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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병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 당신... 혹시 금침을 놓을 줄 알아?”

강동준의 눈에 불만스러운 기색이 번쩍였다.

“누가 말했어?”

누가 말했냐는 건 그가 금침을 안다는 뜻이었다.

전보민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라고 명령한 것은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한병천의 이마에서 굵은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그가 찾던 신의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게다가 이 신의는 전보민조차도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자신이 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에게 손대려 했다니...

‘내가 눈이 멀었지!’

땀이 비 오듯 흐르는 한병천을 보며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신의님 병이 발작한 건가?

아무도 강동준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한병천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는 걸 몰랐다.

여러 가지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쯤 한병천은 쿵 무릎을 꿇었다.

“내가 신의님을 몰라뵙고 죄를 저질렀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고 제 딸을 구해주세요!”

콰르릉-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귀에서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한병천이 강동준에게 무릎을 꿇고 딸을 구해달라고 애원까지 하다니...

강동준의 의술이 한병천보다 더 뛰어난 걸까?

노태연의 눈앞이 까맣게 변하며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이유림의 얼굴도 하얗게 변했고 이유설은 더욱 묘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유강대는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동준의 움직임을 본 유강대는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다.

그는 바람처럼 날아 유백을 한 번에 끝냈는데 자신이 나서면 돌을 들어 올려 자기 발등만 깨는 꼴이 될 뻔했다.

그래서 유강대는 도움을 청하는 조명훈의 시선을 무시한 것이다.

한병천이 무릎을 꿇는 것을 본 유강대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했다.

강동준은 한병천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일단 일어나.”

한병천은 감히 거역할 수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후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제가 나설까요?”

강동준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또렷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S시 유씨 가문 가주, 강동준 도련님을 뵈러 왔습니다!”

“S시 이씨 가문 가주, 강동준 도련님을 뵈러 왔습니다!”

“왕씨 가문 2세 왕준, 강동준 도련님을 뵈러 왔습니다!”

“...”

1분도 채 안 되는 사이 다양한 연령대의 최소 11명의 사람들이 위엄을 뿜어내며 마당에 나타났다.

유씨 가문, 이씨 가문, 왕씨 가문, 주씨 가문...

이들은 모두 S시에서 발만 굴러도 땅이 흔들릴만한 인물들이었다.

천해 시장도 열한 가문을 모두 초대하지 못하는데 그들이 강동준을 만나기 위해 천해에 모였다고?

대체 강동준 신분이 뭐길래!

조명훈의 다리가 주체할 수 없이 떨렸고 이유림, 이유설 자매의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노태연은 이미 붉은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저 하찮은 쓰레기 자식이 대단한 거물이었다니!

한병천을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수천 마일 떨어진 곳에서 11개 가문의 대표인물까지 불러들였다.

이혼하지 않았으면, 강동준에게 더 잘해줬으면...

이씨 가문이 단숨에 천해 최고의 가문이 되지 않았을까?

자신의 병이 다 낫지 않았을까?

강동준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전보민이 벌인 일이다. 하지만 이는 괜한 짓이었다.

이유림은 이때 미친 듯이 강동준에게 달려가 히스테릭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동준, 재미있어? 우리 초라한 꼴 보려고 이런 수작 부린 거야? 이제 만족해?”

강동준은 이유림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이유림은 문득 자신이 화장실로 들이닥쳤던 장면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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