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와 난쟁이는 동시에 위를 올려다보았다. 보닛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페라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담장을 넘어 허공에 날아오르는 것을 본 키다리와 난쟁이는 그대로 못 박은 듯 자리에 얼어붙었다.이건... 이건... 이건...어떻게 이런 일이!페라리가 땅에 무겁게 착지하면서 땅이 흔들렸다.쾅-누군가 차 문을 걷어차고 쏜살같이 달려 나왔다.키다리가 손에서 허전함을 느꼈을 때 이유림은 이미 상대의 품에 안겨 있었다.품에 안긴 이유림을 바라보던 강동준은 순간 소름이 끼치며 그녀의 몸에 현황 진기를 흘려보내 심장과 혈맥을 보호했다.이유림이 잠깐은 생명의 위험이 없다는 걸 확인한 강동준은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다.간과 신장에 균열이 생겼고 왼손이 찌그러지고 골절된 상태, 얼굴에는 세 군데의 외상이 있었고 상처가 가장 깊은 곳에는 이미 하얀 뼈가 드러나 있었다.과도한 출혈과 외상으로 봤을 때...자신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이유림은 오늘을 넘기지 못했다.몸에서 격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강동준이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하게 말했다.“누가 시켰어.”이 순간 강동준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보였다.털썩-털썩-키다리와 난쟁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전 모릅니다!”강동준은 키다리의 목을 움켜쥔 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누가 시켰는지 말해. 아니면... 죽어.”키다리는 방광마저 저렸다.“전... 진짜 모릅니다!”두둑-강동준이 손에 힘을 주자 키다리의 머리가 옆으로 축 늘어졌다.겁에 질린 난쟁이가 일어나 도망가려는데 강동준이 난쟁이의 목을 움켜잡았다.“죽어!”난쟁이의 눈알이 튀어나왔다.강동준은 난쟁이의 시체를 옆으로 던지고 마당 밖으로 달려 나가며 페라리에서 허둥지둥 내린 전보민에게 말했다.“여긴 너한테 맡길게.”전보민이 고개를 끄덕일 때 강동준은 이미 전보민의 시야에서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진 뒤였다.이유림의 부상이 너무 심각했다.금침으로 죽은 자의 백골을 치료할
발이 강동준의 몸에 닿기 전에 경비원은 그에게서 강한 힘을 느끼며 구름처럼 날아갔고 바닥에 크게 넘어지면서 앞니 두 개가 부러졌다.다른 경비원이 곤봉을 꺼내 들고 앞으로 달려드는데 사나운 늑대처럼 쳐다보는 강동준의 눈빛에 경비원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기가 밀려왔다.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경비원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강동준은 의사의 목을 움켜쥐며 오싹한 눈빛으로 말했다.“빨리 수혈해.”의사는 움찔하며 간호사를 재촉했다.“뭐 하고 있어... 얼른 수혈해.”간호사는 서둘러 이유림을 침대에 옮기고 이유림의 혈액형을 알아낸 뒤 동시에 이유림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이 과정에서 강동준은 계속 이유림의 손을 잡고 있었다.어쩔 수 없었다.이유림은 전적으로 강동준의 현황 진기에 의지해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진기가 없으면 이유림도 목숨을 잃는다.강동준이 자신을 미처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본 의사는 옆으로 물러나 전화를 걸었고 화가 난 상대의 목소리에 의사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원장실에서 이 소식을 들은 임성호는 화를 내며 책상을 쾅 내리쳤다.“이건 위법이야!”예쁜 비서가 낮게 알렸다. “신의님께서 도착하시려면 아직 한 시간 더 남았습니다. 지금 이런 일이 생기면 우리 병원 경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럼 저희 병원 초대 교수 자리를 부탁하기 어렵겠죠. 그냥... 신고하시죠?”원장은 비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신고하면 일이 더 커질 거고 신의님께서 더 불쾌해하실 거야. 나랑 같이 응급실로 가지. 감히 어떤 간 큰 놈이 병원에서 소란을 피우는 건지 보자고!”임성호는 의술이 뛰어나 천해의 많은 권력자들이 귀하게 모시는 사람이었기에 천해에서 나름 입지가 컸다.하여 그는 직접 나서서 아무것도 모르는 놈에게 한 수 가르쳐줄 생각이었다.임성호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의사도, 환자도 있었지만 그들은 강동준의 흉포함 때문에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임성호가 도착하자 이들은 순순히 길을 비켜주며 병
아직 떠나지 않은 의사들은 이 장면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전 대표님이 눈여겨 본 사람이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전 대표님은 눈이 멀었나, 어떻게 저런 사람 편을 들지?’전보민의 눈에도 의심의 눈빛이 번뜩였다.강동준의 의술은 분명 뛰어났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는 건... 과장이 심한 것 같은데?하지만 이미 강동준을 따르기로 맹세했다는 생각에 전보민은 다시 이를 악물었다.무조건 강동준 편을 들자! 살리면 그보다 기쁠 수 없겠지만 못 살려도 무조건 강동준을 믿는다!강동준이 금침을 뽑아 드는 순간 그의 눈에서 밝은 빛이 번쩍였다.금침에 현황 진기 한 줄기를 주입하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임성호를 비롯한 다른 의사들은 실컷 비웃었다.침에 기를 주입하는 건 상급 의사들이나 하는 기술이다.이 멍청이는 기술을 안다고 그걸 마스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강동준의 손이 흠칫 떨리며 이유림의 머리를 찔렀다.“허...”현장에 있던 한의사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침의 몸통이 천령혈에서 1인치 정도 떨어져 있었다.침과 뜸은 안정성과 정확성이 전부인데 혈 자리도 못 찾으면서 어떻게 죽은 사람을 살린다고.한의사가 웃는 것을 본 다른 사람들은 급히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한의사가 그럴듯한 얼굴로 상황을 설명하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세상에, 어디서 나타난 고수인 줄 알았는데 바보였네.”“혈 자리도 못 찾으면서 사람을 구하겠다니, 하늘 높은 줄 모르네.”“전 대표님은 어떻게 저런 사람을 눈여겨봤지, 믿을 수 없어.”이 순간 강동준은 이미 이유림의 몸에 열여덟 개의 침을 찔렀고 모든 금침은 끝만 드러난 상태였다.지친 얼굴로 강동준은 마침내 이유림의 손을 놓아주었다.이제 이유림이 살았다는 걸 알았으니까.한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열여덟 바늘을 찔렀는데 단 한 곳도 혈 자리를 제대로 찌른 게 없어. 괴짜야 아주!”임성호는 일그러진 얼굴로 응급실을 나갔다.멍청이가 장난을 친 거다.그런데 전보민이 이곳에 있으니 아무것도 할
용우희가 소리치려고 할 때쯤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며 용천우가 도착했다.시장님과 최대한 빨리 합의를 본 용천우는 곧장 창고로 달려왔다.용우희는 황급히 용천우를 향해 다가갔다.“오빠, 이런 사기꾼을 어떻게 믿어?”용천우는 당황했다. 하지만 용천우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용우희는 방금 일어난 일을 쉬지 않고 떠들어댔고 마지막에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나도 오빠랑 같은 병에 걸렸대, 다 거짓말이야!”용천우의 몸이 흠칫 떨리더니 용우희를 무시한 채 한걸음에 강동준 곁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선생님, 사실입니까?”올해 용천우는 마흔셋, 용우희는 스물셋이다!부모님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면서 용우희는 용천우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는데 용우희도 병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강동준은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용천우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 동생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고 제발 살려 주세요, 선생님.”강동준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용우희가 소리쳤다. “오빠! 이 사람 거짓말쟁이야. 정말 그 말을 믿어?”용천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날 오빠로 생각한다면 빨리 무릎 꿇고 선생님께 용서를 빌어.”용우희는 용천우가 그렇게 단호한 얼굴로 자신을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강동준이 말했다.“현음초만 충분하다면 도와줄 수 있어.”용천우는 침을 꾹 삼켰다.“그... 현음초 세 개가 있어요.”용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용우희를 노려보았다.“얼른 가서 현음초 가져와.”용우희는 내키지 않았지만 용천우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현음초를 꺼냈다.강동준은 제조실 쪽으로 걸어갔다.“당신들은 방해하지 말고 밖에서 기다려.”용천우가 공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용우희는 눈을 흘겼다.‘거짓말, 잠깐은 봐줄게! 우리 오빠 치료할 단약 만들지 못하면 가만 안 둬!’시간은 1분 1초 흘러 세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강동준이 여전히 나
병원으로 가는 길에 강동준은 전보민의 전화를 받았다.전보민은 협상 끝에 이유림을 VIP 병실에 보냈고 사람을 보내 이유림을 괴롭힌 두 사람의 행방을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강동준은 알았다고 답하며 병원으로 돌아오자 전보민이 서둘러 다가왔다.“어떻게 됐어요?”강동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약은 지었어.”말하며 강동준은 병상으로 다가왔다.“좀 어때?”전보민이 작게 답했다.“아직 안 깨어났어요.”강동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깨어나서 다행이야. 아니면 이런 고통을 어떻게 견디겠어.”전보민은 이유림의 몸에 여전히 박혀있는 금침을 가리켰다.“왜 침을 빼지 않았어요?”강동준이 설명했다.“침을 12시간 동안 놔둬야 효과가 극대화돼. 빼면 효과가 없어져.”전보민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득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잘해주네요.”강동준은 전보민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유림의 얼굴에 감긴 붕대를 조심스럽게 떼어낸 강동준은 부용단을 물에 녹여 이유림의 얼굴에 발랐다.이 과정에서 강동준은 더없이 집중하는 모습이었다.치료가 끝난 후 강동준은 전보민에게 생필품을 사라고 지시했다.이유림이 이틀 더 병원에 입원할 예정이라 생필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명령을 받고 전보민이 나가자 강동준은 병원 침대 옆에 앉아 이유림을 지켜주었다.10여 분이 지나자 이유림의 속눈썹이 떨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기절 직전 장면이 번개처럼 이유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이유림은 공처럼 몸을 웅크렸다.“하... 하지 마... 아악!”강동준은 황급히 이유림의 손을 잡았다.“다 끝났어, 다 끝났어. 이제 괜찮아.”이유림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사실과 눈앞에 낯선 강동준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그 자세를 유지한 채 이유림은 경계하는 얼굴로 물었다.“당... 당신 누구야?”겁에 질린 토끼 같은 이유림을 바라보는 강동준의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난 강동준이야. 기억 못 하겠지만... 10년 전 강가에서...”어쩌면 그 사건이 이유
강동준은 노태연이 단순히 복수심에 눈이 먼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당시 이명천이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유림의 어머니와 사랑에 빠진 것에 분노한 것이다.노태연은 모든 잘못을 이유림의 어머니에게 돌렸고 계략을 꾸며 그녀의 어머니를 죽였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일부러 이유림을 고문하기 위해 살려둔 것이다.이유림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노태연에게서 비롯되었다.다만 이번에는 두 깡패가 악랄해서 이유림의 목숨을 가져갈 뻔했을 뿐.사건의 전말을 다 알게 된 강동준에게서 폭력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유림을 그렇게 무자비하게 대하다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나!죄를 저질렀으면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것을!‘노태연, 내일 당신 생일 파티에서 내가 큰 선물을 줄게. 이유림에게 한 짓을 후회하게 할 거야!’그렇게 결심을 굳힌 강동준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이 있어. 유림이 좀 부탁해. 명심해, 12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절대 유림이 몸에 있는 침을 뽑으면 안 돼.”전보민은 강동준의 생각을 알았기에 눈동자를 반짝였다.“제가 어떻게 할까요?”강동준은 탁한 공기를 한입 가득 내뱉었다.“내가 알아서 할게.”그렇게 말한 후 강동준은 고개를 돌려 이유림을 바라보았다.이제 이유림은 살아났지만 수년간의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신체 기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이 치료법으로는 이유림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었다.우선 노태연을 찾아서 이유림에게 지은 죄를 갚게 하고 이유림을 완전히 치료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강동준이 떠나는 것을 본 전보민은 침대 옆으로 가서 잠든 이유림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부럽네요.”전보민은 혼자 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했다.“이 비서, 전해야 할 게 있어. S시와 우리 천봉그룹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 모두 천해로 오라고 전해. 그 사람들이 날 위해 나서준다면 천봉그룹에서 아낌없이 보답하겠다고.”한편 천해 제일병원 고위급 회의실에선 환한 표정의 임성
한병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해 제일병원이 수준이 높은 줄 알았는데 무식한 돼지 무리가 따로 없네요.”임성호를 비롯한 모든 의사들이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말았다.한병천의 의술은 지역 최고 수준이었다.남들이 제일병원 의사들을 돼지라고 한다면 의사들이 주먹다짐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박하는 말이라도 할 텐데 한병천이 이렇게 말하니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병천이 말을 돌렸다.“이쪽 초대 교수 자리는 없던 일로 하죠. 전 창피당하기 싫습니다.”임성호를 비롯한 일행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번에 한병천을 영입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이유림 사건까지 터져 수렁에 빠질 판이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았을걸.지금 이 순간 임성호 일행은 후회가 밀려왔다.한병천은 임성호 일행을 쳐다보지도 않고 살가운 얼굴로 전보민을 찾아왔다. “전 대표님, 신의님께서 지금 어디 계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 자신의 뛰어난 의술로 딸의 생명을 겨우 붙잡았지만 그 역시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딸을 치료하기 위해선 은혈만이 답이다.은혈의 강력한 기능을 사용하여 딸의 신체적 잠재력을 자극해야 했다.그도 은혈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체력의 한계 때문에 은혈에 찌르는 금침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다.이제 은혈을 아는 전문가를 힘들게 만났는데 이대로 놓칠 수 없었다.전보민은 당연히 한병천을 알고 있었지만 강동준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게...”한병천이 서둘러 말했다.“대표님께서 알려주시면 제대로 보답하겠습니다!”전보민은 쓴웃음을 지었다.“선생님께서 만나 뵙고 싶다는 말은 전할 수 있지만 만날지 말지는 신의님께 달렸어요.”한병천은 능력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질이 괴팍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엄숙하게 말했다.“소식 들리면 제일 먼저 알려주세요. 되든 안 되든 대표님께는 신세를 졌네요.”다음 날 점심이 되자 이씨 가문 저택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말끔하게 차려입은 노태연이 주름
그 순간, 현장에 있던 하객들은 벌집이라도 쑤신 듯 떠들고 있었다.“세상에, 저건 이유림 쓰레기 남편 아니야? 왜 화환을 들고 온 거지?”“듣기로 저 쓰레기랑 이유림이 어제 이혼했다던데?”“이유림과 이혼했으면 강동준은 집 나간 개만도 못한데 죽으려고 찾아온 건가?”사람들의 수군거림에도 강동준은 의연했고 무언가 결심한 듯 한 걸음 한 걸음 단호하게 내디뎠다.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천해로 돌아와 이유림과 결혼했는데 그 이유림이 과거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유림이 아닐 줄 누가 알았을까.‘내가 눈이 멀어서 저 이유림과 3년을 같이 살고 억대의 자산가로 만들어 줬지, 다 내 잘못이야!’하지만 노태연은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이유림을 표적으로 삼지 말았어야 했다.10년 동안 이유림을 고문하고 어둠 속에서 살게 했다.그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유림은 죽었을 테니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유림이 살려준 은혜를 갚았다고 할 수 있겠나.노태연의 생일파티에 화환을 가져온 건 그녀에게 이미 죽음의 종소리가 울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그래도 반성하지 않으면 하늘이 가만둬도 내가 가만 안 둬!’이유림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지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강동준 앞에 달려갔다.“강동준, 난 그래도 당신이 남자답게 깔끔하게 물러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뻔뻔할 줄은 몰랐어!”강동준의 반박을 기다리지도 않고 이유림은 목청을 높였다.“우리 이씨 가문을 협박해서 위자료 뜯어내려고 이러는 거잖아! 오늘 여사님 생신인데 너랑 소란 피우고 싶지 않아!”말하며 이유림은 수표를 꺼내 위에 금액을 쓰더니 강동준을 향해 던졌다.“2천만원 받고 당장 꺼져!”그녀가 돈을 건넨 이유는 노태연의 생일 파티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강동준의 뒤에 불어닥칠 전보민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하지만 당연히 이유림은 이 이유를 밝히지 않았고 현장은 수군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이 대표 참 착하네, 저 쓰레기한테 2천만원을 주다니.”“나였으면 저 쓰레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