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밀크티의 효능을 확인한 이유림은 잔뜩 들뜬 표정을 지었다.“대박이에요, 우리 이제 곧 부자가 될 거예요!”고개를 끄덕이던 강동준은 오늘 유난히 날씨가 화창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두 사람은 버스에서 내려 시내에 위치한 도원 스퀘어로 향했다.도원 스퀘어는 천해 광장만큼 들끓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쇼핑센터가 있어 유동 인구가 많았다.게다가 임대료도 천해 광장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아서 두 사람은 오늘 이곳에서 알아볼 작정이었다.한참을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마침내 좋은 위치에 비어 있는 가게를 발견하고는 바로 그곳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저쪽에서 살짝 갈라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고 강동준 일행이 가게를 빌리려고 한다는 말에 여성은 두 사람에게 30분 후 도착할 테니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다.30분 후, 한 젊은 여성이 강동준과 이유림에게 다가왔다.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170 정도 되는 키에 정장 차림으로 잘 배운 티가 났다.몸에 딱 맞는 직업 정장은 그녀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한껏 돋보이게 했다.하얀 스타킹이 감싸고 있는 두 다리는 균형 잡힌 비율과 탄탄한 각선미가 돋보였다.강동준과 이유림을 살펴보던 여성이 말했다.“가게를 빌리려고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가격만 적당하면 임대하고 싶어요.”여자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어갔다.“10평에 월 112만원이요. 흥정은 안 돼요.”이유림은 머쓱하게 말을 꺼냈다.“이 동네 땅값이 그렇다는 건 알지만 저희가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해서 좀 더 싸게 해줄 수는 없을까요?”그러자 젊은 여성이 웃으며 말했다.“미안하지만 흥정 안 된다고 이미 말씀드렸잖아요.”강동준은 이유림을 옆으로 끌어당겼다.“네 마음에 들면 그냥 여기로 하자.”하지만 이유림은 여전히 애를 썼다.“아가씨, 월 80만원 안 될까요?”젊은 여성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고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뭐, 어르신께서 또 쓰러지셨어
용천우는 가슴을 툭툭 치며 강동준에게 바로 도원 스퀘어의 매입처로 가라고 말했다.이유림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던 강동준은 그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매입처로 가라며 자신도 서둘러 그곳으로 가겠다고 말했다.매입처에 도착한 이유림은 높은 문 간판을 바라보며 잠시 눈을 깜빡였다.처음에 그녀도 매입처로 바로 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건 아니었지만 매입처에서 가장 중간에 위치한 매장을 담당한다는 생각에 가격이 너무 비쌀 것 같아 포기했다.‘강동준 씨가 매입처로 오라고 했는데... 이곳 가게를 빌릴 수 있을까?’하지만 강동준이 그러라고 하니 이유림은 결국 매입처로 발을 들였고 안에는 적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다.하지만 이유림을 본 그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하며 옆으로 피했다.붕대를 감고 촌스러운 옷차림의 여자가 이곳 가게를 빌릴 여력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마침 여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직원의 옷깃 사이로 음흉한 눈길을 날리던 남자 직원이 몸매가 좋은 이유림을 발견하고 눈빛이 밝아졌다.이 여성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긴 해도 최고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남자는 여직원의 다리를 슥 만졌다.“이따 밤에 나 기다려.”여직원은 히죽 웃으며 남자에게 윙크했다.“알겠어요, 팀장님.”팀장은 이유림에게 다가와 물었다.“아가씨, 필요한 것 있으세요?”이유림은 다소 소심하게 말했다.“가게를 좀 보고 싶어서요.”팀장은 싱긋 웃었다.“저희한테 있는 가게는 전부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고 사람도 많이 다니는 위치에 있어요. 제일 작은 가게도 90평이고 월 1200만원이죠. 물론 아가씨가 원한다면 5% 할인 해드릴 수도 있답니다!”이유림은 쓴웃음을 지었다.“미안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어요.”이유림의 맑은 목소리에 팀장은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이 여자는 못생겼어도 맑은 목소리와 화끈한 몸만 있으면 자신에게 환상의 쾌락을 선사해 줄 것 같았다.이런 생각을 하니 팀장의 아랫배에서 주체할 수 없는 열기가 치솟았다.그때 뒤
이유림은 팀장과의 대화에 흥미를 잃었다.떠나려는 이유림을 보며 팀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난 이 업계에서 오래 일해서 아는 사람도 많아. 내 말 안 들으면 여기서 가게 못 빌릴 줄 알아!”이유림의 말을 기다릴 새도 없이 팀장은 손을 뻗어 이유림의 손을 더듬었다.“하룻밤만 같이 보내면 돼. 손해 볼 것 없잖아?”이유림은 팀장을 뿌리쳤고 그는 살짝 짜증이 나 있었다.“주제도 모르는 년이!”말하며 팀장이 그녀를 세게 밀치자 이유림은 쿵 바닥에 주저앉았다.그때 문이 열리며 한 실루엣이 회오리바람처럼 달려들어 팀장의 뺨을 때렸다.팀장님은 그대로 날아가 의자를 박살 내고 죽은 개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강동준의 눈에는 희미한 냉기가 감돌았다.서둘러 매입처로 달려왔지만 이유림을 찾지 못한 그는 직원에게 물어봤고 이유림이 팀장의 손에 끌려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달려왔다.한 발짝만 늦었더라도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 순간 강동준은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팀장이 선처를 구걸할 틈도 주지 않고 그의 앞에 다가가 이유림을 밀친 손을 세게 밟았다.우두둑 뼈가 갈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팀장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눈이 뒤집힌 채 기절할 뻔했다.그런데도 그는 악의에 찬 얼굴로 강동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 내가 누구인지 알아? 넌 죽었어, 내가 장담하는데 넌 죽었어.”강동준의 얼굴에 서린 냉기는 가시지 않았고 그는 팀장의 온전한 손을 다시 한번 밟았다.이유림은 무의식적으로 이를 막으려 했지만 강동준이 자신을 위해 악마가 되었다는 걸 알았기에 입가에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위층의 소란을 듣고 아래층에 있던 직원들과 경비원들이 모여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구세주가 도착한 것을 본 팀장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뭐 하고 있어, 이 자식 잡지 않고! 내가 저 자식 팔다리를 부러뜨릴 거야!”경비와 남자 직원들은 강동준을 둘러싸고 있었고 여직원들은 시체를 보듯 강동준을 바라보았다.“저 멍청이는 여기
강동준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유림이 목소리를 높였다.“그런 거 아니에요!”곧이어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우린 정당방위예요. 좀 과하긴 했어도 저쪽이 먼저 잘못했다고요. 이렇게 큰 용승그룹에서 설마...”억지를 부리지는 않겠죠.그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용우희는 팀장의 가랑이를 콱 밟았고 히스테릭한 비명을 지르던 팀장은 곧바로 새우처럼 웅크렸다.용우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경비원에게 팀장을 데려가라고 지시한 뒤 강동준의 곁으로 다가왔다.“미안해요!”이유림은 안도의 긴 숨을 내쉬었다.용우희는 현명하게도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는 이 일을 가볍게 처리했다.하지만 강동준의 눈동자엔 서늘한 기운이 담담하게 깔려 있었다.“용승그룹은 이런 식으로 직원들을 관리하나?”용우희의 얼굴이 화끈거렸다.“도원 스퀘어의 투자 유치만 담당하는 외부 영입 인재라 용승그룹 사람은 아니에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 용승그룹 문제니까 사과의 의미로 비어 있는 가게 중에서 마음껏 고르시면 90% 할인된 가격에 넘겨 드리죠.”강동준은 단순히 매장을 사고파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유림이 그를 잡아끌었다.“이렇게까지 성의를 보이는데 이 일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요.”용우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강동준을 바라봤다.그날 약혼 파티에서 강동준은 후천 5급인 흑살을 순식간에 죽였다.게다가 강동준은 성격이 괴팍해서 자기 오빠 체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만약 강동준이 굽히지 않는다면 용승그룹 전체를 갖다 바쳐도 그의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 것이다.강동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유림이가 그만하라고 하니까 이쯤에서 끝내는 거야.”용우희의 두 눈에 의아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한편으로는 어렴풋이 원망스러운 마음이 밀려오기도 했다.‘이 자식, 나한테는 함부로 하면서 이 여자 말은 왜 이렇게 잘 들어? 그래, 내가 예전에 당신 불쾌하게 했고 그걸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도 내 알몸까지 다 봐놓고 이러기야
“형부, 안에 계세요?”가녀리고 부드러운 외침이 울려 퍼지자 샤워하던 강동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나 안에 있어!”욕실 문이 열리면서 처제인 이유설이 문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이씨 가문의 둘째 딸이자 천해 대학 퀸카인 이유설을 따라다니는 남자는 셀 수 없이 많았다.지금 이유설은 흰 셔츠에 검은색 짧은 치마만 입고 있었는데 젊음과 건강미를 마음껏 뽐낼 뿐만 아니라 성숙미까지 물씬 풍기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강동준은 무의식적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며 물었다.“유설아... 뭐 하는 거야?”이유설의 눈빛이 교활하게 번뜩이며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원래도 얇은 옷이 물에 젖어 달라붙으며 완벽에 가까운 몸의 곡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은근슬쩍 드러나는 야릇함까지 더해지면...강동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이유설은 그대로 강동준의 품에 뛰어들었다.“형부, 나 형부 좋아해요!”어린 여자의 몸은 은은한 향기와 함께 마구 유혹을 발산했다!강동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아니야! 늘 나를 때리거나 욕하기만 하던 이유설이 이렇게 살갑게 다가온다고?’하지만 그가 말하기도 전에 이유설은 옷깃을 찢으며 화난 얼굴로 말했다.“형부, 뭐 하는 거예요?”강동준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유설을 바라봤다.그때 욕실 문이 다시 한번 열리며 잔뜩 화가 난 이유림이 안으로 들어왔다.“강동준 씨, 뭐 하는 거예요?”강동준은 아내 이유림과 지난 몇 년 동안 부부지만 남과 다름없이 서로 선을 그으며 살아왔다.이유설은 울먹이며 말했다.“형부가 옷을 두고 왔다고 해서 내가 가져다줬는데 나를 욕실로 끌고 들어가더니... 흑흑.”이유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당신이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이유설의 눈에는 음침한 섬광이 스쳐 지나갔다.“언니, 이 자식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야! 반드시 이혼해!”이유림은 이를 악물고 진작 준비해 둔 이혼 합의서를 꺼냈다.“서명하죠?”강동준은 뭔가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이것 때문에 이런 짓을 벌인 거죠?”이유림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오는 노태연을 보자 이명천은 얼른 달려가 부축했다.“여기 왜 오셨어요?”노태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안 오면 이씨 가문의 명성이 그놈 때문에 더럽혀질 거야.”노태연을 뒤따르던 조명훈이 미소를 지었다.“강동준이 쓰레기인 것도 모자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일 줄은 몰랐네요. 처제까지 건드리다니, 하늘이 노하실 일이네요.”이명천의 눈이 번뜩였다.“뭔가 오해가 있는 게 틀림없어.”노태연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쏘아붙였다.“아직도 그 새끼 편드는 거야?”말을 하던 노태연이 쿨럭 기침하더니 갈수록 기침 소리가 격해졌다.이유림이 노태연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고 나서야 노태연의 숨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고 그녀는 분한 얼굴로 말했다.“이런 일이 생겼으니 유림이는 강동준과 이혼해야 해. 이혼하고 바로 조명훈과 결혼시킬 거야.”이유림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했지만 이명천은 언성을 높였다.“그건 안 돼요!”조명훈이 조씨 가문의 장남으로 천해에서 발만 굴러도 땅이 흔들릴 법한 인물이지만 매우 비열한 성격을 가졌다.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었다.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다.게다가 유명한 바람둥이에 극도로 변태적인 사람이라 아내가 전후로 세 명 있었는데 시달림을 견디지 못해 그중 두 명은 투신자살하고 한 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이 있다.이유림이 조명훈과 결혼하는 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짓이었다.조명훈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더니 차갑게 히죽 웃으며 노태연을 돌아보았다.노태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조씨 가문은 규모가 큰 집안이고 조명훈은 그 집안에 후계자야. 유림이가 조씨 가문에 들어가면 바로 사모님이 되어서 호사를 누릴 텐데 뭐가 문제야!”이유설이 낮은 소리로 거들었다. “아빠, 그 쓰레기보다 조명훈이 훨씬 나아요. 하늘에서 떡이 떨어진 셈이라고요. 아빠 고집 때문에 언니 행복을 망치는 건 안 되죠.”이명천은
아득히 긴 강물을 바라보며 강동준의 눈에는 희미한 호기심의 흔적이 번뜩였다.‘지금의 이유림이 날 구한 게 아니면, 또 다른 이유림이 있는 걸까?’한정판 메르세데스 벤츠 SUV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가까이 다가와 유려한 꼬리를 그리며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용천우가 차에서 내려 경건한 얼굴로 강동준을 향해 걸어왔다.두 달 전, 갑자기 병이 발작해 길가에 쓰러졌을 때 강동준이 구해주지 않았다면 죽을 뻔했던 그였다.하지만 강동준은 그 병이 하루 이틀에 생기는 병이 아니며 제때 치료하지 않아 다시 발작하면 그땐 신이 와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그 말을 굳게 믿고 강동준이 자신을 살릴 방법이 있다고 하니 그를 신처럼 떠받들었다.강동준은 용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이씨 가문 일에서 손 떼.”용천우가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손... 손 떼라고요?”이유림은 강동준의 아내이고 강동준은 이씨 가문의 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에게 1600억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그런데 왜 갑자기 손을 떼라는 걸까?‘혹시 내가 뭘 잘못해서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걸까?’이런 가능성을 생각하며 용천우는 벌써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강동준은 용천우가 오해한 것을 알면서도 굳이 설명하기 귀찮았다.“당신 병을 치료할 다른 약재는 이미 모았어. 이제 현음초만 구해오면 당신을 치료할 수 있어.”용천우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감사합니다 선생님!”강동준이 손을 흔들자 용천우는 정중히 물러났다.용승그룹으로 가는 길에 용천우는 반나절 동안 머뭇거리다가 결국 전화를 걸었다.“알아봐야 할 게 있어. 하나, 이씨 가문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선생님이 이씨 가문을 돕지 말라고 하는 건지. 둘, 묘의당에 가서 현음초가 있는지 알아봐.”용천우가 떠난 후 강동준이 강가에 서서 아련한 과거를 떠올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며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생님,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묘의당에 금방 도착한 약재에 현음초 세 송이가 있답니다!”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
전보민은 조명훈을 쳐다보지도 않고 강동준을 향해 걸어와 팔짱을 꼈다.“선생님, 여기 계신 줄 알고 특별히 찾으러 왔어요.”강동준은 얼굴을 찡그린 채 애처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전보민을 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전보민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줄곧 모른척했다.전보민은 분명 지금 자신이 이유림과 조명훈에게 굴욕당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두 사람 앞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자신이 나무라면 전보민에게 상처가 될 것이었다.조명훈의 얼굴은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고 이유림의 입은 계란을 넣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벌어졌다.왠지 모르게 원치 않는 장난감을 빼앗긴 것처럼 속이 괴로웠다.그때 전보민의 시선이 이유림과 조명훈에게 향했다.“선생님, 이 두 사람 어떻게 할까요?”조명훈과 이유림은 벌벌 떨었다.전보민은 수천억대 천봉그룹을 소유하고 있으니 이씨 가문과 조씨 가문을 몰살시키는 것 정도는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었다.강동준은 고개를 저었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전보민도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 말씀대로 해요.”강동준은 전보민을 떼어내고 안으로 향했다.“서류 신청한다며, 얼른 가자고.”이유림의 눈동자에는 망설임이 번뜩였다.자신의 두 눈으로 전보민이 강동준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걸 보니...‘설마 강동준에게 전보민을 고개 숙이게 할 힘이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야말로 내가 원하는 금수저 남편인데!’하지만 곧 이유림은 피식 웃더니 당당한 표정으로 강동준과 함께 법원으로 들어갔다.강동준이 정말 전보민을 굴복시킬 능력이 있었다면 3년 동안 이씨 가문에서 얌전히 지냈을까?전보민은 단지 튼튼한 강동준의 몸을 보고 그를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전보민이 갖고 놀다 질리면 강동준은 여전히 무일푼이다.모든 절차가 끝나고 이유림과 조명훈은 함께 떠났다.조명훈은 떠나기 전 도발하는 표정으로 강동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여자한테 빌붙는 건 남자도 아니지. 전 대표가 계속 예뻐해 주길 기도해. 안 그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