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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강나리 내숭 정말 잘 떠네...”

양채원은 강나리가 시치미를 뚝 떼자 냉소했다.

하지만 방법은 없었다.

실력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억울해도 그냥 참아야 했다.

이때 약혼식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용수호 도련님이 강나리 씨께 약혼반지를 끼워주도록 하겠습니다.”

주례의 말이 끝나자 용수호는 싱긋 웃으며 강나리에게 다가갔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품 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냈다.

“이건 전 세계 한정판인 다이아몬드 반지야. 항상 너에게 일편단심일 거라는 내 사랑을 의미하는 거니까 받아줘, 나리야!”

용수호가 절절하게 말했다.

“좋아.”

강나리는 행복한 얼굴로 대답했다.

곧이어 용수호는 강나리에게 반지를 끼워줬고 하객들은 연신 박수를 치면서 그들을 축복했다.

이때 무수히 많은 풍선이 날렸고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올랐으며 축포가 일제히 터졌다. 약혼식의 분위기는 그렇게 고조되었다.

짝짝짝짝짝!

모든 이들이 미친 듯이 박수를 치고, 호응하며, 축복했다.

“하하하하, 정말 잘 됐어.”

“내가 드디어 용씨 집안에 시집가다니.”

“나 강나리, 드디어 내 인생을 바꿀 수 있게 되었어.”

강나리는 들뜬 얼굴로 용수호를 잡아당겼다.

오늘은 그녀의 가장 휘황찬란한 순간이고,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이며,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녀가 찬란하게 빛날수록 주태오는 더 미천하고 가련했으며 더 그녀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이 강나리와 용수호의 사랑에 감동받았다.

사람들은 주태오가 강나리의 발목을 붙잡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감개했다.

사랑받지 못하는 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강나리는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

그녀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용수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주태오가 큰소리친 게 맞네. 약혼식이 곧 끝날 텐데도 아직 안 왔잖아? 안 왔으니 다행일지도 몰라. 괜히 우리가 바...”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먼 곳에서부터 큰 외침이 들려왔다.

“잠깐!”

“내 선물을 아직 전해주지 못했어!”

쿠구궁!

그 외침은 마치 우렛소리처럼 약혼식 현장을 뒤흔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무궁무진한 힘을 내재한 것처럼 사람들의 고막을 터뜨릴 듯했다.

많은 사람이 당황했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거대한 비석 하나가 맹렬하게 날아와 수많은 화환을 망가뜨렸고 쿵 소리를 내면서 정중앙에 떨어졌다. 그 소리에 지면이 흔들렸고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른 뒤 비석을 보았다.

비석 위에는 ‘간음한 연놈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뭐야?’

사람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다들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것은 강나리와 용수호를 욕하는 말이었다.

미친 게 틀림없었다.

누가 감히 강씨 집안의 전성기에 이런 큰 선물을 보낸단 말인가?

“누구냐?”

“누가 감히 우리 강씨 집안의 약혼식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강여훈의 안색은 한없이 어두웠다. 그는 험악한 표정으로 문가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강나리와 용수호의 얼굴에도 분노가 가득했다.

특히 용수호는 약혼식장 입구를 죽어라 노려보았다. 마치 눈빛으로 사람이라도 죽일 기세였다.

“나다!”

또 한 번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주목 하에 훤칠한 남자가 캐리어 하나를 끌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더니 헛숨을 들이켰다.

양채원과 양호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정말 왔다고? 어떻게 감히 올 수 있지?”

그는 다름 아닌 주태오였다.

“주태오가 어떻게 감이 돌아온 거지?”

하객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주태오가 감히 돌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왜 감히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지? 난 오늘 정의를 위해 돌아왔는데 말이야.”

주태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용수호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주태오가 정말 올 줄은 몰랐다. 게다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이렇게 큰 비석을 던져서 그의 약혼식을 망칠 줄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용수호는 화가 울컥 치밀어올라서 소리를 질렀다.

“주태오, 이 뻔뻔한 놈! 감히 여길 진짜 찾아와?”

주태오는 차갑게 웃었다.

“내가 뻔뻔하다고?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난 지금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겠어. 누가 진짜 뻔뻔한 사람인지 말이야!”

주태오는 주위의 손님들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은 강나리에게 속았습니다. 전 그때 돈을 들고 도망친 적이 없어요. 전부 강나리가 모함한 겁니다. 당시 강나리가 저에게 데릴사위를 하라고 했던 건 제 심장을 용수호에게 이식해 주기 위해서였어요!”

그 말에 하객들은 얼이 빠졌다. 다들 멍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주태오를 바라봤다.

하객들의 눈빛에는 경멸이 가득했고, 다들 주태오가 미친 거 아니냐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 그의 심장을 꺼냈다면 주태오가 살아서 여기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을까?

양채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주태오의 편을 들어주려 했지만 양호연이 양채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태오 때문에 강씨 집안의 심기를 거스를 생각이야? 그럴 가치는 없어!”

양채원은 동정하는 눈길로 주태오를 바라봤다.

그녀는 주태오가 오늘 끝장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주태오를 구할 수 없었다.

아무도 주태오를 믿는 것 같지 않자 용수호는 자신감이 붙었다.

그는 아래로 내려가서 주태오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냉소를 흘렸다.

“헛소리하지 마. 네 말을 누가 믿을 것 같아? 널 죽이는 건 내게 아주 쉬운 일이야, 알아?”

“그래? 난 네가 계속 이렇게 거만했으면 좋겠다. 무릎 꿇고 애원하는 대신에 말이야.”

주태오가 차갑게 말했다.

“하하하하, 이건 내가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우스운 말이야!”

용수호는 경멸에 가득 찬 얼굴로 고개를 들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달리하면서 뻔뻔하게 말했다.

“주태오!”

“넌 당시 강씨 집안의 8억여 원을 빼돌렸어. 난 아직 네게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오늘 네가 그 8억여 원을 토해내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떠날 생각은 하지 마!”

그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떠들었다.

“맞아, 맞아! 저 자식 강씨 집안에 몇억 원이나 빚졌잖아.”

“대체 무슨 낯짝으로 와서 난동을 부리는 거지?”

“주태오! 얼른 돈을 내놔. 그렇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을 줄 알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소리 지르며 주태오를 에웠다. 그들은 분노하며 주태오를 질책했다.

그리고 강나리와 용수호는 득의양양하게 주태오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에 주태오는 불쌍한 개와 다름없었다.

양채원과 양호연은 그 광경을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 그들은 주태오가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태오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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