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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키다리와 난쟁이는 동시에 위를 올려다보았다.

보닛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페라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담장을 넘어 허공에 날아오르는 것을 본 키다리와 난쟁이는 그대로 못 박은 듯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건... 이건... 이건...

어떻게 이런 일이!

페라리가 땅에 무겁게 착지하면서 땅이 흔들렸다.

쾅-

누군가 차 문을 걷어차고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

키다리가 손에서 허전함을 느꼈을 때 이유림은 이미 상대의 품에 안겨 있었다.

품에 안긴 이유림을 바라보던 강동준은 순간 소름이 끼치며 그녀의 몸에 현황 진기를 흘려보내 심장과 혈맥을 보호했다.

이유림이 잠깐은 생명의 위험이 없다는 걸 확인한 강동준은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다.

간과 신장에 균열이 생겼고 왼손이 찌그러지고 골절된 상태, 얼굴에는 세 군데의 외상이 있었고 상처가 가장 깊은 곳에는 이미 하얀 뼈가 드러나 있었다.

과도한 출혈과 외상으로 봤을 때...

자신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유림은 오늘을 넘기지 못했다.

몸에서 격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강동준이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하게 말했다.

“누가 시켰어.”

이 순간 강동준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

털썩-

털썩-

키다리와 난쟁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

“전 모릅니다!”

강동준은 키다리의 목을 움켜쥔 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누가 시켰는지 말해. 아니면... 죽어.”

키다리는 방광마저 저렸다.

“전... 진짜 모릅니다!”

두둑-

강동준이 손에 힘을 주자 키다리의 머리가 옆으로 축 늘어졌다.

겁에 질린 난쟁이가 일어나 도망가려는데 강동준이 난쟁이의 목을 움켜잡았다.

“죽어!”

난쟁이의 눈알이 튀어나왔다.

강동준은 난쟁이의 시체를 옆으로 던지고 마당 밖으로 달려 나가며 페라리에서 허둥지둥 내린 전보민에게 말했다.

“여긴 너한테 맡길게.”

전보민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동준은 이미 전보민의 시야에서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진 뒤였다.

이유림의 부상이 너무 심각했다.

금침으로 죽은 자의 백골을 치료할 수는 있어도 출혈을 멈출 수는 없었다.

병원으로 달려가 제때 수혈을 하는 것만이 이유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강동준이 사라지자 고급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하지만 당연히 이 차주들은 강동준처럼 담장을 넘는 운전 기술이 없었기에 바깥에 차를 대고 마당으로 달려갔다.

작은 마당에서 진한 피 냄새를 맡자 모두들 두피가 저리는 것을 느꼈다.

곧 이들은 경외의 표정으로 작은 마당에 있는 전보민을 바라보았다.

누가 용천우를 움직였나 했더니 천봉그룹 전 대표였다.

당한 상대가 전 대표의 친구라서 전 대표가 화가 난 것이 틀림없다!

전보민의 시선이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오늘 이 일은 절대 밖에 누설해선 안 됩니다.”

이들의 입을 막은 이유는 강동준이 피비린내 나는 살인적인 생활에 지쳤다는 것을 전보민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동준이 천해에 있다는 걸 누군가 알게 되면 또 다른 폭풍이 일어날 테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전보민은 자리를 떴다.

분명 강동준이 이유림을 병원으로 데려갈 텐데 전보민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강동준은 그림자로 변해 주변 풍경이 번개처럼 뒤로 사라졌다.

자동차에 버금가는 속도라 시내에서 이런 광경이 나타났다면 다들 깜짝 놀랄 것이다.

온 힘을 다해 달려가면서도 강동준의 가슴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약한 여자를 이렇게 다치게 하는 건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이유림을 치료한 후 반드시 배후를 찾아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할 것이다.

그런 결심을 한 강동준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이유림을 바라보며 눈가에 연민과 자책의 감정이 번뜩였다.

‘10년 전에 네가 없었다면 이 강동준은 이미 시체가 되어 있었을 거야. 내게 두 번째 생명을 준 건 너야. 그런데 한심한 내가 은혜를 갚겠다면서 널 알아보지도 못했어. 내가 널 좀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이런 고문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이제라도 널 찾아서 다행이야. 이제부터 너만 원한다면 내가 끝까지 네 곁에 있을게. 다시 네가 즐겁게 지내며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천해 어느 재벌가 저택.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기 너머로 연결음 소리를 들은 청년의 눈빛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청년은 심호흡하며 중얼거렸다.

“전화를 안 받네. 용천우가 또 시내 곳곳에서 사람을 찾고 있어. 두 일이 겹치니 꽤 재밌네.”

한 부하가 급히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알아보니 이미 죽은 게 틀림없습니다. 이유림은 사람들이 데려가 지금 제일 병원으로 이동 중입니다.”

청년은 탁한 숨을 내쉬었다.

“한 번은 빠져나가도 두 번은 도망 못 가. 그 여자를 죽여서 모두에게 보여줄 거야. 이 오성산을 거절하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거라는걸!”

부하가 조심스럽게 귀띔했다.

“하지만 이번엔 용천우가 나섰는데...”

“용천우 대단하지.”

청년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눈앞의 총알은 막아도 숨겨진 화살은 못 막지. 이번에 20억 주고 유강대한테 사람 납치해 오라고 시켜.”

30분 후, 강동준은 이유림을 안고 제일병원에 도착했다.

피투성이가 된 여자를 안고 미친 듯한 남자를 발견한 환자들이 저마다 피했다.

강동준은 이유림을 업고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

“선생님, 환자 수혈이 필요해요.”

“큰일이네!”

상황이 위급하다는 것을 안 의사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유림의 눈꺼풀을 열어 살펴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쪽 심정은 이해하지만 환자가 더 이상 가망이 없어서 수혈도 필요 없어요.”

강동준이 의술에 능하고 현황 진기를 수련하지 않았다면 그도 이유림의 맥박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동공이 확장된 상태인데 이는 환자의 죽음을 알리는 일반적인 징후였다.

강동준이 언성을 높였다.

“나도 의사에요! 안 죽었어요, 아직 살릴 수 있어요. 제 말대로 하세요.”

의사는 강동준을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미 죽었어요. 계속 소란 피우면 경호원 불러요!”

강동준의 눈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내가 안 죽었다면 안 죽은 거예요. 당신은 수혈만 해요! 아니면 뒷일 책임져야 할 거예요!”

광분한 강동준을 바라보던 의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곧장 문으로 달려가 소리쳤다.

“경호원... 경호원!”

경호원 두 명이 응급실로 달려왔고 의사는 강동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이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얼른 내쫓아요.”

경호원 두 명은 욕설을 퍼부으며 강동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소란을 피우는 거야?”

“자식, 알아서 나오지 않으면 내가 널 던져버릴 거다!”

강동준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다시 말할게...”

강동준이 여전히 횡설수설하는 것을 본 경비원 중 한 명이 발을 뻗었다.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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