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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짐은 다 챙겼어?”

염무현의 질문에 우예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 쌌어.”

“무현 님, 제가 두 분 아래층까지 배웅해 드릴게요.”

준구는 서둘러 앞으로 다가갔다.

“됐어, 너희들은 이만 가봐.”

염무현은 크고 작은 가방을 한 손에 가볍게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우예원의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준구와 그의 부하들은 동시에 허리를 굽혔다.

“무현 님, 조심히 가십시오.”

우예원은 순순히 염무현을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1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상대방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욱 놀라웠던 건 싫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든든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문을 나서며 우예원은 염무현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어렴풋이 몇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당시 중학교에 막 입학한 우예원은 같은 반 학생 몇 명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그때도 염무현은 오빠라고 나서서 그녀를 괴롭혔던 애들을 대신 혼내줬다.

그러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마치 지금처럼...

사실 우예원이 방금 전 화장실에서 달려 나왔을 때, 염무현은 이미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기에 손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염라대왕의 신분으로 굳이 준구의 손을 빌려 집주인을 처벌하진 않았을 것이다.

‘네가 폭력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적어도 네가 보는 앞에서는 때리지 말아야지.’

한편 월셋집에서 부하들은 오늘 운이 너무 좋았다고 한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 준구 형님 덕분입니다. 형님 없었으면 저희 모두 오늘 당장 끝날 목숨이었어요. 무현 님이 말씀하지 않아도 범식 형님이 저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겁니다!”

“뿌리부터 뽑으라는 게 그런 말이었군요. 역시 준구 형님 똑똑하십니다. 존경합니다, 형님!”

“저였으면 진작 당황해서 무현 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잔뜩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던 준구가 얼른 다시 표정을 굳히며 미간을 찡그린 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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