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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이씨 가문, 텅 빈 저택을 바라보던 노태연은 너무 화가 나서 쓰러질 뻔했다.

임연비는 더욱 분개했다.

생일 잔치가 강동준의 존재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렸고 오늘의 이벤트는 분명 천해의 농담거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강동준 뒤에 전보민과 한병천이 있다고 생각하니 임연비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노태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한병천이 미친 거 아니야? 저런 쓰레기가 자기 딸을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전보민은 단지 갖고 놀 생각으로 저 쓰레기를 데리고 있는 게 분명해! 저 두 사람만 강동준을 돕지 않으면 강동준은 싸움 좀 하는 녀석일 뿐 아무것도 아니야!”

임연비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여사님 말씀은...”

노태연이 말했다.

“나도 사람 있어! 전보민을 S시로 돌려보낼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전보민이 없으면 강동준은 마음껏 처리할 수 있어.”

그러자 임연비는 노태연의 친정도 S시에서 정상을 다투는 가문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기뻐했다.

“역시 할머니세요!”

노태연은 임연비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작은 일도 해결 못 하는 널 뒀다 어디에 쓰겠어!”

임연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노태연은 이미 손을 내저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그녀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임연비는 뭔가 떠오른 듯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의 출신은 비밀이었는데 이제 이씨 가문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노태연이 여전히 자신을 LS그룹 대표 자리에 앉히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비난을 받을 것이 뻔했다.

이게 노태연이 그녀를 냉대하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조명훈과 결혼한다면 이씨 가문은 자신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고 감히 자신을 쉽게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임연비는 재빨리 문을 나섰다.

ZH그룹 사무실에서 임연비를 바라보던 조명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여긴 왜 왔어?”

임연비는 살가운 표정을 지었다.

“명훈 씨, 오늘 약혼식을 망쳤는데 우리 약혼식을 언제 할 건지 상의하러 왔어요.”

조명훈은 임연비를 흘겨보았다.

“난 너랑 약혼 안 해!”

임연비는 확실히 예쁘긴 했다. 그녀를 자신의 손에 넣은 후 조명훈은 줄곧 그녀의 몸을 탐했다.

하지만 그가 임연비와 결혼하려던 목적은 이씨 가문의 재산 때문이었기에 임연비가 이명천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조명훈은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세상에 예쁜 여자는 널렸고 돈만 있으면 아무 여자나 가지고 놀 수 있는데 굳이 왜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나.

임연비는 불안해하며 말했다.

“명훈 씨, 나랑 결혼하면 LS그룹과 결혼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조명훈은 차갑게 비웃었다.

“네가 LS그룹을 대표할 수 있겠어?”

임연비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갔다.

“나랑 결혼만 해준다면 여사님이 조씨 가문 체면을 봐서라도 반드시 나를 LS그룹 대표로 남겨 둘 거예요.”

조명훈은 뒷짐을 진 채 사무실을 서성거렸다.

“너랑 결혼할 수는 있어. 하지만 넌 내 말을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다 해야 해.”

임연비는 기뻐했다.

“약속할게요.”

조명훈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바지 벨트를 풀기 시작했고 임연비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명, 명훈 씨, 여긴 사무실인데!”

조명훈은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하지 않았어?”

임연비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문을 닫은 뒤 기쁜 얼굴로 조명훈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일을 치르는 도중 조명훈은 노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임연비와 결혼할게요. 사흘 후에 조씨 가문에서 성대한 약혼식을 열죠.”

일을 끝낸 조명훈은 임연비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며 또 한 번 전화를 걸었다.

“돈 주고 고수 데려와, 되도록 한병천보다 힘이 더 센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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