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아마도... 그 임 대사는 홍 시장 딸의 목숨을 무시하진 않겠죠?”송진국은 비열하게 웃으며 손가락에 낀 옥반지를 휙 돌렸다.“송진국, 너 정말 비열하긴 짝이 없구나! 서연 씨를 인질로 삼다니, 너 그렇게 살지 마!”이청월은 송진국이 홍서연을 인질로 삼은 사실을 듣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쌍욕이 나갔다.“도량이 좁으면 군자가 아니요, 배짱이 없으면 장부가 아니야. 게다가 내 두 아들이 전부 그 녀석의 손에 죽었는데 내가 홍서연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를 베푼 거야, 알겠어?”송진국의 미소가 더욱 비열해졌고 치사한 본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청월 씨, 난 할 말은 다 했어. 이제 그 임 대사에게 연락할 시간이야. 얼른 연락해!”말을 마치고 송진국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아예 털썩 앉아 흥미로운 얼굴로 와인 한 잔을 들어 천천히 홀짝였다.상대방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했기에 송진국은 전혀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송씨 가문 사람들은 정말 비겁하구나. 누군가의 목숨을 인질로 삼고 임 대사를 내놓으라고 호통하는 걸 보니.” 한수경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흥분하며 말했다.“홍서연은 홍 시장의 딸이잖아. 송씨 가문이 겁이 없긴 없구나. 이렇게 대담한 일을 저지르는 걸 보니. 임 대사가 이런 비겁한 상대를 만나다니 불안해 죽겠어.”배지수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너도 임 대사가 굉장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그렇게 쉽게 당하지는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계약식이 끝나기를 기다려 청월 씨에게 가서 정확한 상황을 물어보는 게 중요해.”한수경이 옆에서 부드럽게 위안했다.배지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긴장된 눈빛으로 로비 상황을 주시했다.“송진국, 사실 임 대사는 계속 여기 있었어, 네가 눈이 멀어 못 알아봤을 뿐이지.”이청월은 송진국을 비웃으며 쌀쌀한 말투로 말했다.“구라 치지 마! 임 대사가 여기 있다면 왜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는 건데? 설마 우리 송씨 가문이
물끄러미 생각에 잠긴 사람은 비단 배지수뿐만이 아니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임 대사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지 은밀히 추측하고 있었다. 임 대사의 진짜 정체를 아는 사람들만이 눈치채지 못한 척하면서도 가끔씩 몰래 임지환을 훔쳐보곤 했다.수십 명이 모여 있었지만 각자의 속내는 천차만별이었다.“오늘은 우리 YS 그룹과 DCM 그룹의 계약 체결식입니다. 송 대표님, 당신의 사적인 원한은 의식이 끝난 후에 천천히 얘기해도 늦지 않습니다.”이성봉이 가볍게 헛기침하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오늘 이 계약식은 그냥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요. 십억 달러는 하루 뒤면 YS 그룹의 계좌로 이체될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버르장머리가 없는 사람이 감히 임 선생님을 모욕했다는 것입니다. 난 정말 궁금하군요. 당신네 송씨 가문은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나대는 건지!”줄곧 냉정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유란이 천천히 걸어가 송진국 앞에 멈춰 섰다.“당신네 송씨 가문이 항성에서 미쳐 날뛰어도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봐요. 여기 강한시에서도 멋대로 소란을 일으켜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입니다. 설마 강한시 시장인 이 홍진이 아무 능력도 없는 허수아비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죠?”홍진이 화난 눈빛으로 송진국을 노려보며 따졌다.“우리 이씨 가문이 당신네 송씨 가문만큼 세력이 어마어마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두려워 부들부들 떨고 그러지는 않아요. 임 대사와 싸우려면 당신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해 보고 큰 결단을 내려야 할 겁니다.”이성봉 또한 입을 열어 굵직한 한마디를 보탰다.순식간에 세 사람이 뜻을 모아 송진국에게 압박을 가했다.송씨 가문의 가주인 송진국은 당황한 나머지 말문이 턱 막혀버렸고 무더운 날씨 때문에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홍 시장과 이 가주가 힘을 모아 공격하는 걸 보니 송씨 가문이 일으킨 이 소란은 이제 슬슬 마무리될 때가 된 것 같군.”“아쉽긴 하네... 결국 임 대사의 등장까지
“항성은 특별 지역 소속이야. 네가 강한시에서 아무리 권세를 부려도 여기까지는 미치지 못해.”송진국은 말을 마치고 유란을 조롱하듯이 말했다. “아까는 참 잘난 척하더니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 이따가 경감님에게 질질 끌려갈 때 네가 그토록 존경하던 임 선생님이 뭘 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소리는 구라가 아니었네.”유란의 얼굴에는 기쁨도 슬픔도 없었고 자기가 당장 감옥에 갇힐 위급한 상황에서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오기 전에 네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거든. 원래 굳이 임 대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이 진흙탕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주인을 잘못 선택한 건 네 잘못이야.”송진국은 여유롭게 와인잔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너뿐만 아니라 이씨 가문 사람들도 다 조사할 거야. 오늘 이 계약 체결식은 절대 진행될 수 없을 거니까 그렇게 알아. 그리고 저 경호원도... 뭔가 수상해 보이는데 아마 이 여자와 한패일 수도 있으니까 절대 놓쳐선 안 돼.”송진국은 흡족한 얼굴로 임지환을 가리켰다. 이 짜릿한 순간을 위해 오랫동안 참아왔던 것이다.“이번에는 송 대표님이 단서를 제공한 덕분에 이 여자 도둑을 순리롭게 잡을 수 있었어요. 네가 항성 박물관에서 훔친 그 전시품은 이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할 때가 됐어.”스티븐은 송진국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머리를 번쩍 들어 승리자의 미소를 띤 채 유란을 바라보았다.“스티븐 씨, 당신의 끈기는 존경스럽지만 당신의 지능은 좀 아쉬운걸요. 그때 전시품이 도난당했을 때 내가 현장에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난 범인이 아니었어요. 진짜 도둑은 반달 전에 이미 해외에서 체포됐고 전시품도 당연히 주인에게 돌아갔어요. 당신이 진짜 경감이라면 이런 소식을 모를 리가 없겠죠? 아니면 사실 경감이 아닌 건가요?”유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조리 있게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난 3년 동안 널 추적했어. 어떻게 내가 범인을 잘못 잡을 수 있단 말이야?”스티븐의 눈이 붉어지며
“경감님, 이건 아무리 봐도 저 사람들이 고의로 만든 함정입니다. 경감님이 이대로 떠난다면 지난 3년 동안의 추적이 모두 헛수고가 될 겁니다.”송진국은 스티븐이 떠날 준비를 하자 조급해하며 서둘러 제지했다. 송진국은 피타는 공을 들여 오늘 이 계획을 설계했고 스티븐이 떠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게 뻔했다.“송 대표님, 난 다른 사람의 도구로 사용되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 명심하세요.”스티븐은 차갑게 송진국을 흘겨보고 부하들을 데리고 호텔을 떠나버렸다. 스티븐은 감찰 업계에 수년간 몸담아 수사 경험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 사람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수 없었지만 소문휘의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꾐수에 속은 바보 경감 연기를 해야 했다.“대박이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아. 스릴이 죽여주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씨 가문이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큰 반전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가히 충격적인 결과야.”현장에 있던 구경꾼들은 참지 못하고 연신 감탄하며 혀를 끌끌 찼다.이씨 가문 가주인 이성봉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성봉은 급히 다가가 소문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소 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관장님 덕분에 우리 이씨 가문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이따가 행사가 끝나면 함께 식사하시죠.”“이 회장님, 진짜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용성수 선생님입니다. 그분이 당시 제게 손을 내밀지 않았더라면 저는 이미 죽었을 겁니다. 이제 제 임무는 원만하게 끝났으니 떠날 시간이 된 것 같군요.”말을 마치고 소문휘는 임지환을 슬쩍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아무 말도 없이 지팡이를 짚고 호텔을 떠났다.“이 용성수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야? 소문휘 경 같은 인물을 이 자리에 초청할 수 있는 걸 보니 대단한 사람이 틀림없어.”“이름만 들어도 뭔가 무술 세계를 주름잡는 인물 같은데? 혹시 그 임 대사와 관련 있는 건 아닐까?”“그럴 가능성이 있지. 용성수가 임 대사의 친구일지도
“그냥 송진국을 보내줘. 지금은 공개적으로 송씨 가문과 맞설 때가 아니야.”이청월도 임지환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설득했다.이렇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임지환을 설득하자 그제야 어깨에 놓은 손을 치웠다.“아까 그렇게 세상 거만하더니 지금은 왜 말이 없어? 할 수 있으면 한번 때려봐! 내가 손가락 하나라도 다치면 그 여자애를 열 배로 더 고통스럽게 고문할 거니까!”송진국은 돌아서서 용두 지팡이를 들어 임지환을 가리키며 얼굴에 오만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진짜 두들겨 맞기 딱 좋은 얼굴이었다.하지만 곧 송진국은 웃음이 그대로 얼굴에 굳어버렸다.사람들의 경악한 눈길 속에서 임지환은 한 발 앞으로 나서 왼손을 뻗어 송진국의 손에 있는 용두 지팡이를 꽉 잡아 뒤로 살짝 당겼다.그러자 송진국의 몸이 앞으로 휘청이며 강제로 임지환 앞으로 끌려왔다.“나보고 한번 때려보라는 건 네가 스스로 주문한 거야.”임지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송진국의 머리를 꽉 움켜쥐고 전력으로 동종에 내리쳤다.땡!고막을 찢는 종소리가 로비 전체에 울려 퍼졌다.주르륵...순간 송진국의 머리에서 흐르는 붉은 피가 동종을 타고 천천히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어디 한번 추측해 봐. 내가 널 죽일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임지환은 유유히 웃으며 살벌한 말투로 물었다.순식간에 로비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이청월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세상에 송씨 가문의 가주을 이렇게 대놓고 두들겨 패는 미친놈이 있을 줄이야.“용주님의 스타일다워요. 멋지십니다.”오직 유란만이 미소를 지으며 임지환을 우러러보는 눈빛으로 그윽하게 바라보았다.“임지환이... 미친 것 같아.”배지수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이 광경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한수경은 배지수의 팔을 와락 당기며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지수야, 우리 빨리 떠나자. 그렇지 않으면 저 녀석 때문에 우리도 흙탕물에 빠질 수 있어.”“언니, 임지환이
‘한낱 경호원이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감히 나에게 손을 댈 수 있지?’“날 위협하기 전에 네가 오늘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임지환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죽기 싫으면 얌전히 서연을 풀어줘.”“홍서연을 풀어줘? 꿈 깨. 너 때문에 이런 망신을 당했는데 오늘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송진국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홍진을 바라보며 독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홍 시장, 당장 이 녀석을 감옥에 보내! 내가 기분이 좋으면 네 딸을 풀어줄 수도 있으니까.”홍서연은 홍진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홍서연의 생사를 손에 쥐고 있는 이상, 송진국은 홍진이 협조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송 가주, 솔직히 네가 정말 존경스러워.”홍진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무슨 뜻이야?” 송진국이 무심코 물었다.“너처럼 멍청하고 미련한 사람도 정말 드물거든.”홍진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조롱이 가득한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야? 설마 너도 내가 네 딸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전화 한 통만 걸면 바로 네 딸을 저세상에 보내버릴 수 있거든.”송진국은 말을 마치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부하에게 전화를 걸자마자 송진국은 냉랭한 말투로 지시했다. “협상이 순조롭지 않으니 당장 홍서연의 손가락 하나를 잘...”하지만 지시가 완전히 내려지기도 전에 손에서 휴대폰이 사라졌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임지환이 송진국의 휴대폰을 빼앗아 쌀쌀한 말투로 위협하고 있었다.“송진국의 목숨은 지금 내 손에 있어. 이놈이 죽는 꼴을 보기 싶지 않으면 반 시간 내에 홍서연을 안전하게 힐튼 호텔로 보내!”그러고는 송진국의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 발을 들어 힘껏 밟아 부쉈다.팍!수백만 가격에 이르는 비싼 맞춤형 휴대폰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났다.“저 임지환이라는 경호원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 감히 인질을 잡은 상대를 인질로 만든다니.”“이씨 가문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괴짜를 구했나? 사고방식이 완전
“오늘 밤 이후, 임 대사의 이름이 강한시 전역에 빠른 속도로 퍼지겠군.”이청월은 살짝 쓸쓸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솔직히 말해, 이청월은 자기만 간직한 이 소중한 비밀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았다.“지환 씨의 실력으로 볼 때 유명해지는 건 시간문제였어. 하지만 지환 씨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송씨 가문과 정면으로 맞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이성봉도 감탄의 목소리를 내며 혼잣말했다.“그건 아무래도 송씨 가문이 너무 거만해서 그런 겁니다. 납치 같은 비열한 수단까지 동원할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임 대사가 이렇게 거칠게 나오니 정말 속이 다 시원하네요.”홍진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임지환을 연신 칭찬했다.“내가 진작에 알아챘어야 했는데... 한낱 경호원이 이렇게까지 까불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야.”송진국은 임지환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하지만 네 가장 큰 실수는 너도 하늘을 뚫는 오만함이 눈을 가린 거야. 내 사람이 뭔가 낌새가 이상한 걸 알아챘으니까 이제 곧 여기로 올 거야.”“그래? 바로 내가 바라는 바야.” 임지환은 무심하게 말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반 시간 후, 넌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참회할 거야. 이번에 널 상대하려고 난 항성의 진 대사를 어렵게 초청했어. 진 대사가 오면 네가 계속 그 나불거리며 허세를 부릴 수 있을지 어디 두고 보자!”송진국은 차가운 목소리로 임지환을 위협했다.“대사를 청했다고요? 송 대표, 농담하는 거 아니죠?”이성봉은 송진국을 바라보며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다.“왜? 이제야 실감이 좀 나? 무서워 죽겠지?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송진국은 고개를 들고 임지환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이 녀석뿐만이 아니야. 이 녀석과 한편이 되어 나와 맞선 너희들도 이따가 하나하나 다 처리할 테니까 기다려 봐.”“이보게 송 대표, 예전에 날 후하게 대접한 그 옛정을 봐서 내가 임 진
진 대사는 송진국이 자기 안전을 위해 특별 초청한 사람이었다.초청 비용만 해도 무려 10자리 숫자에 달했다.진태양은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송진국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 조그만 강한시에서 감히 송 가주를 건드린 사람이 있다고요? 도대체 누가 그렇게 대담하기 짝이 없습니까?”송진국은 항성 송가의 가주로 사회적 신분을 따질 때 강한시 최고 갑부인 이성봉보다도 몇 단계나 높았다. 게다가 무술 대가인 진태양도 감히 송진국을 쉽게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송진국은 본 적 없는 초라한 모습이었고 머리에는 구타의 흔적이 선명하게 있었다.“바로 저 임지환이란 녀석입니다.”송진국은 손가락으로 임지환을 가리키며 일러바쳤다. “저 자식은 날 두들겨 팬 것도 모자라 세상에 두려운 사람이 없다고 허세를 부리더라고요. 이건 진 대사를 명백히 무시하는 태도잖아요.”“대담하고 무지한 망나니구나. 내가 책임지고 반드시 이 녀석을 폐인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패지. 오늘 이 자리에 누가 와도 저 녀석을 구할 수 없을 거야.”진태양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게 말했다. 무술 대가로서 이만한 자신감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와우! 역시 대사는 뭔가 달라. 등장부터 심상치 않더니 선전포고도 이렇게 당당하구나.”“진 대사는 항성에 거주하고 있어 우리 강한시 정부 관계자가 처벌할 권한도 없어.”“오늘 진짜 임 대사를 폐인으로 만들어도 진 대사는 아무런 처벌도 없이 그냥 쉬쉬하고 넘어갈 거야.”진태양이라는 무술 대가가 이렇게 당당하게 나오자 구경꾼들은 너도나도 웅성거리며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봤다.“내가 전화로 분명히 말했지? 홍서연을 안전하게 여기로 데려오라고. 넌 귀가 먹었냐, 아니면 미련해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거냐?”임지환은 진태양을 바라보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거침없이 말했다.“애송이야, 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건방지구나. 내가 무술 대가인 건 알기나 하오? 무술 대가는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예.”진태양은 약
자리에 앉은 후, 양쪽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민수 씨, 보아하니 이 지역 사람은 아닌 것 같네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육민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적시고 말했다.“저는 백운산에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 내려온 건 여행을 통해 자신을 단련하기 위해서입니다.”“여행이라고요?”임지환은 순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육민수를 보며 살짝 놀란 듯 물었다.“맞습니다, 이번이 산에서 처음 내려오는 겁니다.”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스승님께서 배울 건 거의 다 배웠으니 나머지는 여행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그래요? 그렇다면 민수 씨는 은둔한 검수란 말이군요. 근데 민수 씨 등에 멘 그 상자 속에는 대체 어떤 절세 명검이 숨겨져 있는 겁니까?”임지환은 차를 든 채로 무심하게 말했다.윙!임지환의 말이 끝나는 순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육민수의 표정이 돌연 엄숙해졌다.육민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임지환을 노려보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왜 그러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되물었다.“어떻게 내 상자 속에 검이 들어 있는 걸 알았습니까? 설마 날 계속 미행해 온 겁니까?”육민수는 칼집에서 칼날이 뽑혀 나온 듯한 기세를 뿜어내며 사람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했다.“진정해요, 난 당신에게 악의는 없어요.”임지환은 아무렇지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말했다.“왜 내가 상자 속에 있는 게 명검이란 걸 아는지 궁금한가요? 내가 그냥 추측한 거라면 믿을 수 있나요?”“믿습니다.”몇 초 동안 고민하던 육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임지환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민수 씨,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군요.”육민수는 임지환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속이 깊은 사람이군요.”“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군요.”임지환은 육민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세속의 일반인들은 그렇게 쉽게 검수의 존재를 알아채지
“넌 누구야? 이 녀석을 감싸려는 거야? 내 신발은 200만 원짜리 신발이야. 네 몸에 걸친 그 싼 구제 옷이랑은 비교도 안 된다고.”장해수는 임지환을 힐끔 보며 코웃음을 쳤다.비록 임지환은 육민수보다 훨씬 더 정상적인 사람 같아 보였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걸친 걸 다 합쳐도 10만 원이 넘지 않을 것 같았다.장해수는 이런 사람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여긴 것이다.“겨우 200만 원 갖고 이렇게 화내? 큰돈도 아니잖아.”이때 이청월이 뒤따라와 말했다.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샤넬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어 바로 옆 빈 테이블에 올려놓았다.이청월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럽고 매끄러웠다.“헉...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었나?”장해수는 임지환이 가리고 있던 시야에서 벗어난 이청월을 보자마자 시선을 이청월 몸에서 뗄 수 없었다.식당 안에 있던 다른 남자 손님들도 이청월의 뛰어난 외모를 보며 잠시 넋을 잃었다.이렇게 아무런 성형 수술 흔적도 없이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여성은 요즘 시대에 참 보기 드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은 곧 임지환의 저렴한 옷차림으로 옮겨졌고 속으로는 질투가 활활 타올라 임지환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또 여자 등쳐먹는 기생오라비야?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저런 녀석이랑...”“아가씨 체면을 봐서 이 돈은 받아둘게. 근데 이건 만 원이 안 되잖아.”장해수는 순식간에 돈을 세어보곤 다시 빈정거렸다.그 돈뭉치는 60만이었고 장해수가 요구한 금액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네가 신은 신발이 진품이라 해도 최대 40만 원 정도일 거야. 더군다나 너 그거 짝퉁이잖아.”이청월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60만 원이면 충분하고도 남아.”“밥은 아무렇게나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돼. 무슨 증거라도 있어? 내가 신은 신발이 짝퉁이라는 걸 입증할 증거 말이야.”장해수는 이청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듣고 내심 당황했다.사실 이 신발은 장해수가 8만 원 주고 산 고퀄리티 짝퉁이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손대지 마!”남자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하얀 머리 청년은 손으로 검은 천을 살짝 벗겨냈다.윙!임지환은 갑자기 오싹한 냉기가 식당을 감도는 기묘한 기운을 느꼈다.다시 집중해서 감지하자 그건 다름 아닌 예리한 검기였다.남자는 하얀 머리 청년의 손목을 꽉 잡았고 아까와 달리 부드럽던 눈빛이 확 차갑고 날카로워졌다.“내 물건에 손대지 마. 안 그러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자는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고 하얀 머리 청년의 손을 밀어내고는 다시 조심스럽게 검은 천을 덮으며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정성스럽게 접었다.그 과정을 마친 후, 남자의 차가웠던 눈빛은 다시 온화하고 순박한 모습으로 돌아왔고 조그마한 살기도 없는 사람처럼 무난해 보였다.“겨우 너덜너덜한 상자 하나 가지고 뭘 그렇게 유난이야?”하얀 머리 청년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날 이렇게 툭 쳐놓았으면 적어도 사과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어떻게 사과하면 되겠어?”남자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 이 신발은 한정판이야. 200만 원이 넘는다고. 근데 네가 이렇게 더럽게 만들었으니 내가 어떻게 신고 다니겠냐고?”하얀 머리 청년은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해?”남자는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자기가 잘못한 게 맞다고 인정하는 듯했다.하얀 머리 청년 장해수는 흡족한 표정으로 웃으며 남자를 내려다봤다. 이 남자가 마을에서 처음으로 시내로 올라온 촌스럽고 순진한 사람이라 살짝 겁주기만 하면 쩔쩔맨다는 걸 알아차렸다.“간단하지. 신발값 물어내.”장해수는 의자를 하나 끌어다 앉아 다리를 꼬았다.“난... 돈 없어.”남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이제야 남자는 돈이 없으면 영웅도 꼼짝 못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것 같았다.“돈 없다고? 돈도 없으면서 음식점에 들어와? 난 네가 진짜 돈이 있든, 없든 하나도 상관없어. 오늘 신발값 물어내지 않으면 경찰 불러서 널 잡아넣을 거야.”장해수는 계속 몰아붙였다.“이 사람
“안 돼, 꼭 한 입 먹어봐. 안 그러면 내가 직접 먹여줄 거야.”이청월은 고귀한 신분을 자랑하는 여왕처럼 임지환에게 명령하듯 말했다.“그럼... 알았어.”이청월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며 임지환은 마지못해 한 입 떼어먹었다.“어때? 너무 맛있지?”이청월은 기대에 가득 차서 물었다.“괜찮네...”임지환은 대충 웃어넘기고는 이내 물었다.“얼마나 더 걸을 거야?”“왜? 벌써 지친 거야?”이청월은 앞을 내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저 앞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있는데 저기서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게 어때?”“그러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세 번 절하고 아홉 번 꿇는 것까지 견뎠는데 이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함께 운우 골목에 위치한 “천향 식당”에 들어갔다.식당 내부는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값비싼 홍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심지어 최고급 백단향이 타오르고 있었다.아마도 이 과시적인 분위기에 관광객들이 약간 눌린 것인지 레스토랑 내부는 손님이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임지환과 이청월은 2층에 올라가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이청월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놀고 있었다.임지환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곧 시선을 한 사람에게 고정했다.임지환의 시선을 잡은 사람은 식당 입구에 서 있던 한 남자였다.임지환이 특별한 취향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남자가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었다.남자는 우람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와 눈동자를 가졌고 온몸에서 강렬한 고수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하지만 그 남자는 딱 봐도 특이한 헝겊으로 된 긴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발에는 헝겊신을 신고 있었다.남자의 등에는 길쭉한 상자를 검은 천으로 싸서 메고 있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 기묘한 차림 덕분에 임지환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당연히 한 몸에 받았다.하지만 남자는 부끄러운 듯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식당 안쪽을 향해 바라
“나더러 제자를 받으라고?”임지환의 표정이 묘해졌다.전에 소태진이 제자 타령하더니 이번엔 이민재가 이러네...임지환은 이 노인들이 그렇게도 할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졌다.“안 받아!”임지환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민재는 임지환이 이렇게 단칼에 거절할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 잠시 멍해졌다.이래 봬도 명의라 불릴 만큼 명성이 자자한 자기가 어디를 가든 분명 환영받고 존중받을 정도인데 임지환에게 이토록 매정하게 거절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이민재는 조심스럽게 이유를 물었다.“넌 너무 늙었고 못생겼잖아. 내가 원하는 건 미인이란 말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관심이 생기겠어?”임지환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네?”이민재는 입이 떡 벌어져 말을 잇지 못했다.설마 자기가 단호하게 거절당한 이유가 늙고 못생긴 데다 미인이 아니기 때문일 줄이라니, 놀라울 따름이었다.이청월이 옆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영감, 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무슨 방법인데요?”이민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외국에 가서 성전환 수술하고 얼굴 리프팅까지 하고 오면 돼. 그러면 내가 임지환에게 널 제자 삼으라고 말해볼게.”이청월은 말을 마치자마자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허청열과 화도윤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체면을 생각해서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당신들... 이건 너무하잖아요! 제자를 안 받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사람을 모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이민재는 눈을 부라리며 씩씩댔고 분노가 가득 찬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평생 힘들게 쌓아온 명성이 오늘 하루 만에 모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널 제자로 안 받는 이유는 네가 미인이 아니거나 늙어서도 아니야.”임지환은 조금 모자란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그럼 도대체 왜 안 받는 겁니까?”이민재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임 대사, 정말 고맙습니다. 도윤아, 날 대신해서 임 대사를 정성껏 대접해라!”화연평은 그제야 임지환의 말을 따라 침대에 편안하게 누우며 화도윤에게 조용히 당부했다.임지환과 이청월도 더 이상 화연평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고 방을 나섰다.“임 선생님, 제가 자인 호텔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화도윤이 싱글벙글 웃으며 얼른 쫓아 나와 임지환에게 말했다.“필요 없어. 우리가 직접 거기로 갈 테니 넌 여기서 화 장군님을 잘 돌봐.”임지환은 손을 흔들며 거절했다.“임지환, 우리가 간만에 금릉에 왔잖아. 제대로 한 번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자.”이청월은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임지환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잠깐! 두 분, 멈춰주세요!”두 사람이 막 떠나려 할 때 이민재가 허겁지겁 뒤쫓아왔다.“이 침왕, 아직도 볼 일이 남았나요?”화도윤의 이마에 주름이 잡히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 이민재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버지가 자칫 죽을 뻔했으니 화도윤의 마음속엔 여전히 이민재에 대한 불만이 남아 있었다.이민재가 의술로 유명하지 않았다면 이미 저택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임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이민재는 아까와는 다르게 공손한 태도로 존댓말까지 써가며 말했다.“부디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뭘 묻고 싶은 거야?”임지환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화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을 도대체 어떻게 제거하셨는지 궁금합니다.”이민재는 진심으로 지식에 굶주린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제가 침을 놓을 때 장군님 체내의 생기를 운용해 분명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는데 왜 결국엔...”“내가 왜 너에게 말해줘야 하지?”임지환이 이민재의 말을 끊었다.“그건...”이민재는 그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임지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굳이 자기에게 말해줄 필요가 없다는 걸 이민재는 알고 있었다.“저는 의사로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
“아악!”비명이 또 방에서 들려왔고 이번엔 더 고통스럽고 무시무시했다.“날 들여보내 주세요!”화도윤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화 회장님, 죄송합니다만, 그럴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화도윤을 막아섰다.“허 교관! 넌 정말 이대로 우리 아버지를 죽게 내버려두겠다는 건가?”화도윤의 눈은 핏발이 서서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물어뜯을 것 같은 야수 같았다.“저도 물론 장군님이 돌아가시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임 선생님 외에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임 선생님이 허락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들어가게 놔둘 순 없습니다.”허청열은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옆에 있던 이청월의 얼굴도 창백해졌다. 방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이 너무나도 끔찍했기 때문이었다.“이대로 가다간 나조차도 장군님의 생명을 지탱하기 어려울 겁니다.”이민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엔 먼저...”“끄악!”다시 한번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고 방 안은 곧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도윤과 허청열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할 말을 잃었다.“어휴... 이젠 무슨 말을 해도 늦었습니다.. 당신들, 사람을 잘못 믿은 겁니다.” 이민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끼익...”바로 그때, 임지환이 문을 열고 나와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가 늦었다고 했어?”“넌 실력도 부족하면서 괜히 잘난 척하다가 화 장군님을 네 손으로 죽인 거야. 이제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보겠어.”이민재는 냉랭하게 비웃으며 재밌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임 선생님...”허청열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와 조급한 얼굴로 물었다.“걱정 마, 장군님 체내의 사악한 기운은 내가 이미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 장군님 생명에는 더 이상 지장이 없을 거야.”임지환은 표정 변화도 없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정말입니까?”“임 선생님, 그 말씀, 정말입니까?”화도윤과 허청열은
“만약은 절대 없습니다!”화도윤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지며 은은하게 살기가 서렸다.“이 영감탱이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네. 말을 왜 이 따위로 해? 네가 실력이 바닥을 친다고 해서 임지환 실력도 바닥을 친다는 도리는 없잖아!”이청월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임지환을 깎아내리는 말이라 곧바로 받아쳤다.“이 버릇없는 계집, 닥치지 못해? 난 아직 네 죗값도 묻지 않았어!”이민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손을 들었다.“이 침왕, 자중하십시오.”둘을 지켜보던 허청열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이청월 앞을 막아섰다.허청열의 몸에서 칼날이 칼집에서 막 빠져나오기 직전인 듯 날카로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좋아요, 저 녀석이 진짜 화 장군님을 살려낸다면 이 부러진 손은 그냥 넘어가 주겠습니다. 하지만 살려내지 못한다면 화 선생은 더 이상 이 일에 관여하지 않길 바랍니다.”이민재는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이민재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허청열과 싸워봤자 손쉽게 당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콜록콜록...”방 안에서 갑자기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그 기침 속에는 피를 토하는 소리까지 섞여 있는 듯했다.화도윤의 얼굴이 굳어지며 안으로 뛰어들 듯이 몸을 움찔했다.그러나 허청열이 화도윤을 막아섰고 고개를 저으며 냉정하게 말했다.“화 회장님, 임 선생님의 허락 없이는 우리가 밖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알겠네.”화도윤은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지금, 화도윤은 임지환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한편, 방 안에서 오랜 시간 거친 숨을 몰아쉬던 화연평이 마침내 힘겹게 피곤이 가득한 눈을 떴다.화연평은 희미하게 보이는 임지환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임 대사, 고... 고맙습니다.”“화 장군님, 아직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치료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으니 꾹 참고 견뎌주시길
“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의사로서 수십 년간 수많은 생명을 구했고 의학계에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왔어. 오늘 너 같은 풋내기에게 내 명예를 더럽히게 둘 수는 없어!”이민재는 수염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로 눈이 뒤집혀 거의 쌍욕이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이 영감탱이가 어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 환자가 너 때문에 병이 더 악화했는데도 뭐라 하지 말라는 거야?”이청월은 눈을 부릅뜨고 이민재에게 쏘아붙였다.이민재가 일반 사람들에게는 오랜 명성을 자랑하는 침술의 대가일지 몰라도 이청월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임지환을 건드리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것뿐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민재는 이청월을 가리키며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지금 화 장군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인데 넌 환자를 살릴 방법을 찾기보다 네 명성 걱정부터 앞서는구나. 내 생각엔 넌 그냥 명예에만 집착하는 돌팔이야!”이청월의 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민재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어디서 나타난 계집이 감히 어르신에게 말대꾸를 해? 오늘 내가 네 부모를 대신해 제대로 교육해 주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민재는 더 이상 체면 따위는 개의치 않고 손을 뻗어 이청월을 때리려 했다.하지만 이민재의 손이 이청월에게 닿기도 전에 임지환이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았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딱!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재의 팔이 임지환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소리였다.“아악!”이민재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부여잡았고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붉게 달아올랐다.허청열과 화도윤은 이 광경에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얼굴이 창백해졌다.임지환의 행동은 너무나 대담했다. 침술의 왕이라 불리는 이민재의 팔을 부러뜨리다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 일이 의학계에 널리 퍼지기라도 하면 임지환은 의학계 전체의 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허 교관, 지금부터 난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