

“딸.”

양현숙의 목소리에 멍해 있던 하윤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왜 그래요?”

“국 먹을래?”

“아, 아니요, 배불러요.”

넋이 나가 있는 하윤의 모습에 양현숙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요즘은 왜 민 서방이 너 데리러 안 오고 한민혁 씨가 데리러 와? 혹시 무슨 일 있는 거야?”

하윤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싱긋 웃었다.

“아니에요, 도준 씨 일 바쁜 거 엄마도 알잖아요. 요즘 일 때문에 못 오는 거예요.”

“그래?”

도준 같은 사람은 보통 사람과 달리 일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양현숙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럼 이따가 전화라도 좀 해 봐. 이번 주말 시간 되면 집에 식사하러 오라고 해. 지난번에는 너무 늦어 아무것도 준비 못했지만 이번엔 맛있는 음식 준비할 테니까. 그래도 사위한테 처음 대접하는 식사인데.”

양현숙은 도준이 여전히 두렵게 느껴졌지만 집을 찾아주고 한민혁을 시켜 하윤의 픽업을 도와주는 것만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딸과 이미 결혼한 사이니 두 사람이 화목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하윤은 컵을 쥔 손가락에 힘을 꽉 주었다. 도준을 집에 들여 아버지의 위패 앞에서 식사 대접을 하는 걸 상상만 해도 아버지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에 하윤은 양현숙을 포기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충 변명했다.

“바빠서 시간 없을 거예요. 됐어요.”

“그럼 언제 올 수 있는지만 물어봐. 우리는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도준 씨는 경성 사람이라 여기 음식 입에 안 맞을 수 있어.”

계속 고집을 부리는 하윤을 보며 양현숙은 싱긋 웃었다.

“엄마도 알아, 그래서 요즘 경성 요리도 배우고 있는 중이야. 걱정하지 마, 네 체면 안 깎을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 더 거절하면 어머니가 걱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하윤은 마지못해 동의했다.

그러고는 방에 돌아온 뒤 핸드폰을 들고 한참 동안 고민했다.

그건 도준에게 식사 초대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왜 안무 연락이 없었는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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