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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용우희가 소리치려고 할 때쯤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며 용천우가 도착했다.

시장님과 최대한 빨리 합의를 본 용천우는 곧장 창고로 달려왔다.

용우희는 황급히 용천우를 향해 다가갔다.

“오빠, 이런 사기꾼을 어떻게 믿어?”

용천우는 당황했다.

하지만 용천우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용우희는 방금 일어난 일을 쉬지 않고 떠들어댔고 마지막에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

“나도 오빠랑 같은 병에 걸렸대, 다 거짓말이야!”

용천우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용우희를 무시한 채 한걸음에 강동준 곁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사실입니까?”

올해 용천우는 마흔셋, 용우희는 스물셋이다!

부모님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면서 용우희는 용천우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는데 용우희도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강동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용천우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제 동생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고 제발 살려 주세요, 선생님.”

강동준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용우희가 소리쳤다.

“오빠! 이 사람 거짓말쟁이야. 정말 그 말을 믿어?”

용천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날 오빠로 생각한다면 빨리 무릎 꿇고 선생님께 용서를 빌어.”

용우희는 용천우가 그렇게 단호한 얼굴로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강동준이 말했다.

“현음초만 충분하다면 도와줄 수 있어.”

용천우는 침을 꾹 삼켰다.

“그... 현음초 세 개가 있어요.”

용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용우희를 노려보았다.

“얼른 가서 현음초 가져와.”

용우희는 내키지 않았지만 용천우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현음초를 꺼냈다.

강동준은 제조실 쪽으로 걸어갔다.

“당신들은 방해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려.”

용천우가 공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용우희는 눈을 흘겼다.

‘거짓말, 잠깐은 봐줄게! 우리 오빠 치료할 단약 만들지 못하면 가만 안 둬!’

시간은 1분 1초 흘러 세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강동준이 여전히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용우희는 분한 얼굴로 말했다.

“오빠, 아직도 저 사람이 사기꾼이 아니라고 생각해?”

용천우는 온몸을 떨며 용우희를 향해 매섭게 경고했다.

“계속 이러면 나 너 동생으로 생각 안 해.”

용우희가 말하기도 전에 제조실 문이 열리며 웃고 있는 강동준이 나타났다.

현음초 세 개를 다른 약초와 섞어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단약 세 개를 만들었다.

동시에 다른 약재를 사용해 부용단을 만들어 이유림의 얼굴을 고칠 수 있게 되었다!

기대에 찬 얼굴로 걸어오는 용천우를 보며 강동준은 웃었다.

“다행이야.”

말을 마친 강동준이 알약 하나를 건넸다.

“이 천향단을 먹으면 병이 나을 거야.”

용천우는 감사한 얼굴로 천향단을 받고 입에 삼키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용우희를 바라봤다.

강동준은 용천우의 뜻을 알아듣고 덧붙였다.

“여기 천향단 두 알이 더 있으니 동생도 괜찮을 거야.”

용우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흘기는데 용천우가 천향단을 입에 넣었다.

약이 몸에서 녹아내리자 용천우는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그런데 이윽고 용천우는 배를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강동준의 얼굴이 확 변하며 용천우의 맥박을 짚었다.

용우희는 히스테릭하게 소리쳤다.

“거짓말쟁이! 오빠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널 살려두지 않을 거야!”

강동준은 눈을 부릅뜨고 용천우의 몸에 점 세 개를 찍은 뒤 용천우를 데리고 제조실로 달려갔다.

용우희가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강동준이 이미 문을 닫아버린 뒤였다.

제조실에 들어온 강동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용천우를 침대에 눕힌 후 금침을 꺼냈다.

훅훅훅-

눈 깜짝할 사이에 금침 서른여섯 개가 용천우의 몸 곳곳에 삽입되었다.

용천우의 얼굴에 검은 기운이 솟구치며 금침이 계속 진동했다.

금침의 진동이 점점 더 격해지자 검은 기운이 선 하나로 모이며 용천우의 얼굴에서 목으로, 목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손끝까지 파고들었다.

강동준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용천우의 손끝을 잡고 꽉 쥐자 잉크처럼 시커먼 피 한 방울이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칙-

철판으로 만들어진 바닥이 부식되어 작은 구멍이 뚫렸다.

이 광경을 본 강동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고 용천우는 눈을 뜨며 강동준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선생님, 또 제 목숨을 구해주셨네요.”

강동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군가 당신에게 독을 탔을 줄이야! 독소가 병에 가려져서 내가 발견하지 못했어. 이젠 괜찮아진 것 같아!”

용천우의 눈이 번뜩였다.

“누가 날 해치려 한다고요?”

강동준도 도대체 누가 용천우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이런 짓을 하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용천우를 보고는 입가에 차오른 말을 삼켰다.

그때 용천우가 말했다.

“선생님, 우희 살려주세요!”

강동준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과 동생이 같은 상태인지 아직 몰라. 먼저 검사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 일이 끝나면 연락하지.”

용천우의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강동준은 자리를 떴다.

부용단은 시간제한이 있었다.

용천우를 치료하는 건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용천우가 중독된 줄은 몰랐다.

용우희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우선 정밀 검사를 해야 했기에 그녀를 구하는 건 잠시 뒤로 미뤄야 했다.

당연히 용천우는 그런 강동준의 생각을 몰랐고 그가 떠나자 저 깊은 곳까지 마음이 내려앉았다.

강동준이 도와주지 않으면 용우희는 반드시 죽게 될 텐데...

‘어떡하지?’

이때 제조실로 달려온 용우희는 용천우가 무사한 것을 보고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저 사기꾼이 그래도 재주는 있네.”

하지만 용천우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네가 얼마나 큰일을 일으켰는지 알아?”

용우희는 그의 말을 알아듣고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오빠, 나도 병에 걸리고 중독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용천우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은 틀린 적이 없어.”

용우희가 언성을 높였다.

“난 그 자식 헛소리 안 믿어. 오빠가 나 걱정하는 건 알아. 하지만 오빠를 구했다고 해서 내가 아픈 걸 한눈에 알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내가 정말 병에 걸렸어도... 죽더라도 그 자식한테 구해달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용천우의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용우희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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