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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게다가 대나무로 엮은 것 같은 낡은 상자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잡상인 그 자체였다.

잠깐 동안의 스캔을 통해 장수혁은 배준영의 말이 훨씬 더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물론 고객의 외모만으로 재력을 판단하는 건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일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아주 낮은 일이니까. 아무리 봐도 부자처럼 보이진 않아.’

“고객님, 방 번호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미 대충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장수혁은 프로 의식을 발휘해 최대한 친절하게 질문했다.

“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룸이요.”

“로열 스위트룸? 하,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왜? 아예 이 호텔이 네 거라고 하지?”

배준영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전에는 무던하던 성격의 임지환이 왜 이렇게까지 허세를 부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참을 웃던 배준영이 말을 이어갔다.

“저기 팀장님. 얘가 지금 뭘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까 성운호텔 로열 스위트룸 하루 숙박비가 얼마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

“저희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은 단 두 개. 가격은 1박에 3000만원입니다. 물론 가격에 맞게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죠.”

“들었어? 3000만원이라잖아. 너 같은 애가 3000만원을 무슨 수로. 뭘 잘못 먹고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망상증? 그런 건 것 같으니까 일단 정신과부터 좀 가봐.”

‘가진 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우리 누나 고생만 시켜놓고 이제 와서 뭐? 너 오늘 제대로 당해 봐라.’

하지만 배준영의 비아냥거림에도 임지환은 침착하기만 했다.

“다른 방도 내가 예약했는데?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라서.”

“하. 뭐라고?”

배준영이 장수혁을 돌아보았다.

“저기 팀장님. 이 자식 진짜 미친 거 맞다니까요. 보는 눈도 많은데 이렇게 헛소리 계속 하게 두실 거예요?”

역시 임지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장수혁이 어느새 무전기를 꺼내들고 잠시 후 건장한 체격의 보디가드들이 임지환을 둘러쌌다.

“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뻥을 쳐선. 쌤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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