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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도명철은 어안이 벙벙하여 엉겁결에 말했다.

“얼마면 됩니까? 당신이 부르는 대로 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 말에 유재영과 이승휘는 콧방귀를 뀌었다. 목숨을 걸고 돈을 벌 수는 있다지만, 돈으로 목숨을 구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 돈이 부족하지 않은데요.”

염무현은 도명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단번에 거절했다.

“조금 전 어떤 분이 자기 아버지는 건드리지도 말라고 해서 구하지 않은 겁니다.”

도명철은 다급한 마음에 소리쳤다.

“염무현 씨, 억지 부리지 마요! 아까는 당신이 정말 사람을 살릴 줄 몰랐으니까 그랬던 겁니다. 모르고 한 말 갖고 왜 그래요? 어떻게 뻔히 살릴 수 있으면서 죽어 가는 사람을 그냥 둡니까, 사람 목숨이 장난이에요?”

염무현은 해명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래도 수술대를 쓱 보고는 말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체돼서 이미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더 이상 살릴 수 없어요.”

“그럼 왜 서두르지 않았어요!”

도명철은 자신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훼방 놓았던 것은 깨끗이 잊고 생떼를 부렸다.

이런 막무가내 억지에 염무현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임기욱마저도 눈살을 찌푸렸다.

‘저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염무현에게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마치 염무현이 살려줘야 할 의무라도 있는 것처럼 굴면 누가 기분이 좋겠나.

아무리 의사가 너그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머리 꼭대기에서 사람을 이래라저래라 부려 먹어선 안 되는 것이다.

환자 가족이라면 아무리 급해도 의사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정중하게 부탁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잊어서는 안되었다.

하물며 염무현은 도명철 같은 인간에겐 전혀 자비를 베풀 마음이 없었다.

임기욱은 속으로 코웃음 쳤다.

‘뛰어난 의술을 가진 무현 님이 아니라 나라도 널 무시할 거다.’

염무현도 인내심이 바닥났는지 냉랭하게 말했다.

“살리든 말든 그건 제 일이고 제가 결정합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저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원래도 살릴 수 없거니와, 설령 살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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