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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여자가 아까워

“지환아, 나 출장 다녀왔어. 혹시 오늘 저녁 시간 돼?”

공은채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심지어 며칠 보지 못하다 만난 기쁨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만약 공은채가 경성에 있는 걸 직접 본 게 아니라면 석지환은 아마 진짜로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을 거다.

“지환아? 내 말 들려?”

전화 건너편에서 약 2초간 침묵이 흐르다가 이내 대답이 들렸다.

“응. 몇 시 비행기야? 내가 데리러 갈게.”

“아니야. 친구 전용기 얻어 타서 가기도 편해. 게다가 요즘 날씨도 추워졌는데 우리 남친 그렇게 고생하는 거 내가 어떻게 봐.”

“역시 나 생각하는 건…… 너뿐이네.”

“당연하지. 집에서 봐. 내가 선물도 준비했어.”

전화를 끊은 공은채는 서랍에서 오래 전 준비해 두었던 선물을 꺼냈다. 심지어 공은채가 출장한다고 했던 곳에서 특산품으로 판매되는 도자기였다.

비록 지금 도준과 잘 돼 가고 있었지만 공은채는 아직 석지환의 도움이 필요했다.

……

“뭐래요?”

전화를 끊자마자 묻는 하윤을 보며 석지환은 잠깐 침묵했다.

“만나자네.”

그 말에 하윤은 조금 의심스러웠다.

“도준 씨가 분명 공은채를 받아줬는데 왜 아직도 지환 오빠를 놓아주지 않는대요?”

석지환도 덩달아 의아했다.

“나도 이상하긴 해. 오늘 저녁에 만나보면 알겠지.”

“그럼 오늘 사실대로 말할 거예요?”

석지환은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저었다.

“내가 어떨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하윤은 석지환이 잠시 공은채를 잠시 속이길 바랐다. 그래야 저도 공은채가 무슨 짓을 할 지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석지환에게 이 모든 걸 참고 저를 해친 여자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라고 하는 건 너무나 가혹했다.

한참 생각하던 하윤은 끝내 선택권을 석지환에게 넘겼다.

“이건 두 사람 일이니 오빠가 결정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석지환이 피식 웃으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자조적인 웃음도 섞여 있었다.

“시윤아…….”

“네?”

의아해하는 하윤을 보며 석지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 당분간은 모른 척할 거야. 나도 공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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