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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발이 강동준의 몸에 닿기 전에 경비원은 그에게서 강한 힘을 느끼며 구름처럼 날아갔고 바닥에 크게 넘어지면서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

다른 경비원이 곤봉을 꺼내 들고 앞으로 달려드는데 사나운 늑대처럼 쳐다보는 강동준의 눈빛에 경비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기가 밀려왔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경비원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강동준은 의사의 목을 움켜쥐며 오싹한 눈빛으로 말했다.

“빨리 수혈해.”

의사는 움찔하며 간호사를 재촉했다.

“뭐 하고 있어... 얼른 수혈해.”

간호사는 서둘러 이유림을 침대에 옮기고 이유림의 혈액형을 알아낸 뒤 동시에 이유림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강동준은 계속 이유림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유림은 전적으로 강동준의 현황 진기에 의지해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진기가 없으면 이유림도 목숨을 잃는다.

강동준이 자신을 미처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본 의사는 옆으로 물러나 전화를 걸었고 화가 난 상대의 목소리에 의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원장실에서 이 소식을 들은 임성호는 화를 내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

“이건 위법이야!”

예쁜 비서가 낮게 알렸다.

“신의님께서 도착하시려면 아직 한 시간 더 남았습니다. 지금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병원 경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럼 저희 병원 초대 교수 자리를 부탁하기 어렵겠죠. 그냥... 신고하시죠?”

원장은 비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신고하면 일이 더 커질 거고 신의님께서 더 불쾌해하실 거야. 나랑 같이 응급실로 가지. 감히 어떤 간 큰 놈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지 보자고!”

임성호는 의술이 뛰어나 천해의 많은 권력자들이 귀하게 모시는 사람이었기에 천해에서 나름 입지가 컸다.

하여 그는 직접 나서서 아무것도 모르는 놈에게 한 수 가르쳐줄 생각이었다.

임성호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의사도, 환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강동준의 흉포함 때문에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임성호가 도착하자 이들은 순순히 길을 비켜주며 병동에 있는 강동준을 고소하단 얼굴로 바라보았다.

“원장님이 직접 나섰으니 저 자식 곧 후회하게 될 거야!”

“안전관리국 국장도 원장님을 공손하게 대하는데 저 자식 이번에 큰일 났어.”

“이 자식, 원장님이 오셨는데 얼른 고개 숙여 사과하지 못해!”

성큼성큼 다가온 임성호를 바라보며 강동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반면 의사는 임성호에게 인사를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고 임성호는 인상을 찌푸린 채 재빨리 병상 쪽으로 걸어가 이유림의 맥박에 손을 얹었다.

이유림의 맥박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느낀 임성호의 눈이 번뜩였다.

“무식한 자식! 환자는 이미 죽었어. 이제 자네에게 기회를 주지. 환자 데리고 우리 병원에서 나가. 안 그러면 감옥에 들어가 콩밥 먹을 줄 알아!”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임성호를 바라보던 강동준은 눈매를 살짝 좁혔다.

“제일 병원 원장이라는 놈이 세상 무식하네.”

임성호가 언성을 높였다.

“내가 무식한지 아닌지 네가 뭔데 판단해! 당장 안 나가면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강동준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감히 날 내보내!”

제일병원은 천해의 모든 병원 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내면의 죄책감 때문에 강동준은 자연스럽게 이유림이 최고의 환경에서 치료받기를 바랐다.

하지만 원장을 비롯한 제일병원이 산 사람을 죽은 사람 취급하는 저급한 곳일 줄은 몰랐다.

원래도 기분이 안 좋았던 강동준은 처음에는 그래도 말로 설득하려 했지만 의사들이 이유림을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는 강경한 태도로 밀어붙였다.

임성호는 비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 문제를 안전관리국에 알리면 당연히 큰 소동이 일어날 테지만 유강대에 알리면 유강대는 분명 전광석화처럼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

저 멍청이와 죽은 사람이 병원 이미지를 망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전화를 걸기도 전에 하이힐 소리가 울리고 정장을 입은 여자가 응급실로 들어왔다.

온 사람이 천봉그룹의 전보민임을 확인한 임성호는 달려와 반갑게 맞이했다.

“전 대표님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전보민이 말했다.

“저기 강 선생님께서 살릴 수 있다면 살릴 수 있는 거니 협조나 하세요.”

임성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표님께서 지금 저 자식 편을 드는 겁니까?”

전보민이 눈을 크게 떴다.

“안 되나요?”

임성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저도 전 대표님 체면 봐 드렸겠지만 오늘은 안 됩니다.”

아무리 전보민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녀는 사업가일 뿐이고 그녀의 영향력도 S시 한정이었다.

천해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눈치를 보겠지만 어쨌든 여긴 천해다.

한병천은 S시에서 가장 유명한 신의였기에 이번에 그를 제일병원에 초대한다면 제일병원은 S시에서 내로라하는 병원이 될 것이다.

한병천이 이미 죽은 사람을 본다면 제일병원이 수준 미달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고 그가 이곳에 남는 건 물 건너가게 된다.

두 가지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할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임성호는 전보민과 얼굴 붉히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전보민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병원 얼마죠?”

임성호가 어리둥절해하자 전보민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 비서, 제일 빠른 속도로 제일 병원 사들여.”

모두들 전보민의 말을 알아듣고 차가운 공기를 훅 들이마셨다.

저 바보 때문에 전보민이 거금을 들인다고?

하지만 전보민이 천봉그룹 대표라는 걸 생각하면 그녀가 제일병원을 인수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이었다.

임성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보민이 멍청한 녀석 때문에 병원을 사들이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게다가 임성호는 전보민이 병원을 사들이고 제일 먼저 원장인 자신을 쫓아낼 거라 확신했다.

이런 생각에 임성호는 분노를 터뜨렸다.

“전 대표님,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여기 있게 하면 될 거 아닙니까!”

제일병원은 워낙 규모가 커서 한병천을 다른 길로 안내하면 그만이었다.

그쪽으로 가면 제일 병원에 대해 완벽하게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원장 자리를 잃는 것보다 나았다.

그제야 전보민의 표정이 조금 풀리더니 전화기 너머로 지시했다.

“일단 자금 준비하고 내가 명령만 내리면 한 시간 안에 천해 제일병원을 무너뜨려.”

임성호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그는 멍하니 서 있는 의사들을 보고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 안 해? 가서 할 일이나 해!”

의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간호사는 이유림과 같은 혈액형의 피 주머니를 가져왔다.

이유림의 몸속으로 천천히 피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본 강동준은 검은색 상자를 꺼냈고 그 안에는 당연히 금침이 있었다.

강동준이 금침을 꺼내자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임성호는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저 멍청이가 의술 좀 배웠다고 죽은 사람을 살려낸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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