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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작가: 박성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23 19:00:00
임지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워? 내가 뭐 널 잡아먹기라도 할 줄 알아? 난 그냥 너랑 같이 차 사러 가려고 하는 건데 네가 그렇게 싫으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면 되지 뭐!”

이청월은 임지환이 일부러 대답을 피하는 것을 보고 살짝 화가 나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그럴 예정이라면... 내가 너랑 같이 가줄게.”

임지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청월은 임지환을 흘겨보며 하얗고 부드러운 목을 한껏 치켜들고 말했다.

“아까는 수련한다고 하지 않았어? 내 개인적인 일 때문에 네 수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그럼 난 안 갈래. 내일 진운한테 같이 가자고 부탁해.”

임지환이 그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남자의 머리는 혹시 시멘트로 만든 걸까?

이청월은 임지환의 철벽같은 대답에 화가 치밀어 올라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저는 별로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곁에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진운은 화살이 자기한테 날아오자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견결한 태도로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형님의 시신을 집으로 보내고 할아버지께 이 일을 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임지환은 시선을 다시 오양산에게 돌렸다.

“저도 진 도련님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니까 시간을 짜낼 수 없어요.”

오양산이 임지환의 의도를 눈치채고 재빠르게 말했다.

“늦게 출발하면 되잖아. 그러면 시간 맞출 수 있어.”

임지환이 웃을 듯 말 듯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청월은 더 이상 이들의 서로 공을 넘기는 태도를 참을 수 없어 이를 악물고 으름장을 놓았다.

“임지환, 내일 안 오면 넌 진짜 큰일 날 줄 알아!”

이청월은 말을 마치고 화가 가득한 얼굴로 씩씩대며 밖으로 나갔다.

“두 분, 웃고 싶으면 얼른 웃어요. 그렇게 참다가는 병이라도 나겠네요.”

임지환은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며 유유하게 말했다.

“임 진인, 당신 같은 무술 고수도 찍소리도 내지 못할 때가 있군요...”

오양산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슬쩍 농담을 건넸다.

진운은 한술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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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월은 그 말에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임지환의 취향을 제대로 맞췄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이청월은 오늘 임지환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화장하며 꾸미느라 여념이 없었다.오피스룩, 아내 스타일, 선녀 스타일, 코스르레... 다양한 스타일을 한 번씩 시도한 끝에 결정한 게 로리타 스타일이었다.그런데 놀랍게도 임지환의 취향을 정확히 맞춘 것이었다.“난 단지 예쁜 여자가 좋을 뿐이야.”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취향을 부정했다.이 말을 들은 이청월의 얼굴에는 살짝 부끄러운 기색이 떠올랐고 이내 임지환을 흘겨보며 말했다. “작업 멘트 하나는 참 죽여주네.”어머, 오늘은 강철 같은 남자가 드디어 철이 드는 날인가?“차를 사러 가려던 거 아니었어? 얼른 출발해야지.” 임지환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얼른 볼 일 다 보고 돌아오자. 다시 수련해야 해.”“왜 그렇게 급해? 차 사는 게 무슨 채소 사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이것저것 따지면서 제대로 골라야지. 나랑 좀 더 시간을 보내기 그렇게 싫어?”이청월은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투덜댔다. 그런데 그런 투정과 로리타 스타일이 어울리자 너무 완벽했다.임지환은 이청월이 투덜대자 고개를 저으며 급히 부정했다. “그런 건 아니야. 난 그냥 일을 질질 끄는 걸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걱정 마. 이미 마음에 드는 차를 정해놨으니까. 네가 나랑 가주는 건 그냥 형식적인 절차를 한번 거치는 거야.”말을 마치자마자 이청월은 임지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이청월은 진운의 벤츠 S60을 운전해 임지환을 데리고 자동차 상가로 갔다.진운의 거의 20억 원에 달하는 롤스로이스는 이미 지난번 총격전에서 볼품없이 망가졌고 이 S60은 단지 그의 일상용 차량일 뿐이었다.자동차 상가에 들어서자 이청월은 바로 포르쉐 서비스 센터로 향했다.차를 주차한 후, 이청월은 자연스럽게 임지환과 팔짱을 끼고 함께 매장으로 들어갔다.“손님, 어서 오세요! 차를 보러 오셨나요?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릴까요?”깔끔한 정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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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왜 굳이 여자를 찾아야 해? 내가 뭐 질투라도 할까 봐 그래?”임지환은 이청월의 민감한 반응을 몹시 궁금해했다.“저 사람이 널 보는 눈빛이 참으로 불쾌하단 말이야. 분명 널 내가 데리고 노는 기둥서방으로 보고 있었을 거야.” 이청월은 주먹을 치켜들며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난 이런 속물들을 정말 싫어해. 게다가 방금 널 일부러 나한테서 떼어놓으려 했잖아. 의도가 너무 불순해 보여.”“그렇구나.”임지환은 뭔가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이 평소에 항상 낮은 자세로 행동해 왔기 때문에 아까 판매원의 시선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 이런 이청월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임지환, 너 여기서 뭐 하고 있어?”두 사람이 한담을 주고받을 때 갑자기 2층에서 뭔가 크게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지환이 고개를 들어보니 갈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에 검은 스타킹을 신고 얼굴이 이쁘장한 여자가 계단을 내려오며 임지환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뛰어오는 속도가 꽤 빠르다 보니 여자의 가슴이 눈에 띄게 출렁거렸다.“고미나?”오랜 친구를 생각지 못한 장소에서 만난 임지환은 약간 놀랐다.“난 네가 지수를 한결같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씨 가문 아가씨와 가까워지더니 지수를 깡그리 잊어버렸구나. 그래, 뭐... 새사람이 생기면 옛사람은 자연스레 잊히는 법이지. 세상의 까마귀는 다 검다고, 남자들은 다 똑같아!”고미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실망과 서운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임지환이 배지수를 무정하게 버리고 떠난 줄 알 것 같은 말이었다.“고미나 씨 맞죠? 난 당신과 배지수의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방금 하신 말씀은 사실과 많이 다르네요. 좀 너무한 것 같지 않나요? 임지환과 배지수는 이미 이혼했어요. 임지환이 누구와 함께 있든 그건 임지환의 자유고요. 이혼했다고 해서 다시 진정한 사랑을 찾으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이청월은 고미나의 말에 몹시 불쾌해하며 쉬지 않고 질타를 쏟아냈다.자기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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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지수는 그 말에 진심을 담아 이청월에게 대신 사과했다.“됐어요. 저딴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내려갈 필요 없어요.”이청월은 한숨을 쉬며 배지수의 사과에도 별로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누나, 우리도 이젠 억만장자잖아. 왜 굳이 저 사람한테 고개 숙여야 해? 저 여자는 기껏해야 태생이 좋은 것뿐이잖아. 이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배후가 없다면 별 볼 일 없는 계집이잖아.”배준영은 누나가 사과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청월을 비웃으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배지수가 경성 그룹의 실제 지배권을 되찾은 이후로 배준영은 눈에 뵈는 게 없이 거만해졌다. 누나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으니 이제 배준영은 누구에게도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준영아, 그만 닥치지 못해? 이씨 가문을 건드리면 우리가 어떤 큰 문제에 직면할 건지 알기나 해?”배지수는 참다못해 큰소리로 호통쳤다. 그녀도 자기 동생이 이 정도로 입이 가볍고 무모한 사람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배지수가 지금 이룬 성과는 누가 봐도 눈부셔 보였지만 이 모든 건 전적으로 이청월이 주식을 기꺼이 넘겨준 덕분이었다. 게다가... 현재 이씨 가문은 DCM 그룹으로부터 거의 2조 정도의 투자를 받은 상태였다. 이씨 가문 아가씨 이청월의 입장에서 볼 때 배지수의 막대해 보이는 재산은 사실 웃음거리에 불과했다.“너 이 자식, 또 오랜만에 매를 버는구나.”임지환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배준영 쪽으로 다가갔다.“누나, 살려줘!”배준영은 임지환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그가 자기를 정말 때릴 수 있다는 것 역시 빤히 알고 있었다.그래서 임지환의 행동을 보자 바로 누나 뒤로 숨었다.“임지환, 내 체면을 봐서라도 준영이 한 말은 그냥 무시해.”배지수는 동생을 뒤로 보호하며 마지못해 임지환에게 부탁했다.“나에 대한 개소리는 용서할 수 있어도 청월에게 한 개소리는 용서 못 해. 얼른 청월에게 사과해.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닌 성인이잖아. 자기가 내뱉은 말에 책임은 져야지.”임지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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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6화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5화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4화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3화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2화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1화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 은침 날리는 용왕   제600화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 은침 날리는 용왕   제599화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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