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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끈질긴 집착

하윤은 갑자기 도준이 ‘비행기 사고’를 당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하윤은 애간장이 타들어 가 하루하루가 괴로웠지만, 도준에게는 그저 모든 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었다.

결과로 보면 도준의 모든 선택은 늘 옳았다. 그 누구도 도준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그토록 악랄하던 공은채도 도준에 대한 약간의 기대 때문에 껌뻑 속아 넘어갔다.

하지만 도준은 언제나 해냈다.

하윤은 그제야 도준은 인간성이 없는 사람이라던 민상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그건 단지 도준의 잔인함과 포악함만을 말한 건 아니다. 인간적인 감정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 도준의 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대상에 저도 포함되어 있었으니...

분명 사랑하지만 하윤이 도준에게 그 어떤 제약도 될 수 없는 것처럼...

지난 일들이 가을의 사건 때문에 하나, 둘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윤은 저와 도준 사이의 간극을 깊이 깨달았다.

...

그 대화를 끝으로 극단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에는 침묵만 흘렀다.

차가 멈춰서자, 하윤은 문을 나서기 전 어머니가 신신당부하던 게 떠올라 곧바로 내리는 대신 가방에서 미리 싸 온 도시락을 꺼내 도준에게 건넸다.

“엄마가 만든 거예요. 가져다고 주래요.”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없이 도시락을 받았다.

세 칸으로 나뉜 도시락에는 주먹밥과 찐빵 그리고 야채 볶음이 들어 있었다.

도준이 보기만 할 뿐 입에 대지 않자 하윤은 다시 돌려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이런 음식 입에 안 맞으면 도로 가져와요.”

도준은 하윤이 내미는 손을 꼭 잡으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도 장모님 성의가 있는데.”

말하면서 도준은 곧바로 젓가락을 꺼내 들었다.

“그럼 먹고 있어요. 전 먼저 가볼게요.”

“같이 먹지 않고?”

“밥 먹는 것도 같이 있어 줘야 해요?”

하윤은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 말했다.

도준은 그런 하윤의 목덜미를 잡은 채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그럼 오늘 저녁엔 나랑 같이 집에 갈 거지?”

하윤은 그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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