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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종사급을 바라보고 있는 서삼도는 두려울 게 없으니 고개를 더 빳빳하게 쳐들었고 이성봉과 홍진은 골치가 아프다는 얼굴로 눈을 질끈 감았다.

원한에 사로잡혀 명예도 재물도 통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피곤한 스타일이었으니까.

“감히 임 선생님한테 뭐?”

이때 가만히 있던 진운이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넌 또 뭐야?”

눈을 가늘게 뜬 서삼도가 진운을 훑어보았다.

“연경 진씨 가문의 진운이다.”

“뭐 나름 명문가 자제인 것 같은데 내가 그딴 타이틀에 겁먹을 것 같아? 강남에서 연경 가문이 뭔데 이래라저래라야.”

“이런 건방진. 아저씨, 저 자식 제대로 혼내주세요.”

진운의 명령에 결연한 표정의 경천이 한발 앞으로 다가섰다.

종사의 문턱에 한 발 정도 들인 상태이지만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떼지 못해 종사라는 타이틀을 가지지 못한 남자, 경천.

딱 봐도 강해 보이는 서삼도와의 대결이 걱정스러웠지만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에 그는 한발 앞으로 걸음을 내밀었다.

그런 그를 훑어보던 서삼도가 푸흡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널 먼저 제물로 삼고 임지환을 죽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자세를 고친 서삼도가 사냥감을 앞에 둔 맹수처럼 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한쪽 주먹을 가슴 앞으로 올린 경천은 서삼도의 다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상대의 첫수에 반응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격, 방어 방법을 찾는 것이 경천의 전략, 순간의 디테일 하나에 승부가 갈릴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경천은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분위기가 무거워지던 그 순간.

“당신은 저자의 상대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하죠.”

임지환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왔다.

“지환 씨...”

“이런 말 굴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자존심은 승부를 가리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실력 차이를 인정하는 것 역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잘 봐두세요. 당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존재감 때문일까? 순간 결코 건장하다고 볼 순 없는 임지환이 큰 비석처럼 느껴졌다.

“네, 알겠습니다.”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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