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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여자의 등쳐먹는 놈이 부잣집 아가씨의 도움 없이 차를 산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배준영은 그 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서 어느 때보다 더 기세가 등등했다.

“좋아, 그 내기 받아들일게.”

임지환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동의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청월 씨에게 도움을 청할 수는 없어. 오직 네 돈으로만 해결해 봐.”

배준영은 임지환이 꾐수를 쓸까 봐 급히 한마디 덧붙였다.

그는 모든 허점을 완전히 막아 임지환이 속임수를 쓸 기회를 철저히 없애려고 했다.

“당연하지, 난 여자의 돈을 쓰는 습관이 없어.”

임지환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조건이 하나 있어. 내게 준비할 시간을 반 시간 줘야겠어.”

“반 시간이 아니라 하루라도 기다릴 수 있어.”

배준영은 소파에 털썩 앉아 다리를 꼬면서 선심을 베푸는 척했다.

임지환이 으뜸가는 갑부 딸의 도움 없이 고급 차를 살 수 있는 재산이 있다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영아, 이렇게 큰 내기를 걸 필요는 없잖아. 옛정을 생각해 봐. 임지환이 우리를 도와준 적도 있잖아.”

배지수가 보다 못해 옆에서 임지환의 편을 들어주었다.

“누나, 그 녀석을 봐주는 건 그만해. 난 저 녀석이 여자 돈으로 나대며 사는 꼴을 도저히 못 봐주겠어. 이건 누나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거기도 해.”

배준영은 배지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큰소리를 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진퇴양난의 기로에 선 배지수는 깊은 한숨을 쉬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지환은 구석으로 가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유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지환은 국내 계좌의 유동 자금을 전부 유란에게 맡겨 투자하며 관리하게 했다.

“용주님, 무슨 일이죠?”

전화 너머로 유란의 다소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별일 아니야, 갑자기 차를 사고 싶어져서 연락했어.”

임지환은 웃으며 유란에게 지시했다.

“지금 은행에 가서 현금을 좀 찾아와 줘. 내가 직접 가기 귀찮아서 그래.”

눈치가 빠른 유란은 임지환의 말에서 뭔가를 감지하고는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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