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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남원광은 갖은 풍파를 이겨내온 사람답게 금세 분노를 억누르고 차츰 자연스러운 표정을 되찾았다.

“정말 죄송합니다.”

남원광은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아까 두 분의 선의를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유시인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대표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생기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죠.”

“맞다. 소개할 분이 계세요. 이분은 바로 명의로 유명한 염 선생님이십니다.”

“이번에 제가 특별히 모시고 온 건 대표님의 병을 진찰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남원광은 비웃었을 것이다.

어린 청년이 무슨 대단한 의술을 갖고 있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동안 만난 명의들이 다들 70~80세는 된 나이가 있는 분들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의학이라는 건 오랜 시간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야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남원광은 염무현을 조금도 경시할 수 없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남원광은 진심으로 말했다.

곽정희와 유명진의 숨겨진 병을 단지 눈으로만 보고 알아낸 것만으로도 이미 보통 명의들을 훨씬 뛰어넘는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저도 그 여자가 에이즈에 걸린 걸 몰랐을 거예요.”

이 말을 하면서 남원광은 이를 악물었다.

“자칫하면 저도 그 여자에게 당할 뻔했죠!”

“아까 일은 없던 일로 하죠.”

유시인은 웃으며 말했고 남원광도 그 말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두 분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북국의 재벌인 남원광으로서는 계속 머물러 있으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좋습니다.”

이해를 표하는 염무현에 남원광은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의 인격은 아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고상했다.

사람으로서 기본은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것이다.

염무현과 유시인이 앞서 걸어 나가자 남원광은 옆에 있던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식당부 매니저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매니저는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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