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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수많은 고급 자동차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바람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거리를 폭파하는 소리는 귀를 찢을 정도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던 일을 내려놓고 각자 그늘진 골목길을 달려갔다.

총격전 중이던 두 일당도 명령을 듣고 곧바로 파도에 휩쓸리듯 물러갔다.

오두막과, 오두막에 있는 불쌍한 여자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호의 하늘이 무너진다.

천해 안전관리국 국장은 여유로운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사무실로 들어오는 부하를 본 국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

“하늘이라도 무너졌어?”

부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용... 용 대표님이 화나셨습니다!”

쨍그랑-

국장은 몸에 힘이 풀리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산산조각 났을 뿐만 아니라 본인도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

2초 정도 지나서야 국장은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어떤 간 큰 놈이 그분을 건드렸어!”

부하는 애써 침을 삼키며 말했다.

“아직... 아직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국장이 으르렁거렸다.

“뭐 하고 있어, 절대 용 대표님 쪽 사람들과 맞서지 말라고 빨리 내려가서 알려. 빨리 가!”

천해 서열 2위 세력이던 권강당은 용천우가 손을 씻으면서 천해의 지하 왕이 되었다.

그 시각 권강당 당주 유강대는 뜨거운 프라이팬 위에 올려진 개미처럼 초조하게 홀 안을 오갔다.

용천우의 분노로 천해가 흔들리고 있다.

‘그가 왜 갑자기 이러는 걸까, 꿍꿍이가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타깃은 누구고 원하는 건 뭘까?”

하지만 지금 유강대는 눈멀고 귀가 먼 사람처럼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안 돼.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어.’

만약 용천우가 자신을 노리는데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재앙이 닥쳐온다!

그 생각에 유강대가 사람들을 모으려는데 부하가 비틀거리며 홀 안으로 들어왔다.

“당... 당주님... 알아냈습니다. 용 대표님은 여자 때문에 화가 나신 거랍니다!”

유강대의 눈이 번뜩였다.

“무슨 여자?”

부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유강대는 부하를 발로 확 걷어찼다.

“얼른 가서 알아봐!”

비틀거리며 로비를 빠져나가는 부하를 바라보며 유강대는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용천우는 자신을 노리는 게 아니다!

‘다행이네!’

곧 유강대는 자리를 꿰찬 이래 가장 살벌한 명령을 내렸다.

“용천우가 화가 난 지금 용천우 쪽 사람들을 절대 건드리지 마. 어기는 자는 규칙에 따라 처벌한다.”

천해의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벌어졌다.

폭풍전야의 위기를 느끼면서도 그 이유를 몰랐기에 아무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이때 강동준은 용천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 찾았습니다! 찾으시는 분은 시 외곽 산 중턱에 있는데 거기 숲을 지키는 사람들이 남긴 작은 집이 있습니다!”

이미 페라리에 앉아 출발 준비를 마친 강동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강동준은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그의 모든 분노와 모든 걱정이 발 하나에 전부 모였다.

우르릉-

굉음이 울려 퍼지고 페라리가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달려 나갔다.

심각한 표정의 강동준을 보며 전보민은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저 남자가 자신 때문에 저렇게 화를 내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페라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사이를 좌우로 비집고 질주했다.

시속 200킬로로 달려 10분도 채 되지 않아 강동준은 천해를 벗어나 외곽으로 돌진했다.

도로가 더 이상 매끄럽지 않았지만 강동준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차체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강동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고 이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최대한 빨리 오두막으로 가서 이유림을 구해야 한다!

오두막 안에서 얼굴 살이 뜯긴 이유림을 보며 가면을 쓴 키다리가 일행에게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죽이지는 마.”

난쟁이가 히죽 웃었다.

“예쁜 얼굴인데 이렇게 망가지니까 아깝네.”

키다리는 기지개를 켰다.

“좀 쉬었다가 쟤 회복되면 다시 놀자고.”

두 사람은 함께 오두막 밖으로 나갔고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바라보던 난쟁이의 눈에는 의심의 눈빛이 번뜩였다.

“저 여자가 도대체 누구의 심기를 건드렸기에 우리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 거야?”

키다리는 난쟁이를 노려보았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돈만 챙기면 되지.”

난쟁이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한 번에 2억이라니, 이 돈만 받으면 바로 멀리 떠날 거야. 천해에 남아서 저 여자한테 했던 짓만 생각하면 악몽 꿀 것 같아.”

키다리는 난쟁이를 흘겨보았다.

“너 언제 여자가 됐냐.”

난쟁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비인간적인 거래는 처음이야. 얼굴을 칼로 긁고 한쪽 손뼈를 가루로 만들고 오장육부가 뒤틀리다니, 이건 인간이 견딜 고문이 아니야. 10년 동안 이 일을 해왔지만 저 여자가 당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해.”

키다리가 뭐라 말하려던 순간 귀가 들썩거렸고 난쟁이도 무언가 눈치챈 듯 귀를 기울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우르릉-우르릉-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키다리와 난쟁이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마당의 문을 향해 달려갔다.

산기슭에 펼쳐진 광경을 보자마자 두 사람은 얼어붙었다.

텅 빈 그곳에 수많은 고급 승용차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도로가 움푹 패 있어 고급 차들이 망가질 수도 있었지만 도핑이라도 한 듯 그들은 미친 듯이 달렸고 선두에는 빨간색 페라리가 있었다.

그 시각 빨간색 페라리는 붉은 번개처럼 바람을 가로지르며 보닛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졌고 차체에는 수많은 움푹 파인 곳이 있었다.

하지만 차는 멈추지 않고 뒤에 있는 차들과 거리를 한참 벌리며 달리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난쟁이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돈이 좋긴 좋네!”

키다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부자가 되면 이런 비포장도로 레이스를 주최하고 페라리를 사서 저렇게 달릴 거야.”

두 사람은 할 일 없는 재벌 2세들이 이곳에서 레이스 경기나 하는 줄 알고 있었다.

난쟁이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곧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아... 아니야,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아.”

키다리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서서 뒤돌아 오두막으로 달려갔다.

“뭐 하고 있어, 이유림 데리고 도망쳐!”

난쟁이는 꿈에서 깬 듯 정신을 차리고 키다리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오두막으로 달려가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이유림을 일으켜 세우고 문을 나섰다.

당황한 채 문을 향해 달려가는 난쟁이를 보고 키다리가 소리쳤다.

“죽고 싶어?”

그제야 난쟁이는 알았다는 듯이 뒤돌아 뒤쪽의 작은 문을 향해 달려갔다.

뒷문 너머에는 숲이 있었다.

숲에만 들어가면 저 차들은 아무 소용이 없었기에 그들은 안전했다.

쾅-

그런데 두 사람이 작은 문으로 달려가기도 전에 소름 끼치는 엔진 소리가 머리 위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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