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가 붉게 물든 서삼도는 영락없는 악귀의 모습이었다.“사술이라.”경멸어린 눈으로 서삼도를 바라보던 임지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성장을 위해 이 정도 기행까지 저지른다는 것이 임지환으로서는 딱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서삼도, 저자도 이제 끝이네.’“죽어!”한편,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른 서삼도가 마지막 공격을 내리쳤다.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의 공격은 임지환을 반으로 갈라버릴 듯 매서웠다.“끼에에엑!”피를 머금은 검에서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들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고 귀청을 찢을듯한 울부짖음에 다들 귀를 틀어막았다.하지만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로 서있던 임지환은 맨손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막아냈다.“이... 이게 무슨...”회심의 일격을, 그것도 맨손으로 막아낸 임지환, 그런 그를 바라보던 서삼도의 얼굴에는 어느새 분노가 아닌 충격이 가득 들어찼다.‘내 필살의 일격을... 이렇게 쉽게?’그 순간 어이없게도 지난 수십년 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고강도 훈련으로 실력을 다졌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그렇게 끝없는 노력을 거쳐 만들어낸 공격인데 이렇게 쉽게 무너지니 지금까지의 인생 자체가 흔들리는 듯한 절망감마저 느껴졌다.“겨우 이 정도야?”피식 웃던 임지환이 손에 힘을 주자 굉음과 함께 귀기를 내뿜던 검이 그대로 부러졌다.챙그랑.“안돼!!!”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명검, 목숨보다 더 아끼던 검이 부러지자 서삼도는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검을 빼앗긴 당신은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군. 참... 슬퍼? 아니, 설마 공격을 세 번밖에 할 줄 몰라 서삼도라 불리는 건가?”연민 가득한 임지환의 눈빛에 서삼도는 맹수처럼 달려들었다.“누가 그래! 누가 그래!”“오, 숨겨둔 패가 또 있나 보지? 어디 한 번 보여줘 봐.”“그래. 지금 그 말 후회하게 될 거다. 이게 내 네 번째 공격이다.”서삼도가 손목을 들자 끊어졌던 검이 살짝 떨리더니 임지환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끊어진 검자루
“검 다루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겠네.”다음 순간 임지환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번뜩이는 검의 한광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서삼도는 뒤로 한발 물러섰다.바로 서삼도의 급소 앞에서 멈춰선 검, 자기 몸처럼 다루던 검이 본인을 노리고 있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그리고 그 경악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임지환이 다시 금속사를 당기고 검은 새로운 주인을 모시기라도 한 듯 너무나 고분고분 제자리로 돌아갔다.“뭐야? 잘난 척하더니 별거 아니잖아?”그저 단순히 임지환이 공격에 실패한 거라고 생각한 서삼도가 피식 웃었다.“글쎄? 정말 그렇게 생각해?”말을 마친 임지환이 마치 고철을 버리듯 검을 내던지고 자신의 목을 만지던 서삼도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언제 생긴 건지 목에 난 작은 생채기에서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슴팍을 흠뻑 적셨다.“뭐... 뭐야...”아연실색한 서삼도가 미친듯이 목을 틀어막아 보아도 피는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갔다.“윽.”잔인한 광경에 이청월은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어어억...”한손을 겨우 든 서삼도는 그렇게 마지막 말 한 마디 내뱉지 못한 채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한을 품은 듯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은 시체,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전히 차분한 모습의 임지환을 번갈아 바라보던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여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그 유명한 서삼도가 죽다니.그것도 이렇게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대결이라고 할 수조차 없었던, 싸움을 그대로 목격한 사람들은 임지환을 절대 적으로 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지환 씨의 실력은 종사... 아니. 어쩌면 종사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네요.”경천이 나지막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시체는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나?”홍진이 물었다.“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두세요.”이런 상황을 처리하는 전문 청소업자들을 부를 생각이던 홍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자네... 진심인가?”‘물고기 밥으로 던져주라고 할
매력적인 목소리, 유혹이 가득 담긴 말투, 늘씬한 몸매.불이 꺼진 집안, 이청월의 모습은 어딘가 흐릿했지만 오히려 그 몽롱함과 신비로움이 분위기를 더 묘하게 달구었다.차가운 달빛에 언뜻언뜻 비치는 하얀 어깨, 완벽한 쇄골라인.달의 여신처럼 고고한 자태의 이청월이 천천히 임지환의 곁으로 다가갔다.‘아름다운 여자네.’모든 것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완벽 그 자체인 모습, 그림같이 생겼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만 같은 미인이었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임지환의 시선은 무덤덤하기만 했다.“지환아, 너도 건강한 성인 남자잖아.”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이청월이 임지환의 귓가에 속삭였다.은은한 향수 냄새와 체향이 섞여 임지환의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가만히 있는 임지환의 모습에 이청월의 움직임은 점점 대담해지고... 긴 손가락이 천천히 임지환의 가슴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그녀의 손길이 아랫배를 향하려던 순간, 임지환이 그녀의 손목을 덥썩 잡았다.누가 봐도 미인인 여자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솔직히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살짝 거칠어진 호흡, 어느새 욕망이 깃든 눈동자.임지환을 바라보는 이청월은 살짝 겁이 나긴 했지만 기대감이 더 앞섰다.‘그래, 임지환. 날 가져.’천천히 눈을 감은 이청월의 입술은 촉촉한 과즙을 머금은 딸기마냥 탐스러웠다.하지만 한참을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에 이청월은 빼꼼 눈을 떠보았다.방금 전 보았던 욕망이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임지환은 다시 차분한 얼굴이었다.“이만 가.”임지환이 그녀의 손을 내쳤다.“왜? 배지수 그 여자 때문에 그래? 두 사람 이미 이혼했잖아. 괜찮아. 이건 배신도 아니야.”‘왜! 분명 날 원하면서 왜 참고만 있는 건데!’“이혼, 배신. 그런 거 때문 아니야.”임지환이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 어디가 그렇게 좋아? 솔직히 이혼하고 나서도 그 여자는 널 무시하고 네 자존심을 짓밟았어. 그 여자가 원하는 건 돈, 명예
“너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야. 인정해. 그런데 내 취향은 아니야.”임지환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이청월이 이를 악물었다.“그, 그래. 알겠어.”말없이 옷을 주워입은 이청월이 얼굴을 감싸쥔 채 도망치 듯 저택을 나서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임지환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이틀 뒤 성운호텔.성운호텔은 5성급 호텔로서 위치,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소항시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었다.호수 근처에 위치한 35층까지 건물은 소항의 랜드마크이기도 했다.“누나, 우리 앞으로 여기서 지내는 거야?”배준영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성운호텔 건물을 올려다보았다.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수많은 스포츠카 구경만 해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당연하지. 외할아버지 80세 생신이잖아. 뭐든 최고급으로 해야지.”온갖 보석 액세서리로 몸을 휘감은 유옥진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한편, 옆에 가만히 서 있는 배지수는 전혀 다른 생각 중이었다.소항시에 온 뒤로 강한시에 묶여있었던 자신의 시야가 얼마나 좁았던 것인지 깨달은 그녀였다.‘소항... 매력적인 도시야.’“일단 체크인부터 하죠.”잠시 후, 프런트.“네? 일반 스위트룸 숙박비가 하룻밤에 1000만원이라고요? 아니 무슨 강도도 아니고.”배준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웬만한 호텔에서 한달은 지낼 수 있는 가격에 겨우 하룻밤이라니.하지만 배지수는 태연하게 직원을 향해 카드를 내밀었다.“아니요. 괜찮아요. 그 방으로 해주세요.”바로 그 순간. 상자를 든 임지환이 호텔 로비로 들어서고...체크인을 마치고 방키를 챙긴 배지수는 고개를 돌리려다 바로 임지환과 눈이 마주쳤다.“너...”그를 발견한 배지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임지환, 너 미쳤어? 우리 누나 스토킹 하는 거야? 소항시까지 따라와?”역시 임지환을 발견한 배준영이 바로 욕설을 내뱉고 유옥진은 저딴 자식과는 말을 섞을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한편, 배지수와 그 가족들을 여기서 볼 거라곤 생각지도
분노로 가득 찬 배지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임지환이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뭔지는 몰라도 오해가 꽤 깊은 모양이네...’“가자!”“아니. 왜 자꾸 따라와? 넌 수치심 뭐 이런 것도 없어?”임지환이 여전히 따라오는 걸 발견한 유옥진이 앙칼지게 소리쳤다.“우리 누나 귀찮게 굴지 마. 누나는 물론이고 우리 가족들 모두 너만 보면 열불이 나. 또 내 눈에 띄면 그땐 진짜 죽여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배준영은 정말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 소매까지 걷어붙였다.“저도 여기 예약했는데요.”“하, 네가? 하하하하.”임지환의 대답에 배진영은 마치 굉장히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 배까지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아, 웃겨. 오랜만에 이렇게 크게 웃어보네. 야. 너 여기 숙박비에 하룻밤에 얼마인 줄이나 알아?”역시 옆에서 비웃던 유옥진이 물었다.“모르는데요.”“우리가 예약한 일반 스위트룸도 하룻밤에 1000만 원이야. 너 같은 거지 새끼가 언감생신 묵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앞으로는 허세를 부리고 싶으면 제대로 좀 알아보고 부려. 괜히 창피당하지 말고.”전 장모님의 비아냥거림에 임지환은 더 이상 변명하지 않았다.“당신은 참... 하나도 안 변했네. 한때 부부로서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그냥 성실하게 살아. 되지도 않는 자존심 부리지 말고.”깊은 한숨을 내쉰 배지수가 실망스러운 얼굴로 먼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뻔뻔한 자식.”혀를 끌끌 차던 유옥진이 배준영에게 말했다.“준영아. 저딴 쓰레기랑 괜히 말 섞지 말고 그냥 가.”“아니요, 엄마. 누나랑 먼저 올라가세요.”“왜. 뭐 하려고?”“저 자식 뭔가 수상해요. 행여나 우리 방 번호 몰래 알아내려는 거면 어떡해요. 제가 제대로 감시하려고요.”“알아서 해.”배지수와 유옥진을 태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고 다시 임지환 앞으로 다가간 배준영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야, 임지환. 너 뭐야? 너 우리 누나랑 이미 이혼했잖아. 그런데 왜 자꾸 우리 누나 귀찮게 굴어. 우리 외할아버지 소항시 재벌
게다가 대나무로 엮은 것 같은 낡은 상자까지 들고 있는 모습은 잡상인 그 자체였다.잠깐 동안의 스캔을 통해 장수혁은 배준영의 말이 훨씬 더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물론 고객의 외모만으로 재력을 판단하는 건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는 일이긴 했지만...‘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아주 낮은 일이니까. 아무리 봐도 부자처럼 보이진 않아.’“고객님, 방 번호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이미 대충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장수혁은 프로 의식을 발휘해 최대한 친절하게 질문했다.“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룸이요.”“로열 스위트룸? 하, 나 진짜 어이가 없어서. 왜? 아예 이 호텔이 네 거라고 하지?”배준영이 헛웃음을 터트렸다.전에는 무던하던 성격의 임지환이 왜 이렇게까지 허세를 부리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한참을 웃던 배준영이 말을 이어갔다.“저기 팀장님. 얘가 지금 뭘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까 성운호텔 로열 스위트룸 하루 숙박비가 얼마인지 말씀 좀 해주세요.”“저희 호텔의 로열 스위트룸은 단 두 개. 가격은 1박에 3000만원입니다. 물론 가격에 맞게 최고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망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죠.”“들었어? 3000만원이라잖아. 너 같은 애가 3000만원을 무슨 수로. 뭘 잘못 먹고 이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망상증? 그런 건 것 같으니까 일단 정신과부터 좀 가봐.”‘가진 건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우리 누나 고생만 시켜놓고 이제 와서 뭐? 너 오늘 제대로 당해 봐라.’하지만 배준영의 비아냥거림에도 임지환은 침착하기만 했다.“다른 방도 내가 예약했는데?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라서.”“하. 뭐라고?”배준영이 장수혁을 돌아보았다.“저기 팀장님. 이 자식 진짜 미친 거 맞다니까요. 보는 눈도 많은데 이렇게 헛소리 계속 하게 두실 거예요?”역시 임지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장수혁이 어느새 무전기를 꺼내들고 잠시 후 건장한 체격의 보디가드들이 임지환을 둘러쌌다.“그러게 왜 되지도 않는 뻥을 쳐선. 쌤통이
뭐?그가 바로 VIP 임지환이라고?!장수혁의 입가에는 경련이 일었고 안색이 순식간에 격하게 변했다. 정말 머피의 법칙처럼 이렇게 되다니!배준영은 장수혁의 표정 변화를 보고 정말 화가 난 줄로 알았다."장 매니저님, 저 이 녀석 알아요. 그냥 병신일 뿐이니까 더 이상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이 바로 한 대 때려요! 때리고 나면 저 녀석은 얌전해질 거예요!"배준영은 옆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고 그들이 싸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그러나 장수혁은 단번에 그를 밀어내고 임지환의 곁으로 달려갔다."임 선생님, 정말 선생님이십니까?""전 소식을 받은 후 줄곧 여기서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눈치가 없어 방금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세요. 만약 제가 예의를 차리지 못한 점이 있다면 양해해 주세요!"장수혁은 임지환의 손을 꼭 잡고 끊임없이 사과했다.임지환은 그의 지나친 열정에 조금 불편함을 느껴 재빨리 손을 뺐다."모르는 자는 잘못이 없죠!"임지환이 담담하게 말했다.장수혁은 바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하마터면 위험할 뻔했다!이 귀한 손님이 탓을 하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큰 사고를 쳤을 것이다.그는 즉시 고개를 돌려 큰 소리로 외쳤다."모두 멍해서 뭐해? 이 분은 우리 호텔의 귀한 손님이셔, 어서 와서 맞이해야지?"이 말을 듣고 호텔 직원들은 바로 하고 있던 일을 내버려두었다.종업원, 경비원, 프런트, 청소부까지... 단번에 정연하게 두 줄로 섰다."존경하는 VIP 손님, 성운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신의 만족은 저희의 추구입니다! 마음에 드시는 입주 체험을 하시길 바랍니다!"아무래도 5성급 호텔 직원이다 보니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거친 것이 분명했다.그들은 허리를 모두 90도로 숙였고 가지런하고 일치하게 큰소리로 외쳤다.배준영은 이 장면을 보고 넋을 잃었다!아니... 임지환이 VIP 손님이라고?설마 저 녀석이 정말 펜트하우스 로열 스위트룸에 입주한 사람인가?빌어먹을
"만약 또 다음번이 있다면 그가 또 어떤 엉뚱한 일을 할지 몰라."유옥진은 눈을 흘기며 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배지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 어머니의 말이 아주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임지환이 일부러 염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자신이 이곳에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까?우연히 만난다는 핑계는 세 살짜리 아이나 속일 수 있다!"엄마, 임지환이랑 완전히 끝냈어요. 만약 다음에 또 온다면 경찰에 신고해서 처리할게요!"배지수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녀도 수없이 엮이다 보니 임지환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이제 엄마의 마음을 알겠지? 그 해 그 녀석이 나타났을 때에도 동기가 불순하다고 의심했었어. 네 돈을 보고 왔다고 생각했지만 네가 줄곧 너희의 감정이 한없이 굳세다고 하니 어쩌겠어. 예전에는 어렸으니 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없었기에 우리가 아무리 말을 해도 설득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혼하고 나니 그 녀석의 실체도 드러난 거야. 이제는 그의 인품과 본성이 똑똑히 보여.""그게 차라리 낫지... 그 결혼은 교훈을 사는 셈이야."유옥진은 한숨을 쉬며 배지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네. 알았어요."배지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실패한 결혼은 시종 그녀의 마음속에 꽂힌 가시와도 같다.딸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유옥진은 웃으며 위로하기 시작했다."지수야, 이혼 후가 새로운 시작이야. 봐봐, 지금 진가 둘째 도련님이 얼마나 좋아. 집안도 좋고 인품도 좋고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우리가 지위 높은 진가와 엮인다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야."어머니의 말을 듣고 배지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위로 기어오르려면 강력한 뒷받침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리고 진가가 바로 이 강력한 뒷배경이다!진운이 그녀에게 그런 뜻이 있든 없든 배지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지금 그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이 뒷배경을 단단히 잡는 것이다!"지수야, 지금 가서 샤워하고 잘 좀 꾸며."유옥진이 말했다."이따가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