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해 호텔 입구에서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강동준의 목소리를 들은 임연비의 눈에는 조롱이 한껏 차고 넘쳤다.어젯밤 이유설이 강동준에게 한 방 먹었다는 말을 들은 임연비는 화가 나서 들고 있던 컵을 내던졌다.하지만 의외의 수확은 있었다.이유설의 말을 통해 임연비는 강동준이 전보민에 의해 운천 별장에서 쫓겨나 빈민가에 세 들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는 전보민이 강동준에게 질려 점점 그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뜻이다!전보민이라는 방패가 없는 강동준은 한낱 싸움꾼일 뿐!이렇게 판단한 임연비가 강동준을 도발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강동준의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임연비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강동준, 당신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야. 안 오면 우리가 정성껏 준비한 선물 꾸러미가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임연비와 통화를 끝낸 강동준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당분간 임연비와 이씨 집안은 건드리지 않을 생각이었다.어쨌든 이씨 집안에서는 이유림을 괴롭혔고 이유림이 직접 복수를 할 수 있도록 임연비와 이씨 집안을 내버려둘 생각이었는데 임연비가 명을 재촉하니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게 미안할 정도였다.낮 12시, 천해 호텔 연회장 입구에 서 있던 임연비와 조명훈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손님들을 웃으며 맞이했다.오신 분들 대부분이 천해의 저명인사들인 것을 보고 임연비는 유난히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인맥이란 이런 것이구나!조씨 가문이 수십 년 동안 천해에서 싸우며 쌓아온 인맥이었다.이는 강동준이 몸을 팔아 전보민에게 의지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강동준과 전보민의 관계는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지는 얇은 얼음 조각과도 같지만 조씨 가문이 쌓아온 인맥은 깨지지 않고 단단했다.그것이 강동준과 조명훈의 차이점이었다!조명훈에 비하면 강동준은 쓰레기에 불과했고 강동준에게 속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이런 생각을 하며 임연비의 눈에는 기대감이 번뜩였다. “강동준, 겁쟁이처럼 물러서지 마.”호텔 안에서 노태연은 입이 귀에 걸렸다.오늘은 조명훈과 임연비가
강동준이 반박하기도 전에 용우희는 문득 깨달았다.“알겠다. 여기 와서 문제를 일으키고 최대한 이득을 챙기려는 거지?”강동준이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생각한 용우희는 마음속으로 혐오감이 커졌고 무의식적으로 강동준과 거리를 뒀다.용우희에게 설명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강동준은 피식 웃었다.“쓸데없는 생각이야.”당당하게 약혼식장으로 걸어가는 강동준을 보며 용우희는 이를 악물고 조용히 강동준의 뒤를 따라갔다.오늘 용천우는 중요한 손님을 모시는 날이라 용우희에게 일찍 와서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하지만 여기서 강동준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미 호텔 지배인과 전화 통화를 마쳤고 그가 다 준비한 데다 곧 용천우와 한병천도 도착한다는 생각에 용우희는 자연스레 강동준의 일그러진 본성을 보고 싶었다.이 순간, 용우희는 이미 용천우에게 곧 벌어질 일들을 모두 말하기로 결심했다!용천우가 강동준이 뻔뻔하게 이씨 집안을 협박한다는 걸 안다면 더 이상 강동준이 지어낸 헛소리를 믿지 않을 테니까.문 앞에 다다랐을 때 용우희는 갑자기 아랫배에서 한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자궁 질환이 발작한 걸 알아차리고 황급히 가방에서 온궁환을 꺼내 입에 넣었다.연회장 입구에서 천천히 들어오는 강동준을 보며 조명훈과 임연비 모두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저 쓰레기가 왔다.두 사람이 공들여 준비한 것들이 빛을 볼 때가 되었다.10분도 채 안 돼서 저 녀석은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될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조명훈은 강동준에게 다가갔다.“안 올까 봐 정말 걱정했어!”강동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3년 동안 데리고 놀던 여자를 누가 이어받는다는데 직접 보러 와야지.”임연비에게서 폭력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 자식이 또 그 얘기를 꺼내다니!조명훈의 얼굴은 다소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다. “연비 손도 못 잡아봤으면서 3년 동안 데리고 놀아? 꿈이라도 꾼 거야?”강동준이 말하기도 전에 조명훈이 언성을 높였다.“난 가끔 네
열두 시 정각에 약혼식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사회자가 마이크를 들고 단상으로 올라가 분위기를 띄운 뒤 조명훈과 임연비를 무대로 초대했다.임연비와 조명훈이 무대에 오르고 임연비는 두 사람을 응원하는 관중들의 환호 속에 마이크를 잡았다.“조명훈 씨와 함께할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긴 연설이 끝나고 임연비의 시선이 구석에 앉아 있던 강동준에게로 향했다.“제가 가장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전남편 강동준 씨입니다. 저 사람이 다른 여자에게 빌붙지만 않았으면 저와 이혼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결혼 생활 3년 동안 제 손끝 하나 만지지 못했는데 남자라면 그런 모욕을 참지 못했겠죠. 하지만 저 사람은 꾹 참고 돈 많은 여자 시중이나 들고 있었습니다.”현장은 순식간에 떠들썩했다!“강동준 진짜 뻔뻔하다. 그런 짓을 들켜놓고 여기에 밥을 먹으러 와?”“내가 강동준이라면 돌로 자기 머리라도 쳤어!”“3년 동안 임연비를 건드리지도 않았대, 그게 무슨 남자야!”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을 들은 용우희의 눈에는 경멸이 넘칠 정도로 짙어져 있었다.뻔뻔해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로 파렴치한 남자는 이 세상에 유일무이할 거다!강동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말까지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전처가 저한테 고맙다고 하니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가 없네요. 제가 3년 동안 저 여자를 건드리지 않았던 건 전처가 심각한 성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떻게 제 몸도 버리고 저 사람을 건드리겠습니까?”고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듯 파문이 일었다.강동준의 충격적인 폭로에 현장은 또다시 떠들썩했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조명훈은 임연비를 노려보았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임연비의 얼굴이 창백했다.“나... 난...”이 장면을 본 조명훈은 아무리 멍청해도 강동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고 가슴 속에서 살기 어린 분노가 새어 나왔다!‘이 나쁜 년! 나한테 또 얼마나 많은 걸 숨기고 있는 거야!’하지만 조명훈은 지금 이 시점에서 임연비에게 화를
설마 이 병이 임연비가 자신에게 옮긴 것일까?하지만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조명훈은 대놓고 임연비에게 따질 수 없었기에 큰 소리로 차갑게 웃기만 했다.“강동준, 네가 말한 그런 일은 없어!”하지만 강동준은 측은한 얼굴로 조명훈을 바라봤다. “말만 그럴듯하게 하면서 고집부리는군! 하지만 빨리 유명한 의사를 찾아서 치료하는 게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그 병 때문에 곧 남자구실을 못하게 될 거니까.”현장에서 강동준의 말은 벼락과 다름없었고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조명훈은 그만 참지 못하고 강동준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강동준, 지금 날 저주하는 거야?”강동준은 올곧은 눈빛으로 조명훈의 마음을 꿰뚫어 보았다.“내가 말한 게 진짠지 가짜인지는 네가 잘 알겠지.”조명훈이 으르렁거렸다.“이 헛소리 하는 개자식, 내가 죽여버릴 거야!”말과 동시에 조명훈은 강동준을 향해 격렬하게 주먹을 휘둘렀다!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오늘 이 일이 밖으로 퍼지면 자신이 남성 기능 상실했다는 건 천해 전체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사실이었다.강동준이 자신의 비밀을 폭로하고 임연비 망할 년이 자신을 해쳤다는 생각에 조명훈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조씨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 싫었던 조명훈은 임연비에게 화를 낼 수가 없어서 그 분노의 화살을 전부 강동준에게 돌렸다.두둑-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동시에 들렸다.조명훈은 부러진 자기 팔을 움켜잡은 채 눈에는 희미한 공포가 솟구쳤다!옆에서 지켜보던 조진국이 벌떡 일어섰다. “이 자식이 감히 조씨 가문 약혼식에서 난동을 부려? 살고 싶지 않나 보구나!”하지만 강동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조진국을 노려보았다.“먼저 손을 댔을 땐 결과를 생각했어야지!”조진국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한쪽에서는 임연비가 극강의 살기 어린 눈빛을 드러냈다!상대는 무려 조씨 가문의 가주다, 천해에서 발만 굴러도 천지가 뒤흔들리는 존재! 그런 그를 화나게 하다니...정말 죽는 게 무섭지도
노태연은 분한 얼굴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저 자식을 죽여버려!”지난 그녀의 생일 잔치도 강동준 때문에 엉망이 되었는데 이번에도 강동준 때문에 약혼식이 난리가 났다.노태연은 이미 강동준을 뼛속까지 증오하고 있었다!강동준이 전보민에 의해 운천 별장에서 쫓겨났고 여기는 조씨 가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니 더는 참지 않고 화를 냈다.임연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넘쳐흐르는 듯했다!강동준이 전보민에게 빌붙으면서 수많은 변수를 낳았고 이는 임연비의 마음을 짓누르는 커다란 돌덩이가 되어버렸다.이제 강동준이 드디어 죽게 되었으니 임연비는 앞으로 밤마다 편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강동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넌 내 상대가 못 돼.”당연히 흑살에게 하는 말이었다.강동준의 말은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순식간에 현장을 떠들썩하게 했다.나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죽을 때가 되어서 겁에 질려 바보가 됐다는 결론을 내세웠다.흑살은 험상궂게 웃었다.“강동준, 지금은 건방지게 굴어도 돼. 하지만 장담하는데 넌 그 오만함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렇게 말하며 흑살은 강동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고 누군가 재빨리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다. “바닥을 봐!”사람들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자 흑살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 3인치 깊이의 얕은 발자국을 남겼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걸음에 75센티미터, 3인치 깊이의 발자국이다!하객들 속에 있던 무술 수련자들은 이것이 무술 수련자의 내공이 온몸에 퍼졌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고 찬 공기를 훅 들이키지 않을 수 없었다.바로 이때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누가 감히 우리 용씨 가문의 친구를 건드려!”모두가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흑살마저도 발걸음을 멈췄다.용우희가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오자 강동준의 두 눈에 다소 놀라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용우희는 자신을 비열하고 뻔뻔하고 고약한 거짓말쟁이로 여기는데 왜 자신을 위해 나서는
용우희는 그래서 나선 거다!하지만 조진국이 강경하게 대응하자 용우희는 한숨을 내쉬었다.“강동준은 우리 용씨 가문의 은인입니다. 그러니 강동준이 죽는 걸 절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이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오빠의 뜻이기도 합니다.”조진국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아가씨는 오빠를 대변할 수가 없죠. 흑살, 강동준을 죽여!”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이미 짜증이 나 있던 흑살이 조진국의 말을 듣고 몸을 움직이려던 찰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누가 감히 강 선생님을 건드려!”모두의 시선이 홀 입구로 향했고 용천우와 한병천이 천천히 들어섰다.강동준 옆에 도착한 두 사람은 경건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강 선생님!”강동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알아서 하지.”용우희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경멸의 눈빛으로 강동준을 바라보았다.잘난 척은!그래, 잘난 척 실컷 해라.알아서 하겠다고? 어떻게 할 건데, 고작 네 주제에 조씨 가문의 화를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아?용천우는 다소 절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강 선생님께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강동준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용천우는 자신을 옹호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너무 야박하게 대하면 천해에 안 좋은 인상을 남길 것 같았다.어쨌든 자신이 있는 한 조진국과 다른 일행은 어쩔 수 없을 테니 우선 용천우에게 맡기는 수밖에!점점 얼굴이 일그러지던 조진국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용 대표, 정말 이 일에 참견할 생각인가?”용천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못 할 건 없죠.”조진국은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 자식을 죽이고 말겠다면 그쪽 용승그룹에서 우리 ZH그룹과 전면전이라도 벌이겠다는 건가?”용천우는 무덤덤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용승그룹이 자금이나 정보 면에서는 ZH그룹보다 한 수 위죠. 그리고 경고하는데 이 용천우는 칼자루를 손에 쥐고 바닥을 누비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강 선생님을 건드릴
조씨 가문과 오씨 가문이 힘을 합치면 그들의 세력은 이미 용승그룹을 넘어섰다.게다가 오씨 가문과 우호적인 권강당까지 합세해서 이 싸움이 시작되면 용승그룹은 당연히 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용천우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싸우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며 두 눈을 번뜩였다.“그렇다면 전면전을 벌이죠.”현장은 소란스러웠고 이미 몇몇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용승그룹이 조씨 가문과 오씨 가문을 상대로 싸우면 천해의 판이 뒤바뀔지도 모른다.미리 대비하는 것만이 이 피 터지는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조진국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차갑게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다.“용천우, 정말 저 쓰레기를 위해 홀로 나서겠다는 거야?”오석풍이 오성산을 데리고 달려온 것이다.노태연의 생일 파티에서 강동준은 조명훈을 고개도 들지 못할 정도로 짓밟으며 위용을 과시했었고 이후 오성산은 이유림을 구한 사람이 강동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유강대가 말하길 강동준은 자신이 이유림을 노리고 그런 짓을 꾸몄다는 걸 알고 있다.오성산은 강동준이 전보민을 뒤에 둔 채 한병천까지 꼬드겼으니 이제 더는 눈에 뵈는 것이 없으므로 반드시 이유림을 위해 나설 거라 생각했다.오씨 가문의 힘은 막강하지만 S시 오씨 가문에서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당연히 전보민과 한병천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로 S시 오씨 가문에 손을 벌린다면 무시당할 게 뻔했다.그래서 오성산은 조명훈에게 접근해 동맹을 제안했고 두 집안은 장단이 잘 맞았다.다만 오석풍과 조진국은 두 집안이 동맹한 이래 첫 대결 상대가 전보민이 아니란 것에 다소 의아했다.용천우는 엄청난 기세를 뿜어댔다.“두 가문에서 손잡았으니 나보고 고개 숙이라고? 꿈 깨!”조진국과 오석풍은 한심하게 그를 바라봤고 조진국은 흑살에게 눈치를 주었다.용승그룹 대표인 용천우가 이곳에서 죽으면 용승그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만약 조씨 가문과 오씨 가문이 용씨 가문의 재산까지 삼켜버
흑살이 이런 상황에서도 시끄럽게 떠들자 강동준의 눈에는 살기가 번뜩였다.하지만 이때 용천우가 나서서 제지했다.“강 선생님, 저 자식 형이 흑룡이에요!”흑룡은 신이 내린 살인자였다.H국의 수배자 랭킹 11위.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H국 군부의 포위와 공격 속에서 여러 번이나 도망쳤다.하지만 흑살이 흑룡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용천우는 과거 천해 지하 세계의 왕이었기에 우연히 그 사실을 알고 강동준이 곤경에 빠지지 않도록 상기시켜 주었다.강동준의 눈매가 가늘어지자 흑살은 그가 겁을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험상궂은 눈빛을 보냈다.“이 자식아, 겁먹어도 소용없어. 죽음의 나팔은 이미 울렸고 지옥에 떨어질 날만 기다려.”강동준은 한숨을 내쉬며 흑살의 귀에 속삭였다. “너 내가 누구인지 알아?”흑살의 눈에는 조롱이 가득 담겼다.그런데 강동준을 비웃기도 전에 강동준이 귓가에 속삭이는 말을 듣고 그의 몸이 크게 흔들리며 눈동자가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한병천의 눈에서 섬광이 번쩍였다.그가 봤을 때 강동준은 흑살을 죽이지 않았다. 흑살은 스스로 겁에 질려 죽은 것이다.강동준이 흑살에게 무슨 말을 했기에 그 무시무시한 흑살을 산 채로 겁에 질려 죽게 했을까.현장에는 죽음의 정적이 흘렀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동준을 마치 죽은 사람 보듯 쳐다봤다.저 멍청이가 흑룡의 동생을 죽였으니 이제 가는 날이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하지만 강동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조진국과 오석풍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조진국과 오석풍의 다리는 걷잡을 수 없이 떨렸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강동준의 시선이 마침내 오성산에게 멈췄다.“유림이가 직접 복수하길 바랐는데 네가 하도 간절히 죽음을 바라니까 들어줄 수밖에!”오성산은 괴성을 지르며 아랫도리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겁을 먹고 바지에 지린 것이다!강동준은 눈살을 찌푸렸고 두 눈에는 더욱더 경멸이 번쩍였다.자신은 이렇게 죽는 걸 무서워하면서 감히 납치에 협박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