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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남원광의 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업을 가로챘기 때문에 적들도 많이 생겼다.

한 번은 해외에서 비즈니스 행사를 참가하던 중, 적들이 보낸 암살자들에게 습격을 당했다.

경호원들이 목숨을 걸고 남원광을 구출했으나 그가 거의 탈출할 즈음 갑자기 공중으로 던져진 수류탄이 폭발했다.

그렇게 남원광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다.

비록 경호원들의 필사적인 구조로 병원에 실려 가 목숨은 구했지만 머리에는 세 조각의 파편이 남았다.

그중 두 조각은 이후 치료 과정에서 무사히 제거되었으나 마지막 한 조각은 너무나도 까다로운 위치에 박혀 있어서 아무리 뛰어난 외과 의사도 손을 쓸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남원광은 보존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가 들수록 파편이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졌다.

예전에는 몇 달에 한 번씩 찾아오던 두통이 이제는 며칠에 한 번씩 찾아왔고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발작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남원광은 외부에는 치료하기 어려운 편두통에 걸렸다고 말하며 자신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진료를 받을 때만이 그가 실제 병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 외에는 이 비밀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염무현이 단번에 그의 병을 알아챘으니 남원광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염무현이 맥을 짚지 않고도 그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렸다는 점이었다.

최신 의료 장비보다도 더 정확하게 병의 근원을 알아낸 것이다.

“염 선생님, 정말 대단하시군요!”

곽정희의 에이즈도 염무현이 눈으로만 보고 진단해낸 것이 떠오르자 남원광은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염무현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많은 병증은 관찰을 통해 세세한 단서에서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걸음걸이의 자세나 사람을 볼 때의 눈빛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염무현이 그때 전태웅의 요청을 거절한 이유는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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