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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밖에서 들리는 엔진음에 주민국은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내 겁에 질린 탓에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고, 황급히 주태오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망했어, 흑범회 사람이 찾아왔어.”

조하영도 겁을 먹고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흑범회는 무려 문해시 불법 지대의 왕인지라 잘못 건드린 자는 하나같이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

“아빠, 괜찮아요. 몇 명이 와도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릴 수가 없는 건 매한가지예요.”

주태오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가 있는 한 상대방이 수천, 수만 명이라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싸움은 머릿수에 밀리기 마련인데 흑범회에서 대체 몇 명이 왔는지 알아? 적어도 몇백 명은 된다고.”

하지만 주민국은 주태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내 급히 주태오의 웃옷을 벗기자 완벽한 근육질 몸매와 가슴에 새겨진 흉측한 용머리 문신이 드러냈다.

이는 주태오가 드래곤 하트를 이식받은 뒤 갑자기 나타났다.

“얼른 내 옷으로 갈아입어.”

주민국은 자신이 입고 있던 허름한 옷을 주섬주섬 벗었다. 본인을 희생함으로써 주태오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려고 마음먹었다.

또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도 했다.

“엄마 아빠, 진정하세요.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대체 누가 감히 우리한테 손을 대는지 두고 볼 거예요.”

주태오는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안 돼! 아들아, 얼른 돌아와. 엄마가 제발 부탁할게.”

조하영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고, 주태오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오빠! 미쳤어?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해?”

아연실색한 주서윤도 겁이 나서 이가 딱딱거렸고, 목소리마저 떨렸다.

“망했어, 이제 끝장이야. 3년 만에 봤더니 왜 이렇게 건방지게 변했대?”

주민국의 안색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한편, 문밖.

빼곡히 들어선 검은 옷 사내들은 손에 각종 무기를 든 채 살기를 내뿜으며 눈앞의 쓰레기장을 노려보았다. 마치 하늘에 먹구름이라도 낀 듯 별안간 공기마저 무겁게 내려앉은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일제히 두 줄로 나뉘어 양쪽에 서서 한마음 한뜻으로 동시에 허리를 굽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리무진에서 험상궂은 인상과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내렸다.

“형님, 오셨습니까!”

사내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외쳤다.

남자는 다름 아닌 흑범회 회장이자 문해시 불법 지대의 우두머리 손범수였다.

이때, 얼굴에 여드름 자국으로 가득한 말라 깡이 남자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바로 흑범회에서 해당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행동대장 오문덕이다.

손범수에게 보고하는 그의 표정은 원망이 담겨 있었다.

“형님, 우리 흑범회 사람을 죽인 범인이 저기 있습니다.”

“맞습니다, 형님. 저희를 위해 꼭 복수해주십시오. 저놈이 양준 형을 죽였을뿐더러 형님마저 안중에 없었어요.”

“저희가 이미 흑범회 소속이라는 말도 꺼냈는데 전혀 두려워하지 않더라고요.”

주태오에게 얻어맞은 부하들이 들것에 누워 끙끙대며 통곡했다.

“그래? 내가 안중에도 없다고? 대체 어떤 놈이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마구 날뛰는지 두고 볼 거야.”

손범수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손가락을 까딱했다.

이내 수많은 부하를 거느리고 위풍당당하게 앞에 있는 판잣집을 향해 걸어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마침 안에서 걸어 나오는 주태오를 맞닥뜨렸다.

그의 뒤로 겁에 질린 주민국과 조하영, 그리고 주서윤이 서 있었다. 건장한 사내들을 데리고 우르르 몰려오는 손범수를 발견하는 순간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서 자빠질 뻔했다.

“형님, 범인은 바로 저놈입니다. 형님이 안중에도 없었다니까요?”

“맞습니다, 형님. 저 개자식이 그랬어요.”

주태오를 보자 들것에 누워있던 부하들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원망이 가득 담긴 얼굴로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호들갑은? 형님이 곧 복수해줄 거야.”

오문덕이 비아냥거리며 잠시 후에 보게 될 주태오의 비참한 몰골을 기대했다.

손범수는 흑범회 회장으로서 무려 문해시 불법 지대의 왕이지 않은가? 흑범회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자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흑범회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위엄을 갖고 있다.

“그래? 날 무시했다는 사람이 바로 너 이 자식이야?”

손범수는 냉소를 지으며 주먹을 움켜쥐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주태오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손범수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졌다.

심지어 주먹을 쥔 손가락마저 서서히 풀리면서 주태오의 가슴에 새겨진 흉측한 용머리 문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절대로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무려 신용파의 드래곤 하트라니?!

신용파 드래곤 하트를 지닌 사람만이 가슴에 이 독특한 용머리 문신이 생긴다.

백호회 10대 지회 중 하나인 흑범회는 신용파 두목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했다.

손범수는 이런 허름한 곳에서 신용파 두목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때, 오문덕이 옆에서 눈치 없게 불 난 집에 부채질했다.

“형님, 바로 저 자식입니다. 제 부하들이 착각하는 일은 절대 없어요. 이따가 제대로 혼쭐내서 우리 흑범회의 위력을 보여줍시다. 혀를 잘라내고 눈알을 파버려서 사는 게 죽느니만 못한 게 무슨 말인지 직접 체험하게 해줘요.”

몇몇 부하들도 악에 받쳐 맞장구를 쳤다.

오문덕 일당의 말을 들은 주민국과 조하영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하며 벌벌 떨었다.

‘망했어, 이제 끝장이야!’

하지만 둘은 설령 목숨을 잃을지라도 자기 아들을 지켜주기로 결심했다.

3년 전에도 주태오에게 잘못을 저질렀는데,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 멍청한 자식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나 손범수는 불같이 화를 냈다.

어찌 감히 신용파 두목을 협박할 수 있냐는 말이다.

그분의 심기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피를 보게 될뿐더러 전 세계 사람이 봉변당할지도 모른다.

짝!

이내 오문덕의 뺨을 힘껏 내려치더니 들것에 누워있던 부하들도 발로 걷어차서 떨어뜨렸다.

손범수의 뜬금없는 행동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주민국과 조하영, 주서윤도 무슨 상황인지 도통 이해가 안 가서 넋을 잃고 말았다.

주태오도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불쑥 찾아와서 실례를 범했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손범수는 감히 주태오의 정체를 쉽게 밝힐 수 없는지라 알쏭달쏭한 말만 남겼다. 그러고 나서 주먹을 움켜쥔 손으로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는 신용파 전용 제스처였기에 주태오가 알아챘을 거로 믿었다.

곧이어 손범수는 부하들을 데리고 바람을 일으키며 떠났다.

주민국과 조하영은 비록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지만, 점점 멀어져가는 흑범회 사람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태오는 손범수의 제스처를 단번에 눈치챘다.

“흑범회가 백호회 10대 지회 중 하나였다니, 날 어떻게 알아봤지?”

주서윤은 오리무중인 듯 주태오의 팔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오빠, 뭘 알아봤다는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흑범회 사람들은 내 부하거든. 주인을 알아봤으니 떠나는 게 맞지 않겠어?”

주태오가 피식 웃었다.

“하하하, 오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주서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들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흑범회는 무려 불법 지대의 왕이라고, 혹시라도 놈들의 귀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면 다시 찾아와서 네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버릴지 몰라.”

그의 말을 듣자마자 조하영의 표정이 돌변했다. 아들을 3년 만에 봤더니 대체 왜 큰소리만 떵떵거리는 거지?

주민국은 자칫 누군가 주태오의 말을 듣고 다시 복수하러 찾아올까 봐 두려운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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