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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그때 자신이 이혼 서류를 들고 강동준에게 서명을 요구했고 강동준은 후회하지 않겠냐며, 그러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과 강동준이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해 강동준을 비웃기까지 했는데 이제 보니 정말 다른 세상 사람이 맞기는 했다.

다만 강동준은 천국에 있고 자신은 지옥에 있는 것일 뿐.

그 생각에 이유림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강동준,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나한테 기회를 줘.”

강동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직도 네가 내 아내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임연비?”

임연비는 힘이 다 빠진 듯 바닥에 주저앉아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강동준을 바라보았다.

“너... 너...”

강동준은 피식 웃었다.

“숨기기엔 이미 늦었어. 임연비, 네가 사실대로 말할 거야, 아니면 내가 말할까?”

임연비의 눈동자에 절망의 빛이 번뜩였다.

“안 돼... 하지 마! 강동준... 넌 인간이 아니야... 넌 악마야, 넌 악마라고!”

이명천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놀란 표정으로 노태연을 바라보았다.

“어... 어머니...”

조금 기운을 차린 노태연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리는데 내가 어떻게 그년이랑 만나게 그냥 둬! 그래서 그년이 죽고 나서 임연비와 이유림을 바꿨지. 내가 뭘 잘못했니?”

이명천은 깜짝 놀라 피를 토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10년 넘게 키워온 딸이 임연비라는 사기꾼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시작한 사람이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다.

이명천은 분노에 오장육부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강동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람처럼 다가와 손가락으로 이명천의 급소를 몇 군데 찔렀다.

이씨 가문에서 강동준에게 친절했던 유일한 사람이 이명천이니 강동준은 그를 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백한 얼굴의 이명천은 고함을 지르며 비틀거리는 몸으로 마당을 나갔다.

강동준은 가늘어진 눈매로 노태연을 바라보았다.

“친손녀까지 해치다니, 당신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야! 당신을 죽일지 말지는 이유림이 결정할 문제지만 LS그룹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당신 목숨을 일찌감치 끝내도 상관없어!”

노태연은 히스테릭하게 미친 듯이 웃었다.

“강동준, 네가 힘이 대단해도 LS그룹은 내 목숨이야. LS그룹을 가져가고 싶으면 내 시체부터 밟고 넘어가야 할 거야!”

반면 임연비는 도움을 청하는 듯한 표정으로 조명훈을 바라봤다.

“명훈 씨, 나 좀 도와줘요.”

강동준은 결국 전보민의 힘을 믿고 오만방자하게 굴고 있었다.

조명훈의 힘이 전보민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오성산과 가까운 사이니 그가 나서기만 한다면 강동준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강동준이 이유림을 옹호하는 모습에 옆에 있던 유강대는 벌써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잡은 사람도 이유림이다!

만약 강동준이 그걸 알고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권강당은 물론 자신에게도 재앙이 될 것이다.

이를 악물던 유강대가 부하들에게 행동을 멈추라고 연락하려던 찰나 강동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보민의 전화임을 확인한 강동준의 마음속은 어렴풋이 불안감에 휩싸였다.

미친 노태연은 일단 뒤로 하고 강동준이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 전보민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저 맞아서 기절했다가 깨어보니 유림 씨가 없어졌어요.”

“뭐?”

강동준에게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쾅-

이 기에 의해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격한 폭발음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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