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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직 떠나지 않은 의사들은 이 장면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전 대표님이 눈여겨 본 사람이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

‘전 대표님은 눈이 멀었나, 어떻게 저런 사람 편을 들지?’

전보민의 눈에도 의심의 눈빛이 번뜩였다.

강동준의 의술은 분명 뛰어났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과장이 심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미 강동준을 따르기로 맹세했다는 생각에 전보민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

무조건 강동준 편을 들자!

살리면 그보다 기쁠 수 없겠지만 못 살려도 무조건 강동준을 믿는다!

강동준이 금침을 뽑아 드는 순간 그의 눈에서 밝은 빛이 번쩍였다.

금침에 현황 진기 한 줄기를 주입하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임성호를 비롯한 다른 의사들은 실컷 비웃었다.

침에 기를 주입하는 건 상급 의사들이나 하는 기술이다.

이 멍청이는 기술을 안다고 그걸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강동준의 손이 흠칫 떨리며 이유림의 머리를 찔렀다.

“허...”

현장에 있던 한의사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침의 몸통이 천령혈에서 1인치 정도 떨어져 있었다.

침과 뜸은 안정성과 정확성이 전부인데 혈 자리도 못 찾으면서 어떻게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

한의사가 웃는 것을 본 다른 사람들은 급히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한의사가 그럴듯한 얼굴로 상황을 설명하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세상에, 어디서 나타난 고수인 줄 알았는데 바보였네.”

“혈 자리도 못 찾으면서 사람을 구하겠다니, 하늘 높은 줄 모르네.”

“전 대표님은 어떻게 저런 사람을 눈여겨봤지, 믿을 수 없어.”

이 순간 강동준은 이미 이유림의 몸에 열여덟 개의 침을 찔렀고 모든 금침은 끝만 드러난 상태였다.

지친 얼굴로 강동준은 마침내 이유림의 손을 놓아주었다.

이제 이유림이 살았다는 걸 알았으니까.

한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열여덟 바늘을 찔렀는데 단 한 곳도 혈 자리를 제대로 찌른 게 없어. 괴짜야 아주!”

임성호는 일그러진 얼굴로 응급실을 나갔다.

멍청이가 장난을 친 거다.

그런데 전보민이 이곳에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이 멍청이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한병천이 곧 도착하니 그를 데리러 가야겠다.

한병천의 신분을 생각하니 임성호의 눈빛에 냉기가 감돌았다.

“전보민 씨, 여긴 천해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대단한 거물이라도 잠자코 있으라는 겁니다. 지금은 봐주겠지만 신의님이 내 병원에 온 뒤 제대로 따질 겁니다. 그리고 저 멍청이도 당신이 평생 지켜줄 수 없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

응급실에서 병상에 누워 있는 이유림을 바라보는 강동준의 눈동자에 아픔이 번뜩였다.

얼굴에 난 세 군데 상처의 피부와 살이 튀어나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었다.

얼른 치료하지 않으면 이유림에게 평생의 한을 남길 것 같았다.

그 생각에 강동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했다.

용천우의 병을 고치기 위해 그는 이미 약초를 모아 용승그룹의 창고에 넣어둔 상태였다.

그곳에 가서 이유림의 얼굴을 회복시킬 단약을 만들 수 있었다.

나가기 전 강동준은 전보민에게 당부했다.

“유림이 잘 부탁해.”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탄 강동준은 용승그룹의 창고로 달려갔고 차 안에서 강동준은 용천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 현음초 확보했습니다.”

강동준은 생각 끝에 말했다.

“창고로 와, 치료해 줄 테니.”

현음초를 손에 넣은 그는 용천우의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강동준은 용천우가 그동안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섬겨왔으니 단약을 제조할 때 용천우의 질병을 치료할 약도 만들 생각이었다.

용천우는 기뻐하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제가 지금 시청에 도착해서 아마 30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시청에 간 것은 당연히 4천억 수익이 걸린 사업을 위해서였다.

한번 시장님을 바람맞혔으니 두 번은 안 된다.

강동준은 웃으며 말했다.

“일단 현음초 먼저 가져오라고 하고 당신은 늦게 와도 돼.”

10여 분 후, 강동준은 용승그룹의 창고에 도착했다.

창고라고 하지만 강동준이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제조한다는 걸 알고 용천우가 방 하나를 마련해 제조실로 만든 것이었다.

강동준은 서둘러 제조실로 달려갔고 들어가기도 전에 아리따운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용우희는 강동준을 보자마자 역겨움이 흘러넘칠 듯한 눈빛을 보냈다.

“당신 진짜 여기저기서 보이네.”

현음초를 손에 넣은 후 용우희는 제일 먼저 용천우에게 말했지만 당시 용천우는 이유림의 행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용우희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방금 용천우의 연락을 받고 용천우를 구할 수 있는 이방인이 창고로 올 거라는 말에 용우희는 현음초를 들고 달려왔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에게 들이대는 녀석을 만날 줄이야.

워낙 오만한 사람이었던 용우희는 선입견까지 생겨 이러한 태도를 보였고 강동준은 그녀에게 설명했다.

“용천우 씨 병을 치료할 단약을 제조하러 왔어요.”

용우희가 현음초를 가져간 것도 모자라 여기에 나타난 걸 보아 강동준은 이미 어렴풋이 그녀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다.

더 이상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강동준은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용우희는 강동준의 주위를 빙빙 돌며 과장된 얼굴로 말했다.

“오빠가 사람 불러 병 치료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용우희는 강동준이 용천우가 모셔 온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강동준은 얼굴을 찡그렸다.

“용천우가 부른 사람이 저예요.”

웃던 용우희가 곧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런 농담 하나도 안 웃겨요. 난 지금 바빠서 당신이랑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 여기 계속 있다가 뒷일 책임져야 할 거예요.”

오만하고 건방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람!

‘그 주제에 어딜 감히 만나겠다고, 꿈도 야무져!’

강동준은 서둘러 사람을 구해야 했다.

“용천우에게 전화해서 확인하세요 그럼.”

용우희는 용천우가 현재 시장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연락할 수가 없었다.

강동준의 말에 그녀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신의라면 제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도 알겠네요?”

강동준은 용우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쪽 오빠와 같은 병에 걸렸을 줄은 몰랐네요. 다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 몸이 건강하니 발작하지 않았을 뿐이죠.”

용우희는 곧바로 강동준과의 대화에 흥미를 잃고 먼 곳을 가리켰다.

“저리 꺼져.”

아무리 똑똑한 한의사라도 최소한 맥은 짚어야 하지 않나?

이 자식은 겉으로 보기만 하고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고?

이런 헛소리가 어디 있나.

용우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창고에 있던 사람들이 다급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용우희와 강동준인 것을 확인한 창고 담당자는 황급히 달려와 공손한 표정으로 강동준을 바라보았다.

“선생님 오셨네요.”

용천우는 자신이 강동준의 은혜를 입었기에 강동준을 보면 자신보다 더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담당자는 서둘러 강동준에게 인사를 건넸고 용우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담당자가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 설마 강동준이 정말로 용천우가 보낸 신의?

‘아니야, 저 자식은 나와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엄마 뱃속에서부터 수련했어도 이 나이에 절대 유명한 의사가 될 수 없었다.

분명 저 자식 연기에 속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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