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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제가 감히 과욕을 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 3년 안에 서해시 백성들을 지킬 수 있는 적격한 후계자를 양성해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제 여동생의 아이가 태어나는 걸 직접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고씨 가문 대가 끊길 리가 없을 것이고 또 저승에 계신 부모님과 조상님들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잖습니까.”

진경태도 급히 일어나 무릎을 꿇으며 고진성을 위해 말해줬다.

“염 선생님, 제 처남이 성격이 급하긴 하지만 마음씨는 착한 사람이에요. 오랫동안 군관으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나쁜 생각을 가지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이에요. 그러니 제발 한 번 구해주세요.”

공혜리와 공규석도 일어나 고진성을 도왔다.

염무현은 고진성에 관해 조사해본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옳고 그름을 따지고 넘어가는 정직한 군관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오랫동안 일해오면서 이미 초심을 잃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유달리 초심을 잃지 않고 용감하게 나서 불공평에 맞서 반항할 줄도 알았다.

자신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걸 알아서인지 그는 오히려 남들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결혼하지도 않고 애도 낳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몰두했다.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의 여동생 고서은밖에 없었다.

그가 금지옥엽으로 자란 여동생을 진경태 같은 늙은이에게 시집을 보낸 건, 자신이 죽은 후에 여동생이 진경태의 보호 아래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진경태는 소문난 애처가였다.

아내를 위해 지하 세계의 왕위를 버리고 바른길로 나아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규석도 죽을 고비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바른길로 나아가리라 결심했는데, 진경태처럼 한 여자를 위해 그랬다는 게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 다 일어나세요.”

염무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고진성은 땅에 계속 꿇은 채 고집부렸다.

“동의하지 않으시면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진경태와 나머지 사람들도 다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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