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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으악!”

양천용이 아주 고통스러워하며 검은 피를 세 번 토해내더니 가슴팍의 옷을 꽉 움켜쥐었다. 어찌나 아픈지 침대에서 나뒹굴 정도였다.

그의 처참한 비명이 집안 전체에 울려 퍼졌다.

양채원은 너무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머릿속에는 온통 주태오가 했던 말뿐이었다.

“10분 후에 검은 피를 세 번 토하고 심장이 아픈 것까지 전부 다 맞췄어.”

혼자 중얼거리던 양채원이 다급하게 말했다.

“유 박사님, 처방에는 아무 문제 없다면서요? 할아버지 상태가 어떤지 얼른 보지 않고 뭐 해요?”

“네... 지금 당장 보겠습니다.”

유범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는 양천용을 살펴보았다. 사실 그도 이유가 대체 뭔지 알지 못했다. 처방에는 분명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

한참 동안 진찰해보았지만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유범수의 낯빛이 점점 사색이 되었고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씨, 어르신 지금 위독하십니다. 아무래도 내일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

청천벽력 같은 유범수의 말에 양채원은 순간 비틀거렸다. 그녀는 재빨리 침대를 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라고요? 정말로 그 사람의 말대로 할아버지는 내일을 넘기지 못하게 됐어요. 정말 전부 다 맞췄어요.”

양채원은 그제야 주태오가 했던 얘기를 믿게 되었다. 주태오의 말을 듣지 않고 무시했던 걸 너무도 후회했다.

“아가씨, 증상이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어르신의 심맥이 다 끊어져서 그 누가 와도 방법이 없어요. 제 생각에는...”

유범수가 울상을 지었다.

“박사님 생각에는 뭐요?”

양채원이 두 눈을 부릅떴다.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범수가 손에 땀을 쥐고 말했다.

“마음의 준비요? 어디서 감히 그런 소리를!”

양채원이 버럭 화를 내던 그때 양천용이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채원아, 당장 가서 그 사람을 데려와. 어떻게 되든 뭐든지 다 시도해봐야지.”

그는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네, 할아버지. 조금만 기다려요.”

양채원은 유범수를 무섭게 째려본 후 황급히 문을 나섰다.

유범수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이 세상에 양천용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전혀 믿지 않았다.

‘심맥이 끊어진 사람을 살려낸다고? 터무니없어서 원. 흥!’

유범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좋은 구경을 기다렸다.

그 시각 주태오는 집에서 한창 약재를 달이고 있었다. 옆에 있던 주서윤이 의문을 던졌다.

“오빠, 정말 이 약으로 아빠 엄마를 치료할 수 있어?”

“그건 걱정하지 마. 3일 동안 제때 약만 드신다면 아버지 어머니의 건강도 별문제 없을 거야.”

주태오는 약재를 달인 후 두 사람에게 마시라고 했다.

“진짜 그렇게 대단한 거야? 오빠, 날 안심하게 하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난 애가 아니야. 알 거 다 안다고.”

주서윤은 주태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며칠만 기다려봐, 그럼. 아 참, 네 약도 얼른 마셔. 네 몸도 예전처럼 회복되게 해줄게.”

주태오는 주서윤에게도 약을 건넸다.

“난 오빠를 믿어.”

주서윤은 약을 꿀꺽꿀꺽 마셨다.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서윤은 주태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부모님과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주태오를 믿는다고 얘기했던 건 단지 주태오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주태오가 주서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밖에서 갑자기 스포츠카 소리가 들려왔다.

양채원이 다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눈앞의 쓰레기장을 본 순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CCTV를 따라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아무도 없어? 그분 설마 이 쓰레기장에서 지내는 거야?”

조금 전 그녀는 가족 관계를 동원하여 길목의 CCTV를 전부 다 조사했다. 주태오가 이곳에 왔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달려왔다. 그런데 CCTV가 이곳에서 끊긴 바람에 이곳에 차를 세우고 찾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네. 예전에는 여기가 쓰레기장이 아니라 의약 회사였는데.”

양채원은 두 눈을 깜빡였다. 악취가 코를 찌르는 쓰레기장을 보며 코를 움켜쥐었다.

판잣집에 있던 주태오는 스포츠카 소리를 듣고 주서윤에게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를 챙기고 있어. 무슨 일인지 보고 올게.”

주태오가 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양채원이 밖에 서 있었다. 양채원은 주태오를 발견하고는 재빨리 달려왔다.

“진짜 여기서 살고 있었네요? 당신을 찾아다니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어르신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어요?”

“미안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이런 분을 몰라뵙고 예의 없게 굴었어요.”

양채원은 울먹이며 주태오의 팔을 잡고 애걸복걸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줄게요.”

그녀의 말에 주태오가 웃었다.

“난 부족한 게 없어요. 돈과 권력은 나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거든요. 양씨 일가에도 내가 흥미 가질만한 물건이 없고요.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이 날 도와준 걸 봐서 어르신의 목숨을 구해줄 거예요.”

신용파 두목인 그의 세력은 금융, 상업, 용병, 암살 등 각계에 분포되어있다. 원하는 건 뭐든지 얻을 수 있는 그로서는 한낱 양씨 일가 따위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정말이에요?”

양채원이 멋쩍게 웃었다. 갑자기 주태오가 믿을 만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만약 주태오가 정말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왜 이런 곳에서 지낼까?

양채원은 괜히 온 건 아닌지 살짝 후회하긴 했지만 지금으로선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되든 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다 시도해봐야 했다.

양채원은 주태오와 함께 양씨 저택으로 돌아왔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초조한 기색으로 양천용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양채원이 주태오를 데리고 돌아온 걸 보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채원아, 네가 말한 그 명의님은 어디 계셔?”

양채원의 아버지 양호연은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옆에 있는 주태오는 아예 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여기 있어요. 이분입니다.”

양채원이 대답했다.

만약 주태오가 할아버지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망신을 당하는 건 물론이고 욕도 된통 먹게 될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주태오에게 모든 걸 거는 수밖에 없었다. 주태오가 힘을 내어 할아버지를 살려내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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