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강동준은 운천 별장을 빠져나와 근처 시장으로 달려갔다.이유림은 노태연에게 10년 동안 시달린 탓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있었고 강동준은 이번 기회에 이유림에게 더 많은 것을 보상해 주고 싶었다.노태연과 오씨 가문에 대한 복수는 아직 서두르지 않았다.강동준은 이유림의 부상이 치유된 후 이유림에게 자신이 이씨 가문과 오씨 가문을 어떻게 굴복시키는지 직접 보게 할 생각이었다.한 시간 후, 강동준은 식재료를 들고 운천 별장으로 돌아왔다.운천 별장 대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BMW5 시리즈 한 대가 멈춰 섰고 창문이 내려가면서 조명훈과 임연비의 얼굴이 드러났다.평범한 옷차림을 한 강동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는 두 사람의 눈에 경멸이 흘러넘쳤다.전보민이 사라졌으니 저 쓰레기 자식이 운천 별장에서 또 다른 부잣집 여자를 찾으려는 게 틀림없다.이런 생각을 하며 임연비는 비장한 표정으로 경비원에게 말했다.“경비원님, 저 자식 얼굴만 믿고 빌붙으려는 놈이라 여기 있으면 급이 떨어질 테니까 얼른 쫓아내세요!”경비원의 경계하는 시선이 강동준에게 향했다.운천 별장에 사는 사람은 부자나 귀족이라 스포츠카를 두 발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저런 촌스러운 남자가 이곳에 서 있으니 확실히 운천 별장의 이미지를 망치기는 했다.하지만 강동준은 임연비와 조명훈의 도발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문을 향해 걸어갔다. “집주인입니다, 문 열어주세요.” 경비원의 눈빛에 경계심이 짙어졌다. “운천 별장에는 인공지능 인식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서 집주인이 맞으면 얼굴을 보여주시면 됩니다.”이 장면을 본 임연비와 조명훈은 흥미를 느껴 차를 옆에 세운 뒤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강동준을 바라봤다.“강동준, 패배자인 네가 운천 별장의 주인이 된 걸 왜 나는 몰랐을까? 집주인은 무슨, 여기 화장실도 못 살 텐데. 경비 아저씨, 저 자식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놈이니까 당장 쫓아내요!”조명훈과 임연비가 강동준을 향해 비꼬듯 말했고 강동준의 미간은 점점 더 찡그려졌다.그런데 이때
일행을 기다리던 경비원은 임연비와 조명훈에게 문을 열어주었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BMW를 보며 강동준은 잔뜩 비웃었다.“진짜 주인한테는 문을 안 열어주면서 주인도 아닌 사람은 들여보내다니... 보는 눈이 없네.”경비원은 강동준을 한심하게 쳐다보았다.“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니 당연히 저 사람들 말을 믿어야지 당신은 뭔데 감히 나를 비난해?”강동준의 분노가 치솟았지만 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전기 곤봉을 손에 든 경비원 다섯 명이 서둘러 도착했다.도와줄 사람이 도착하자 경비는 험상궂게 웃었다.“자식, 가라고 할 때 갔으면 좋았잖아! 이젠 가고 싶어도 못 가!”강동준이 대꾸하기도 전에 경비는 살가운 표정으로 앞장선 경비에게 말했다.“대장, 여기 멍청이가 소란을 피워서요.”대장은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빌어먹을 놈, 여긴 운천 별장이야. 감히 여기서 말썽을 피우면 가죽을 벗겨주겠어.”그제야 대장은 강동준을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한 달 전, 운천 별장에선 역대 가장 고귀한 손님을 맞이했고 영업부장이 직접 그를 모셨다.항상 위압적이었던 영업부장이 그렇게까지 사람을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대장은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눈앞에 있는 멍청이가 바로 그날 영업부장이 아버지로 떠받들 기세를 보이던 사람이 아닌가?그러나 경비는 대장의 표정을 잘못 해석하고는 찡그린 얼굴로 강동준을 가리켰다.“멍청이, 대장이 화났으니 넌 이제 죽었어!”짜악-그런데 대장은 경비원의 뺨을 때렸고 경비원이 얼굴을 감싼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분이 풀리지 않았던 대장이 다시 한번 발길질을 했다.“눈을 어떻게 뜨고 다니는 거야, 집주인한테 멍청이라니! 너 당장 그만둬, 나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꺼지라고!”경비원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대장은 강동준의 곁으로 다가와 허리를 90도로 굽혔다.“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하 교육을 제대로 못 시킨 탓이니 너그럽게 봐주시고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조명훈은 얼굴을 찡그렸다. “저긴 대단한 사람이 살고 있어. 보통 그런 사람들은 조용한 걸 선호하고 허락 없이 별장 내부에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안 그러는 게 좋을걸.”하지만 임연비는 굴하지 않았다.“지금은 없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우린 그냥 구경하는 건데요. 아무리 매정한 분이라도 우리한테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임연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조명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최고라 불리는 별장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보고 싶네. 가자, 가서 보자.”조명훈과 함께 반산별장을 향해 걸어가던 임연비의 얼굴에는 동경에 찬 표정이 가득했다.“명훈 씨, 우리가 이곳에 집을 마련하고 살게 되면 저 대단한 사람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조명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사람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만나는 것도 운이 좋아야지.”임연비는 조명훈의 팔짱을 꼈다.“명훈 씨, 여기 살면 우리도 그런 상류층이 되는 거 아니에요?”조명훈은 임연비를 향해 다소 경멸적인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그렇지만 넌 확실히 아니야!” 다소 우울해하는 임연비를 본 조명훈은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네가 내 아내가 되면 우리 조씨 가문은 최선을 다해 LS그룹을 지지할 거고 그러면 머지않아 너도 상류사회에 진출할 수 있을 거야.”임연비는 행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산 중턱에 도착한 두 사람은 부러움에 가득 찬 눈으로 저택을 바라보았다.산을 등지고 지어져 운천 별장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이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더 중요한 건 이곳에 서서 동강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천해 지역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분위기 있고, 가장 멋진 별장임이 틀림없다!임연비는 문득 이런 상상을 했다.그 대단한 인물을 만나 상대가 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알아보고 자신이 이 별장의 안주인이 되는 상상.그런 임연비의 환상을 방해하는 발소리가 들리고 장바구니를 들고 별장 앞에 서 있는 강동준을 본 임연비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강동준 이 쓰레기가 거물을 건드려서 그의 화를 돋우면 그 불똥이 자신과 조명훈에게도 튀지 않겠나.그래서 임연비가 이런 말을 한 거다!강동준은 콧방귀를 뀌며 돌아서서 임연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임연비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고 손이 공중에 멈췄다.그때 영업부장이 경호원 5명과 함께 현장에 도착한 것을 본 임연비는 급히 달려가 그들을 맞이했다.“부장님, 이 쓰레기가 대단한 분을 방해하려고 해요. 제가 충고했는데도 전혀 듣지 않아요. 빨리 저놈 좀 치워요!”임연비가 강동준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소리에 영업부장은 하늘이 흔들리듯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경호 팀장은 곧바로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감히 강 선생님을 욕하다니!”뺨을 맞은 임연비는 황당했다.그녀는 선 자리에서 얼굴을 감싼 채 눈을 힘겹게 깜빡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조명훈 역시 임연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그러게 왜 큰 소리로 떠들어? 대단하신 분께 밉보이면 넌 국물도 없어!”조명훈은 경호 팀장이 이 때문에 임연비의 뺨을 때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때 강동준의 곁으로 다가간 영업부장이 말했다.“강... 강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건물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벌하셔도 달갑게 받겠습니다!”털썩- 털썩-조명훈과 임연비는 동시에 몸의 힘이 풀리며 바닥에 무더기로 쓰러졌다!영업부장이 강동준을 선생님이라 부른다고?어떻게 이럴 수가...아니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강동준의 뒤엔 전보민이 있기에 은씨 가문의 영업부장이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거야.그 생각에 조명훈과 임연비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경호 팀장이 손을 흔들자 늑대 같은 경호원 네 명이 달려와 두 명씩 그들을 에워싼 채 재빨리 끌고 나갔다!부동산 앞에 이르러서야 경호원들은 조명훈과 임연비를 놓아주었다.얼굴에 불타는 듯한 고통을 느낀 임연비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지난 며칠간 강동준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노태연의 생일잔치에서 한바탕 소
약혼 파티를 앞당겼으면 당당하게 강동준을 모욕하고 한 수 가르쳐줬을 텐데.임연비는 조명훈의 말뜻을 알아듣고 콧방귀를 뀌었다.“아직도 안 늦었어요. 저 자식 하루만 더 오만하게 굴게 놔두자고요.”강동준은 잠깐 일어난 해프닝을 마음에 두지 않고 별장으로 들어갔고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본 이유림이 황급히 다가왔다.“강... 강동준 씨, 저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강동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왜?”이유림은 눈을 깜빡였다.“여기서 지내는 거 불편해요.”이렇게 넓고 고급스러운 집을 거부할 여자가 어디 있겠나!하지만 자신과 강동준은 잘 모르는 사이고 게다가 그녀는 10년 전 강동준을 구해준 기억조차 없었다.더욱이 자신이 강동준과 같은 별장에 살면 강동준에게 재앙이 될 거라는 생각에 이유림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다.강동준도 이유림의 속내를 짐작했는지 굳이 캐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데려다줄게.”이유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원래도 갖고 온 짐이 없었기에 두 사람은 함께 별장을 나와 택시를 탔다.강동준은 얼굴에 붕대를 감은 이유림을 이따금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택시 기사를 보고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유림은 당연히 빈민가에 살고 있었다.길가에는 더러운 물이 흐르고 길은 진흙탕이었다.초라한 단칸방에는 침대 두 개가 있었다.복도에는 밥솥이 있었는데 아마 이유림이 밥을 해 먹는 곳인 것 같았다.이처럼 초라한 곳에서 지내는 이유림을 보며 강동준은 가슴을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하지만 이유림은 오히려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강동준 씨, 지난 이틀 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했어요. 하지만 난 재앙을 불러오니까 앞으로 별일 없으면 연락하지 말아요.”하지만 강동준은 웃으며 말했다.“아직 병이 다 낫지 않았고 얼굴에 난 상처도 이틀에 한 번씩 약 발라야 해. 나랑 연락 안 하면 얼굴에 흉터가 남을 텐데?”이를 생각지 못한 이유림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강동준도 이유림을 난처하게 굴지 않았다
강동준은 문득 이유림과 가까워지고 싶고 그녀를 돕고 싶은 게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민 끝에 강동준은 이유림의 집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빌리기로 결심했다.여기서 운천 별장까지는 너무 멀고 왕복 2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였기에 이유림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이 제때 올 수 없었다.집은 낡았지만 강동준이 한바탕 정리 정돈을 해서 깨끗해지자 제법 지낼만한 집처럼 보였다.벌써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본 강동준은 다시 배가 고파져 밥을 먹으러 나가기로 했다.강동준은 집주인에게 물어본 후 빈민가 서쪽 야시장에 별것이 다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으로 걸어갔다.시장은 엄청나게 컸고 이제 막 불을 켜기 바쁘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간식, 옷, 수공예품까지 파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옷차림을 보니 모두 이 동네 주민으로 이런 식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 나가는 듯했다.강동준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다.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 노점 앞에 앉아있는 여자를 본 그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이유림이다!그녀도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생각해 보니 이유림이 재앙을 불러온다는 소문이 퍼진 이후로 그녀를 받아줄 회사가 없을 것 같았다.노점상을 차리지 않고선 그녀가 무엇으로 먹고 살겠나.괜스레 마음이 괴로워진 강동준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미소를 지은 채 웃는 얼굴로 이유림의 노점 앞으로 다가왔다.“우연히 또 보네!”이유림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눈을 깜빡였다.“나 쉬어야 하는 거 알아요. 그런데 사흘 동안 노점상을 차리러 나오지 않아서 더 안 나오면 대장한테 자리를 빼앗길 거예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판대를 훑어보았다.가판대에는 창의적인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털실로 만든 다양한 장갑과 휴대폰 케이스, 비즈로 만든 팔찌 등 여성스러운 액세서리가 있었다.강동준이 흥미를 보이자 이유림이 서둘러 소개했다.“다 제가 직접 만든 건데 마음에 들면 하나 골라보세요. 선물로 드릴게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나한테
양청아는 강동준의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설명했다.“전 팔자가 드세서 유림이 운이 안 좋아도 나랑은 상관없어요. 난 아주 잘 지내요.”강동준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양청아가 이유림을 다그쳤다.“너 얼굴이 왜 그래?”이유림은 서둘러 변명했다.“요리하다가 실수로 기름이 튀었어. 그래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양청아는 의심도 하지 않은 채 가게 앞으로 와서 이유림을 향해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말했잖아, 노점상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안 팔린다고. 지나가시는 분들, 와서 수제 장신구 좀 보세요! 원하는 건 뭐든 골라보세요!”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대부분은 남자였다.남자들은 장신구를 살펴보는 척 양청아를 음흉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이유림도 기분이 좋아져서 강동준에게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청아는 대학원 다니고 있어요, 천해 대학! 시간 나면 언제든 와서 물건 파는 거 도와줘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요란한 발소리와 함께 거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비켜, 다 비키라고 이것들아!”그 목소리에 무슨 마법의 힘이라도 있는 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부하들의 옹호 속에 거들먹거리며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던 이유림의 눈빛이 눈에 띄게 흔들렸고 양청아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거머리가 또 왔네!” 강동준은 당연히 거머리가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이유림의 손을 잡았다.“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노점상 앞에 도착한 용대산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양청아를 훔쳐보았다.“자릿세, 2만원!”양청아는 굴하지 않았다.“아직 물건을 팔지도 않았는데 돈이 어디 있어요!”용대산의 두 눈이 번뜩였다.“다 그 핑계로 돈을 안 내면 우린 뭘 먹고 살아?”양청아는 용대산의 기세에 눌려 대꾸하지 못하다가 문득 눈가에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강동준은 지금 이유림을 쫓아다니는 것 같은데 이유림과 자신이 곤경에 처한 것을 보면서도 거북이처럼 움츠러들다니!믿을만한 남자가 아니다.‘안 돼,
“형님, 이런 장신구는 다른 노점에서 하나에 2천원씩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데 무슨 2만원씩이나 내요?”용대산이 으르렁거렸다.“내가 돈이 많아서 그러겠다는데 너희가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이 장신구들 품질 좀 봐, 그런 싸구려들보다 훨씬 좋잖아! 너희 형수가 다 못 쓰면 너희한테 몇 개 줄게! 들고 가서 여자들 달랠 때 하나에 몇십만원이라고 해봐, 안 넘어오는 여자가 있나.”부하들을 훈계하면서 용대산은 강동준을 슬쩍 쳐다보았다.강동준의 얼굴이 조금 밝아진 것을 본 용대산은 남몰래 땀을 닦았다. “넘어갈 수 있겠어.”하지만 이때 이유림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가게에서는 당당하게 가격을 밝혀요. 하나에 4천원이고 다 사시면 할인도 해 드려요.”용대산은 깜짝 놀랐다. “이 물건들의 가치는 4천원 이상입니다. 하나에 2만원씩 전부 살게요!”용대산은 이유림이 말하기도 전에 부하들을 노려보았다.“뭘 꾸물거려, 빨리 계산해!”용대산 일행은 462만원을 낸 다음 장신구를 잔뜩 들고 떠났다.강동준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다 팔았으니까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살게!”이유림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양청아가 옆으로 끌어당겼다.“너 저 사람 조심해!”양청아는 바보가 아니었다.용대산이 공손하게 대하는 건 강동준 때문이라는 걸 그녀는 똑똑히 보았다.이는 강동준도 음지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이유림이 혹시나 나쁜 놈을 만날까 걱정되어 양청아가 귀띔해 주었고 이유림의 시선이 강동준에게 향하며 망설이는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곧 그녀가 유유히 한숨을 내쉬었다.“저 사람이 없었으면 가게 다 박살 났을 거야. 어쨌든 고마운 사람이야.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재수 없는 사람이라 저 사람을 위해서라도 적당한 거리 유지할 거니까.”강동준의 곁으로 다가온 이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돈 벌었어요. 같이 밥 먹을 거면 제가 살게요.”강동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러든지.”이유림의 눈에는 기대감이 번쩍였다. “저기 바비큐가 맛있는데 못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