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화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그 소리에 움직이자 강동준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타이밍 좋네.”

달려드는 네 명의 경호원을 강동준은 여유롭게 상대했고 주먹과 발차기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며 곧 네 명의 경호원들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이때 조명훈은 한 노인이 황급히 마당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백!”

유백은 조씨 가문에서 비싼 값을 주고 고용한 경호원이었는데 이미 후천 2품의 경지에 올랐다는 소문을 들었다.

유백이 오니 조명훈은 상황이 이렇게 되어도 여유로웠다.

마침 유백은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몇 분 늦게 도착한 것이다.

조명훈이 유백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강동준을 향한 모두의 시선에 조롱이 담겼다.

조명훈의 부름을 들은 유백은 번개처럼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조명훈이 살벌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쓰레기 제거해.”

유백은 히죽 웃으며 번개처럼 강동준 앞으로 다가와 강동준의 무릎을 걷어찼다.

그가 수십 년 동안 연습해 온 태클은 팔뚝만 한 나뭇조각도 견디지 못할 정도였다.

그 발차기 한 번에 강동준이 불구로 될 거라 다들 믿어 의심치 않았다.

“으악!”

소름 끼치는 비명이 울려 퍼지며 누군가 멀리 날아가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비명이 끊기지 않았고 이마에서는 더욱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땅에 떨어진 것이 유백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신을 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유백이 강동준에게 패배했다니?

조명훈의 표정이 한껏 가라앉아있었다.

특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강동준을 보고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뭐... 뭘 원하는 거야?”

유백이 강동준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줄이야.

자신의 곁에 유백 외에 다른 고수가 없다는 생각에 조명훈은 겁에 질렸다.

뒤로 물러서면서 그는 유강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유강대는 권강당의 당주였기 때문에 그가 나서면 강동준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강대는 두 눈으로 천장만 바라보며 조명훈의 시선을 무시했다.

이유림이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강동준은 이유림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경멸과 멸시, 그리고 경고의 눈빛이었다.

이유림은 알 수 없는 오싹함을 느끼며 몸이 굳어버렸다.

‘내가 알던 그 쓰레기가 맞나? 조명훈, 아니 노태연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이다!’

그런데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한병천 여사님께 축하 인사 전해 드리러 왔습니다. 여사님의 무병장수를 기원합니다.”

한병천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현장은 난리가 났다.

전국에서 제일가는 신의가 생일 축하를 하러 온다고?

이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거야!

노태연은 기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10년 넘게 병에 시달리며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데 한병천은 S시 제일의 신의인 만큼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조명훈이 목소리를 높였다.

“신의님, 살려주세요!”

한병천이 S시 제일의 신의일 뿐만 아니라 후천 4품의 실력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조명훈밖에 없었다.

그리고 조명훈은 한병천이 축하하러 온 건 자신의 초대를 받고 파티에서 노태연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더더욱 잘 알았다.

이제 한병천이 도착했으니 강동준은 분명 한병천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마당에 들어서서 바닥에 쓰러진 유백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조명훈이 강동준을 가리켰다.

“저 쓰레기가 파티장에서 난동을 부립니다! 신의님께서 해결해 주세요!”

조명훈과 한병천이 가까운 사이인 것을 확인한 노태연은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세상은 더 이상 힘만 세서 되는 게 아니지만 강동준이 뜻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한병천이 왔으니 다행이지 그게 아니면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강동준을 막을 수 없었다.

조명훈을 바라보는 이유림의 눈이 잔뜩 반짝이고 있었다.

‘역시 내가 선택한 남편이야, 한병천과 어떻게 아는 사이지? 저 쓰레기는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은 거야!’

모두 의아해하고 있을 때 한병천은 조명훈의 외침을 무시하고 유백에게 다가갔다.

의사로서의 본분이다.

자신의 높은 위치 때문에 오만한 그였지만 유백이 이렇게 고통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강동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가 건드린 거야. 그놈을 구한다는 건 나와 싸우겠다는 뜻으로 알 테니 뒷일 알아서 책임져.”

강동준이 감히 한병천에게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다들 한심한 눈빛으로 강동준을 바라보았다.

한병천은 천천히 돌아서서 눈을 가늘게 뜨고 강동준을 쳐다보았다.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강동준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방금 일어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알아서 상황 파악해.”

한병천이 호탕하게 웃었고 이유림이 옆에서 거들었다.

“신의님, 저 쓰레기가 당신을 우습게 봤어요! 당신이 할머니 병을 치료하지 못한다면서요!”

한병천의 웃음소리가 멈추고 눈빛이 번뜩였다.

“주제도 모르는 놈!”

강동준이 피식 웃었다.

“반쪽짜리 실력으로 남은 속일 수 있어도 나는 못 속여.”

한병천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고 조명훈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신의님, 저 녀석 제대로 혼내주세요! 안 그러면 신의님 명성에 먹칠하게 되잖아요!”

한병천은 강동준에게 다가와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난 이름 없는 사람하고는 안 싸워. 이름을 대!”

강동준은 자신을 얕잡아보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자신과 맞서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쌓아온 의술을 비하했으니 이 순간 한병천은 폭발 직전이었다.

하지만 한병천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강동준의 이름을 알아내고 싶었고 이유림과 조명훈은 조롱하는 얼굴로 강동준을 바라봤다.

저 쓰레기가 주먹 좀 휘두른다고 눈에 뵈는 게 없네.

이런 행동으로 한병천을 화나게 하기엔 충분했다.

한병천이 나선다면 저 쓰레기는 분명 이 세상에 태어난 것조차 후회할 거다.

강동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싸울 거면 싸우지, 무슨 쓸데없는 소리야.”

주먹을 휘두르는데 입을 왜 놀리나.

게다가 그는 이씨 가문의 일을 해결하고 이유림의 회복 상태를 살펴봐야 했다.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던 한병천이 크게 웃었다.

다만 그 웃음 속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악랄함이 드러나 있었다.

“좋아... 아주 좋아... 누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애송아, 내가 널...”

한병천이 화를 풀기 위해 거친 말을 몇 마디 하려는 순간 옆으로 물러나 있던 이명천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강동준, 얼른 신의님께 사과하지 못해!”

이명천은 노태연의 체면을 생각해 강동준이 화환을 보낸 것도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줄곧 침묵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동준이 겁도 없이 한병천을 도발하자 도저히 참지 못했다.

한병천은 순간 호흡을 고르지 못하고 격하게 기침했다.

천해 제일병원에서 그는 딸을 살릴 수 있는 신의를 만났는데 이름이 강동준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자기 앞에서 무모하게 구는 놈도 강동준이라니, 설마 둘이 같은 사람인 건가?

아니, 아니다!

이 녀석은 이렇게 어린데 어떻게 은혈을 알고 금침을 놓겠나!

그는 절대 딸을 구할 수 있는 신의 강동준이 아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