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욱의 인상 속 전태웅은 항상 인자한 어른의 모습이었다.임기욱의 아버지는 전태웅의 사업 파트너였고 심지어 찐친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몸이 안 좋은 탓에 십여 년 전에 이미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스무여살밖에 되지 않은 그를 전태웅에게 보살펴달라고 맡겼던 것이다.임기욱이 화하 상업그룹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개인적인 능력으로 보았을 때, 절대 화하 상업그룹 멤버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전태웅의 보살핌이 있다고 해도 수많은 인재가 모여있는 화하 상업그룹에서 임기욱은 점차 옆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여전히 평범한 이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전태웅도 공을 들여 그를 배양하려고 애를 썼었지만 임기욱은 부축해 세울 수 없는 무골충과 같은 존재였다.그도 자신의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자리만 할 뿐이었다.그렇다고 해서 그가 소리 없이 부자가 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었다.전태웅 같은 거물 곁에서 돈을 벌어들인다는 건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전태웅은 돌아간 친구의 아들이 평생을 평범하게 보내게 두고 싶지 않았는지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리치면서 서해 프로젝트를 임기욱에게 맡겼던 것이다.사실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다. 아주 쉽게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그러나 완성만 한다면 공로가 적잖게 쌓일 것이다.전태웅은 자신이 회장 자리에서 내려오기 전에 최선을 다해 임기욱을 돕기 위해 이번 기회를 그에게 주었다.그의 앞날에도 큰 도움이 될 소중한 기회였는데 그가 일을 이 정도로 망칠 줄은 생각도 못 했다.전에는 그가 실수를 저질러도 그저 모르는 척 눈 감아 주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 벌을 내리더라도 거의 벌하지 않은 셈과 같았다.전태웅은 임기욱을 보호하는 방패로서 그에게 항상 관대했다.그러나 지금 임기욱은 살기로 가득한 전태웅의 표정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늦... 늦었다고요?”당황한
공규석 외에 고서은도 있었다.비록 진경태의 아내로서 수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재산은 진경태가 평생을 분투해서 모은 거고 그녀와 아무런 연관도 없었다.그녀의 절반 재산을 받든 안 받든 별다른 바가 없었다.그렇다 하더라도 진경태는 염무현에게 최고급 별장 한 채를 선물했다.살면서 이렇게 감사할 줄 알아야 하는 법.“너도 성인인데 네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은 져야지. 남길 유언이라도 있으면 말해. 네 아버지를 보아서라도 될수록 만족시켜 줄게. 네가 죽은 후 네 재산은 절반으로 나누어질 거야. 그중 한 부분은 진료비를 지불하는 데 쓸 것이고 나머지는 자선사업에 쓸 것이다. 저승에 있는 널 위해 덕을 쌓는다 생각하거라.”다리에 힘이 풀린 임기욱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는 전태웅에게로 기어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말했다.“삼촌! 제가 어릴 적부터 곁에서 봐왔잖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제가 죽으면 임씨 집안 대가 끊기는 것과 같다니까요!”전태웅은 여전히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다른 사람이었더라면 이렇게 오래 대화하지도 않았어. 심지어 만나지도 않고 죽이라고 명령만 내렸을 거야. 네가 죽더라도 임씨 집안 대는 끊기지 않아! 너랑 네 전처가 낳은 아들이 있잖니. 그 아이가 가정을 이루고 자립할 때까지 내가 잘 보살펴줄 거야. 네 전처도 평생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도울 거고.”“난 너희 임씨 집안에 미안한 일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저승에서 네 아버지를 만나거든 너의 영웅 사적을 빠짐없이 알리도록 하거라.”전태웅은 임기욱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그의 목에 있는 목걸이가 눈에 거슬렸는지 말했다.“이따위 물건을 아직도 걸고 있는 거야? 경매 회사에서 전에 있던 사리가 다 가짜라고 이미 공고를 냈어. 가짜를 만든 사람은 이미 잡혔고, 또 평범한 사람 뼈로 불골사리를 사칭한 사실을 자백했어.”임기욱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마지막으로 잘 배웅해줘.”두 명의 우람진 몸을 갖춘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병실로 들어
주말 오전, 찬란한 햇빛이 리버타운을 비추고 있었다.1호 별장.“예원아, 이른 아침부터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어디 가는 거야?”정은선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우예원에게 물었다.우예원이 답했다.“도 매니저님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혹시 도와줄 게 없나 하고 동료들이랑 함께 가보려고요.”“전에 너랑 사귀려고 했던 매니저를 말하는 거니? 전에 사직했다고 하지 않았니?”정은선이 물었다.“사직한 건 맞지만 그래도 과거에는 제 직장 상사였는데 모르는 척하기에는 너무 매정해 보이잖아요. 저랑 사귀자고 집착한 것 빼고 여러 방면으로 괜찮은 사람이에요. 도 매니저님이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저도 정규직으로 되지 못했을 거예요. 지금 집 안에 일이 생겼다는데 모르는 척할 수는 없잖아요.”정은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확실히 살면서 감사할 줄도 알아야 하지. 그럼 아침이라도 먹고 가.”“괜찮아요. 동료가 같이 가려고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가는 길에 알아서 챙겨 먹을게요.”우예원은 급히 집 문을 나섰다.발코니.염무현은 진경태와 통화하고 있었다.“네, 오셔도 돼요.”진경태는 공규석, 공혜리 두 부녀와 자신의 처남인 고진성을 데리고 염무현의 집들이를 가려고 했다.염무현은 진경태가 고진성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그런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번 만남의 기회를 빌려 고진성의 존재감을 높여주고 염무현으로 하여금 그를 치료해주게끔 하기 위해서다.그러나 이런 일을 직접 말로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염무현은 전화를 끊은 후 이내 이은서에게 연락했다.“조금 있다 친구 몇 명이 올 테니 미리 경비원에게 말해주세요.”“알겠습니다, 염 선생님.”이은서는 양손에 물건을 가득 들고 어깨로 전화를 받치고 말하면서 버스에서 내려왔다.버스 정류장으로부터 리버타운까지 거리가 꽤 되었다.그녀는 하이힐을 신었음에도 불구하고 잔걸음으로 달려왔다.반 시간 후, 이은서는 숨을 헐떡이며 1호 별장의 초인종을 눌렀다.“은서야, 무슨 일로 왔어?”문을 연 사람은
이은서가 부동산 판매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매달 엄마 특효약을 사는 것만으로도 백오십 만원 넘게 들 뿐만 아니라 다른 약까지 보태면 거의 이백만 원이 넘어갔다.의지할 곳이라곤 서로밖에 없는 모녀에게는 어마어마한 지출이었다.저축금은 이미 바닥이 났고 사면팔방 돌아다니며 돈을 빌리고서야 어렵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그녀가 집사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생계유지도 힘들 것이다.“제가 한 번 봐도 될까요?”염무현의 물음에 이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되죠.”염무현은 약을 건네받고 열어보았는데 약병 안에는 밀랍에 씌워진 알약들이 들어있었다.포장에 신경을 많이 쓴 걸 보아서는 아주 고급진 약품 같았다.“ZW그룹 약인가요?”염무현은 약병에 쓰인 글을 보고 물었다.이은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 서해시에 있는 ZW그룹이에요. 오래된 제약회사인데 얼마 전에 이 특효약을 금방 개발해냈어요. 규제기관 인증도 받았고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에 출시까지 한다고 했어요.”대기업의 약이 더 믿음직스러운 법이다.염무현은 알약 하나를 꺼내 냄새를 맡아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이 약, 수상해!’“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이은서가 황급히 물었다.염무현은 즉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아까 어머니께서 유방암 초기라고 했죠?”“네.”“이 약, 하루에 얼마씩 드시나요?”“처음에는 세 날에 한 알씩 드셨는데 나중에는 두 날에 한 알씩 드세요. 그래야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하셨어요.”“제 예상대로군요. 이 약 문제 있는 약이에요. 어머니께 더는 드시지 말라고 전해요.”염무현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이은서는 깜짝 놀랐다.“왜요?”“제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어머니께서 이미 유방암 중기가 되셨을 거예요. 이 약 계속 드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말기까지 악화될 수 있어요.”염무현은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답변을 했다.이은서는 마음이 조급해
고급차 두 대가 1호 별장 앞에 멈춰 섰다.공규석은 사람이 많을수록 선물도 많아야 좋다는 생각으로 선물을 수두룩하게 가지고 방문했다.높은 지위에 있는 그들은 직접 허리 굽혀 선물을 옮기기 시작했다.무거운 짐은 남자들에게 맡기고 공혜리와 고서은은 팔짱을 끼고 기분 좋게 얘기를 나누며 초인종을 눌렀다.문을 연 정은선은 절세미녀급으로 아름다운 두 여자를 보고 의아해했다.‘너무 이쁜데.’정은선은 지금까지 자신의 딸이 꽤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앞에 있는 두 사람과 비겼을 때는 차이가 너무 컸다.그런데 우예원이 이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외모만 비겼을 때 우예원도 결코 주눅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기품으로 보았을 때는 차이가 꽤 컸다.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은 자신감 넘치는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는데 재벌가 아가씨인 게 분명했다. “정은선 아주머니시죠. 저희 염무현 씨 뵈러 왔어요.”공혜리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정은선도 웃으며 답했다.“어서 와요. 무현이 지금 위층에 있는데 제가 가서 내려오라고 할게요.”“괜찮아요.”염무현이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신의님.”고서은은 자신의 생명 은인에게 인사했다.염무현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생각보다 회복이 빠르네요.”“다 신의님의 뛰어난 의술 덕분이에요. 신의님이 처방해주신대로 매일 약 챙겨 먹고 있어요. 오늘은 특별히 저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를 표하러 왔습니다.”정은선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의술? 생명을 구해준 은혜?’“무현 님.”공규석 등이 선물이 안고 들어오며 염무현을 향해 인사했다.“공 대표님, 경태 삼촌, 고진성 씨, 얼른 들어오세요.”염무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은선은 준비해둔 차와 디저트를 내려놓고는 눈치 있게 떠났다.진경태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보이네요. 혜리의 안목이 확실히 좋네. 염 선생님이 마음에 들어 한다니 다행이네요.”“여러분, 저는 직설적인 편이 좋아요. 게다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찾
“제가 감히 과욕을 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3년 안에 서해시 백성들을 지킬 수 있는 적격한 후계자를 양성해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여동생의 아이가 태어나는 걸 직접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고씨 가문 대가 끊길 리가 없을 것이고 또 저승에 계신 부모님과 조상님들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잖습니까.”진경태도 급히 일어나 무릎을 꿇으며 고진성을 위해 말해줬다.“염 선생님, 제 처남이 성격이 급하긴 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오랫동안 군관으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나쁜 생각을 가지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에요. 그러니 제발 한 번 구해주세요.”공혜리와 공규석도 일어나 고진성을 도왔다.염무현은 고진성에 관해 조사해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옳고 그름을 따지고 넘어가는 정직한 군관이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이미 초심을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유달리 초심을 잃지 않고 용감하게 나서 불공평에 맞서 반항할 줄도 알았다.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서인지 그는 오히려 남들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결혼하지도 않고 애도 낳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다.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의 여동생 고서은밖에 없었다.그가 금지옥엽으로 자란 여동생을 진경태 같은 늙은이에게 시집을 보낸 건, 자신이 죽은 후에 여동생이 진경태의 보호 아래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진경태는 소문난 애처가였다.아내를 위해 지하 세계의 왕위를 버리고 바른길로 나아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공규석도 죽을 고비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길로 나아가리라 결심했는데, 진경태처럼 한 여자를 위해 그랬다는 게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그만 다 일어나세요.”염무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고진성은 땅에 계속 꿇은 채 고집부렸다.“동의하지 않으시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그러자 진경태와 나머지 사람들도 다 무릎을 꿇었다.다
“그런데 신의님, 제가 돈도 별로 없고 귀중한 소장품도 없어서 절반이 아닌 전부 재산을 내놓는다고 해도 성에 차지 않으실 것 같은데, 다른 사람처럼 진료비를 풍족하게 드리진 못 할 것 같습니다.”염무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저는 의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에요. 그까짓 돈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이것이 바로 아량이라는 것이다.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면 염무현은 무료로 병 치료를 해줄 수 있었다.그러나 임기욱과 같이 배은망덕한 놈은 돈이 한 푼도 모자라서는 안 된다.염무현이 받지 않으려 하는 것과 상대방이 주려 하지 않는 건 서로 다른 의미의 일이었다.“누우세요.”염무현이 옆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고진성은 멈칫했다.“바로 시작하는 거예요?”“싫으세요? 병이 발작한 후에 치료하실 건가요?”염무현은 홀가분한 말투로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아무튼 치료는 다 되니까요. 그저 뒤로 미룰수록 번거로워질 뿐이죠. 그런데 별문제는 없어요.”고진성은 황급히 고개를 내저으며 손사래를 쳤다.“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손님으로서 신의님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게 타당치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예요.”진경태가 그를 달랬다.“처남, 염 선생님 원래 성격이 털털하잖아요. 잔말 말고 얼른 누워서 치료받아요.”“그럼 더는 거절하지 않겠습니다.”고진성은 말하고 소파에 누웠다.두 오누이는 똑같은 유전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선천적 이혼증이다.선천적으로 삼혼 중의 천혼을 지니지 않고 태어난 탓에 혼력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다.이 병은 근원이 영혼에 있는지라 발작만 하면 치료하기 매우 까다롭다.그런데 이미 경험이 있는지라 염무현은 아주 숙련하게 치료를 시작했다.그가 손을 놀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수십 개의 금으로 만든 침이 고진성 몸의 곳곳에 꽂혔다.얼마 지나지 않아 치료는 끝났다.“염 선생님, 처남도 약 먹으며 몸조리해야 하나요? 제 아내와 똑같은 처방으로 먹으면 되나요?”진경태는 이미 매일 약을 하나씩
“공 대표님 지분은 남겨두고 경영권도 대표님이 가지고 계세요.”공규석은 염무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결정 내린 일이라면 절대 바꾸는 법이 없었다.그의 말을 들은 공규석은 한발 물러섰다.“그럼 이 지분은 혜리에게 주도록 할게요. 젊은이들이 서로 소통이 더 잘 되잖아요. 우리 늙은이들은 더는 참견하지 않겠습니다.”그는 공혜리와 염무현에게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었다.‘규석이 이 자식, 혜리를 위해 애를 쓰네.’“그래도 돼요. 알아서 안배하세요.”염무현은 흔쾌히 받아들였다.공혜리도 틈을 타 말을 보태었다.“그럼 오늘 저녁에 시간 되나요? 저랑 함께 지분 양도 수속 하러 스카이 레스토랑에 가시지 않을래요?”바로 이때, 고진성의 전화가 울렸다.그는 눈살을 찌푸리고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신의님 옛 장인어른입니다. 부부 두 사람이 끊임없이 저한테 함께 밥 먹자고 연락 와서 몇 번이고 거절했는데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제가 준 약 덕분에 양희지 병이 나았다고 하는데 저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약을 준 사람이 따로 있다고 하니까 전혀 믿지 않더라고요.”어떻게 해서든 고진성과 관계를 맺을 속셈이 뻔했다.고진성은 서해 수비대일 뿐만 아니라 실권까지 장악하고 있었고 또 진경태의 처남이니 많은 사람들이 그와 관계를 맺고 이익을 얻지 못해 안달이 났다.양문수와 서아란 같은 사람이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리가 없었다.“받기 싫으면 받지 않아도 돼요.”염무현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이내 그의 뜻을 알아차린 고진성은 거절 버튼을 누르고 그 번호를 블랙리스트에 넣었다.양씨 집안 별장.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안내음 소리를 들은 양문수와 서아란은 표정이 굳어졌다.양문수는 뻔뻔하게 변명거리를 찾았다.“오늘 토요일이잖아. 고진성 씨 아마 개인 약속이 있어서 안 받는 걸 거야. 이해해야지.”“평소에도 바쁘신데 주말에는 휴식해야죠. 확실히 이해가 가요.”서아란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