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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 순간, 현장에 있던 하객들은 벌집이라도 쑤신 듯 떠들고 있었다.

“세상에, 저건 이유림 쓰레기 남편 아니야? 왜 화환을 들고 온 거지?”

“듣기로 저 쓰레기랑 이유림이 어제 이혼했다던데?”

“이유림과 이혼했으면 강동준은 집 나간 개만도 못한데 죽으려고 찾아온 건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도 강동준은 의연했고 무언가 결심한 듯 한 걸음 한 걸음 단호하게 내디뎠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천해로 돌아와 이유림과 결혼했는데 그 이유림이 과거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유림이 아닐 줄 누가 알았을까.

‘내가 눈이 멀어서 저 이유림과 3년을 같이 살고 억대의 자산가로 만들어 줬지, 다 내 잘못이야!’

하지만 노태연은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이유림을 표적으로 삼지 말았어야 했다.

10년 동안 이유림을 고문하고 어둠 속에서 살게 했다.

그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유림은 죽었을 테니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유림이 살려준 은혜를 갚았다고 할 수 있겠나.

노태연의 생일파티에 화환을 가져온 건 그녀에게 이미 죽음의 종소리가 울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래도 반성하지 않으면 하늘이 가만둬도 내가 가만 안 둬!’

이유림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지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강동준 앞에 달려갔다.

“강동준, 난 그래도 당신이 남자답게 깔끔하게 물러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뻔뻔할 줄은 몰랐어!”

강동준의 반박을 기다리지도 않고 이유림은 목청을 높였다.

“우리 이씨 가문을 협박해서 위자료 뜯어내려고 이러는 거잖아! 오늘 여사님 생신인데 너랑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

말하며 이유림은 수표를 꺼내 위에 금액을 쓰더니 강동준을 향해 던졌다.

“2천만원 받고 당장 꺼져!”

그녀가 돈을 건넨 이유는 노태연의 생일 파티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강동준의 뒤에 불어닥칠 전보민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이유림은 이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현장은 수군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 대표 참 착하네, 저 쓰레기한테 2천만원을 주다니.”

“나였으면 저 쓰레기가 난동 부릴 때 다리를 부러뜨렸을 거야.”

“이 자식, 2천만원 가지고 꺼져!”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수표가 조롱하듯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강동준의 눈이 눈매가 가늘어지며 뭐라 말하기도 전에 이유설이 갑자기 다가와 수표를 밟으며 소리쳤다.

“쓰레기! 2천만원 가져가고 싶으면 먼저 할머니께 무릎 꿇고 사죄해.”

노태연이 비웃었다.

“내 수명 줄어들까 봐 겁나니까 돈 받고 꺼지라고 해.”

강동준은 고개를 저었다.

“2천만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말하며 강동준의 눈이 번뜩였다.

“내가 원하는 건 LS그룹 전체야.”

자신이 없었다면 이씨 가문은 여전히 무명의 작은 가문이었을 것이고 그도 그렇게 속 좁은 인간이 아니었지만 이씨 가문이 이유림을 그렇게 대했다는 건 이미 그의 한계를 건드린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이씨 가문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낼 것이다.

모두들 강동준을 한심하게 쳐다봤고 이유림은 더욱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뻔뻔한 놈!”

말하며 이유림의 시선이 노태연에게 향했다.

전보민이 함께 오지 않았다는 건 강동준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는 뜻이니 일단 강동준을 불구로 만들고 전보민과 합의를 볼 생각이었다.

노태연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살기가 번뜩이더니 이윽고 그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병든 사자가 가만히 있었던 건 내 생일 파티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서야. 내가 늙어서 병에 시달리긴 해도 아직 사람을 물 수는 있다고! 잡아먹을 수도 있어!’

노태연의 신호를 받은 이유림이 결심을 굳히는데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조명훈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강동준, 안 가고 계속 여기 있으면 내가 네 두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

오늘 생일 잔치에서 노태연이 자신과 이유림의 결혼을 발표하면 이씨 가문 사업을 삼킬 계획에 중요한 한발짝을 내디딘 셈이었다.

강동준이 노태연의 생일 잔치를 망치면 노태연이 어떻게 발표하나.

그리하여 조명훈이 나섰다, 조씨 가문의 장남이라는 신분으로 강동준을 제압하기 위해.

강동준은 조명훈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네까짓 게 뭔데, 나와 얘기할 자격이 있나?”

강동준의 말은 잔잔한 호수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같았다.

“맙소사,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저 녀석이 지금 도련님한테 자격을 운운해?”

“저 자식이 이 대표님께 버림받고 분노가 치밀어 미쳐버린 게 틀림없어.”

“감히 도련님을 모욕했으니 도련님께서 저 자식을 물고기 밥으로 던져버릴 거야.”

조명훈은 살기를 품은 눈빛을 번뜩였다.

“정말 죽는 게 뭔지 모르는 거야? 그럼 내가 가르쳐주마.”

말과 동시에 조명훈은 강동준의 목을 움켜쥐려 했다.

강동준 같은 쓰레기한테는 자신이 말을 섞는 것조차 영광이었기에 곧바로 행동으로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조명훈은 자신의 킥복싱 실력으로 분명 강동준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손이 강동준의 목에 닿기도 전에 손바닥 하나가 조명훈 눈앞에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날카로운 따귀 소리와 함께 조명훈은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이유림이 히스테릭하게 비명을 질렀다.

“명훈 씨, 괜찮아요?”

쏜살같이 조명훈 앞으로 달려가 퉁퉁 부은 그의 얼굴을 본 이유림이 악독한 표정을 지었다.

“강동준! 감히 명훈 씨를 때려?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이유설 역시 으름장을 놓았다.

“쓰레기, 넌 이제 죽었어.”

하지만 강동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LS그룹 가지러 왔다고. 동의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노태연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런... 감히!”

이유림은 목청껏 외쳤다.

“강동준! 전보민한테 붙었다고 우리가 널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넌 전보민의 노리개일 뿐이야. 게다가 여긴 천해야.”

대부분의 사람들도 어렴풋이 이 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유림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토론에 열을 올렸다.

어쩐지 저 자식이 거만하게 굴더라니, 전보민의 힘을 믿고 그런 거였네!

알고 보니 그는 전보민의 힘에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물은 하찮은 것들을 거들떠보지 않지.

조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서 기필코 죽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전보민이 과연 부하들을 이끌고 천해로 와서 두 집안과 전면전을 벌일까?

강동준은 설명하기 귀찮아 콧방귀를 뀌었다.

“하나만 물을게. LS그룹을 넘겨줄 거야, 말 거야?”

이유림은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 정을 생각해서 살려주려고 했더니 이렇게 뻔뻔할 줄은 몰랐네. 네가 그렇게 무정하게 나오면 나도 똑같이 상해대 줄게. 오늘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네 다리를 부러뜨려 주마. 네 멍청한 행동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강동준이 대꾸하기 전에 이유림은 손을 흔들었다.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들어. 이 자식의 두 다리를 부러뜨린 다음 이 자식을 길바닥에 내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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