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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강동준은 노태연이 단순히 복수심에 눈이 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이명천이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유림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것에 분노한 것이다.

노태연은 모든 잘못을 이유림의 어머니에게 돌렸고 계략을 꾸며 그녀의 어머니를 죽였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이유림을 고문하기 위해 살려둔 것이다.

이유림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노태연에게서 비롯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두 깡패가 악랄해서 이유림의 목숨을 가져갈 뻔했을 뿐.

사건의 전말을 다 알게 된 강동준에게서 폭력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유림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하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나!

죄를 저질렀으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것을!

‘노태연, 내일 당신 생일 파티에서 내가 큰 선물을 줄게. 이유림에게 한 짓을 후회하게 할 거야!’

그렇게 결심을 굳힌 강동준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있어. 유림이 좀 부탁해. 명심해, 12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절대 유림이 몸에 있는 침을 뽑으면 안 돼.”

전보민은 강동준의 생각을 알았기에 눈동자를 반짝였다.

“제가 어떻게 할까요?”

강동준은 탁한 공기를 한입 가득 내뱉었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그렇게 말한 후 강동준은 고개를 돌려 이유림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유림은 살아났지만 수년간의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신체 기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이 치료법으로는 이유림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었다.

우선 노태연을 찾아서 이유림에게 지은 죄를 갚게 하고 이유림을 완전히 치료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강동준이 떠나는 것을 본 전보민은 침대 옆으로 가서 잠든 이유림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부럽네요.”

전보민은 혼자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했다.

“이 비서, 전해야 할 게 있어. S시와 우리 천봉그룹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 모두 천해로 오라고 전해. 그 사람들이 날 위해 나서준다면 천봉그룹에서 아낌없이 보답하겠다고.”

한편 천해 제일병원 고위급 회의실에선 환한 표정의 임성호와 한병천이 악수를 하고 있었다.

“신의님, 환영합니다! 신의님만 계시면 우리 병원은 이곳, 나아가 전국 최고의 병원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병천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가득했지만 예의상 상대와 악수를 하였다.

임성호가 연봉 20억이라는 거액을 제안했고 자신은 매달 반나절만 천해 제일병원에 머물면 되었기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회의실에 큰 박수가 울려 퍼지고 병원의 중견 간부들은 모두 열광적인 표정으로 한병천을 바라보았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한의사!

그의 제자들 중 일부는 이미 용도에서 이름을 날리며 권력자들이 귀빈으로 모시고 있었다.

이런 거물이 있으면 천해 제일병원은 분명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임성호가 옆으로 다가와 안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신의님, 병원에서 저녁 만찬을 준비했으니 맛있게 드시죠.”

한병천은 고개를 저었다.

“됐습니다.”

임성호가 고집을 부리려 할 때 한 의사가 흥분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기적이에요, 원장님, 기적이 일어났어요. 이유림이 진짜 깨어났어요!”

전보민에게 이유림을 병원에 계속 입원시키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임성호는 이유림이 이번 협업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부하들을 시켜 지켜보면서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살펴보던 직원은 이유림이 깨어난 것을 알고 이것이 큰 기회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죽은 사람이 천해 제일병원에서 다시 살아났다... 얼마나 큰 센세이션을 일으킬까!

한병천도 신의긴 해도 이 일을 알면 분명 제일병원을 다르게 볼 것이다.

임성호의 얼굴에 어두운 기색이 번뜩였다.

“장난해? 죽은 자가 살아나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는 소리를 하네.”

다른 의사들도 저마다 떠들었다.

“이 선생 늘 차분하고 침착하더니 오늘 왜 이런 추태를 부려?”

“며칠 연속 당직이라 헛것이 보이는 거야?”

“이 선생, 여기가 어떤 자리인데 그런 헛소리를 해?”

한병천의 눈에는 호기심 어린 눈빛이 역력했다.

“어떻게 된 거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 임성호는 서둘러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고 설명을 덧붙였다.

“신의님,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요.”

한병천은 이 선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방정맞아, 듣는 대로 다 떠벌리나!”

이 선생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유림이 정말 깨어났어요. 바이탈 사인도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못 믿겠으면 저랑 같이 가서 보세요.”

임성호는 이 선생을 당장 죽이고 싶었다.

한병천은 반신반의하며 말했다.

“그럼 보러 가지!”

이 선생이 한병천과 함께 병동으로 갈 때 두 걸음 뒤에 있던 임성호는 비서에게 속삭이듯 지시를 내렸다.

“신의님 가시면 바로 이 선생 해고해.”

이 선생을 믿고 그에게 일을 맡긴 건데 자신이 은폐하려던 사실을 밝힐 줄이야.

임성호는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한병천 앞에서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VIP 병실에 도착해 모니터의 모든 수치가 정상인 것을 보고 제일병원 의사들은 굳어버렸다.

분명 죽었던 사람이 어떻게 살아났지?

혹시 병실을 잘못 찾아온 건 아닐까?

한병천은 병상에 누워 있는 이유림을 바라보았고, 특히 이유림의 몸에 있는 금침을 보고는 눈동자 깊은 곳에 불길이 번쩍였다.

“이건... 이건... 이건... 하늘이 도운 거야! 드디어 내 딸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치료법이 생겼구나.”

병실에서 전보민은 많은 의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성호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전 대표님 역시 대단하네요. 용도에서 전문가를 불러오다니!”

강동준이 이유림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유림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전보민의 막강한 재력과 정보 덕분이었다.

전보민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이유림 씨 목숨을 구한 건 강 선생님이세요.”

임성호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농담을 들은 듯 박장대소했다.

“강동준이 구했다고요? 무슨 그런 농담을.”

임성호는 전보민의 말을 듣지도 않고 한병천을 병상 옆으로 끌고 가 이유림의 몸에 있는 금침을 가리켰다.

“신의님, 이것 좀 보세요... 혈 자리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의술을 안다고 할 수 있겠어요?”

한병천은 이상한 눈빛을 보냈다.

“강동준이 혈 자리도 못 알아본다는 말씀이세요?”

임성호는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보세요, 태양혈의 금침이 3인치나 떨어져 있고 단중혈은 한 뼘 떨어졌고 유양혈은 조금 낫긴 한데 그것도 0.5센티 정도 떨어져 있어요. 이건 혈 자리를 모르는 것 아닌가요?”

상기된 얼굴의 임성호를 바라보던 한병천은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천해 최고의 한의사라면서 은혈을 몰라요?”

‘은혈? 은혈이 뭔데? 아니, 스승님께서 은혈에 대해 말씀하신 것 같은데.’

마침내 은혈의 기억이 머릿속에 되살아나자 임성호는 어지러운 느낌과 함께 쿵 하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은혈은 항상 존재했지만 사람마다 은혈의 위치가 다르고 일반 경혈보다 훨씬 더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은혈을 찾을 수 있고 은혈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전국 한의학 정점을 찍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무식한 자신이 신을 몰라보고 귀신으로 착각해 한병천 앞에서 망신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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