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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오후에 용천우는 오늘 밤 거물급 인사 한 명을 초대해 저녁을 대접하니 여러 가문의 후계자들에게 식사하러 오라는 초대장을 보냈다.

용천우는 천해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인데 그마저도 거물이라 칭하는 사람이니 다들 어떻게든 빌붙으려고 생각했고 초대받은 사람 중에 조명훈도 있었다.

임연비는 원래 이런 자리에 끼지 못하지만 조명훈과 동행하면서 함께 올 수 있었다.

강동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용천우가 초대한 사람이 나야.”

조명훈과 임연비가 한심한 눈길로 강동준을 쳐다보다가 둘이 동시에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특히 임연비는 웃느라 눈물까지 흘렸다.

“하하... 이 쓰레기가 지금 용 대표님이 초대한 거물이 자기라고 한 거예요? 하하... 웃겨 죽겠네!”

이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기다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강동준을 본 대부분의 사람은 조롱 섞인 눈빛을 보냈다.

“저건 이씨 가문의 쓰레기 아니야? 저놈이 언제 거물이 됐어?”

“용 대표님과 저놈은 하늘과 땅 차이인데 용 대표님이 저런 쓰레기를 식사 자리에 초대한다고?”

“쓰레기야, 얼른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거물을 건드렸다가 뼈도 못 추릴 거니까!”

강동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우물 밑에 있는 개구리 떼들.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것조차 아량을 베푸는 짓이었다.

그 생각에 강동준은 옆으로 걸어가 용천우를 불러서 상황을 정리하라고 시킬 참이었다.

이때 조명훈이 다시 거들먹거렸다.

“쓰레기 자식, 사흘 후에 천해 호텔에서 나랑 임연비 약혼해. 너 꼭 와라.”

이미 고수들을 찾았고 그들의 실력 또한 한병천보다 월등했다.

이제 전보민도 천해를 떠났으니 강동준을 처리할 때가 되었다.

말하던 조명훈은 강동준이 고수들에게 처참하게 당하는 장면을 본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강동준은 조명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조명훈은 가슴을 잔뜩 내밀었다.

“쓰레기 자식, 내가 허를 찔러서 불만이 있는 거야?”

임연비도 옆에서 거들었다.

“넌 명훈 씨에 비하면 똥이야. 하긴, 명훈 씨 모습 잘 기억해 둬. 네가 언제 이런 대단한 사람을 만날 기회나 있겠어?”

강동준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조명훈, 난 이미 3년 동안 임연비를 질리게 갖고 놀았어.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네가 이어받을 줄은 몰랐네. 고마워.”

조명훈과 임연비 둘 다 얼굴이 일그러졌고, 특히 임연비는 긴장한 얼굴로 조명훈에게 설명했다.

“명훈 씨, 저 쓰레기 자식 나 건드린 적 없어요!”

강동준이 크게 웃었다.

“그걸 믿어?”

조명훈의 얼굴은 더욱 험악해졌고 그는 역겨운 듯 임연비의 손을 뿌리쳤다.

바로 이때 검은색 차 한 대가 별장 근처로 다가왔고 차에서 내리는 한병천을 보자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용천우가 초대한 사람이 한병천이었구나!

그리고 모두들 반가운 얼굴로 한병천을 맞이했다.

한병천은 S시 최고의 의사였고 인맥도 넓었기에 그와 인연이 닿으면 고생을 덜 수가 있었다.

그 사이 일부 사람들은 강동준을 조롱했다.

“한병천이 왔네, 이 새끼 거짓말이 들통났네.”

“저 쓰레기 새끼는 지금 죽고 싶을 거야!”

한병천은 차에서 내려 그를 보고 눈에 기쁜 기색이 차올랐다.

용천우는 정말 대단하다, 강동준을 여기까지 초대하다니!

이런 생각을 하며 한병천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동준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선... 선생님!”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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