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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어르신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강씨 일가의 복수는 전 포기 못 해요. 내일 결혼식이 바로 복수의 시작입니다.”

주태오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어리석은 놈. 몇 년만 참고 버티면 가진 의술로 자신의 세력을 천천히 발전하여 강씨 일가와 맞설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가는 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양천용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는 주태오가 너무 성급하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생각이 옅으면 어찌 큰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주태오에 대한 그의 평점이 또 조금 깎였다.

“저의 세력은 더 발전할 필요 없어요. 제 밑에 지금 무수한 세력이 있거든요. 아무거나 끄집어내도 강씨 일가를 멸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너무 재미없죠. 전 강씨 일가를 조금씩 못살게 굴 생각입니다.”

주태오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럼 말해봐요. 당신 밑에 무슨 세력이 있는지?”

양채원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녀는 주태오가 허세를 부리는 데는 참으로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 만난 적이 없어서 정확히 누가 있는지는 잘 몰라요. 청룡 그룹과 최대의 암살 조직인 주작 킬러조직, 그리고 전쟁터에서 가차 없이 적을 무찌르는 백호 군단이 내 밑의 세력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

주태오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양호연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너 지금...”

양천용은 주태오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체면 때문에 아무 헛소리나 한다고 생각했다.

청룡 그룹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금융 그룹이고 주작 킬러조직은 아름다운 미녀들로 만들어진 최강의 킬러조직이다.

그리고 가차 없이 적을 무찌르는 백호 군단은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전쟁터에 나가 용국을 지키는 백호 군단은 수백만 명에 달했고 어느 나라 사람이 듣든 다 등골이 오싹해질 것이다.

그런데 주태오가 이들 전부 그의 부하라고 했다. 이보다 더 우스운 일이 어디 있을까? 만약 이 세력들이 전부 주태오의 부하라면 주태오네 집이 강씨 일가 때문에 이 지경이 될 리가 있겠는가?

양씨 일가 사람들은 주태오에 대해 한 줄 평을 남겼다. 정말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것.

양채원이 싸늘하게 웃었다.

이 세상에 어찌 이리도 뻔뻔스러운 사람이 있단 말인가?

“다른 일이 없으면 이만 돌아가요. 이건 보수입니다.”

양호연은 짜증 섞인 얼굴로 10억짜리 카드 한 장을 건넸다.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주태오가 양천용을 살렸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진작 내쫓았을 것이다.

그들이 믿지 않자 주태오도 설명하기 귀찮았고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주태오는 카드를 받고 처방전을 써준 후 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때 양채원이 주태오를 불렀다.

“충고하는데 내일 강나리의 결혼식에 절대 가지 말아요. 안 그러면 진짜 죽을지도 몰라요.”

“충고 고마워요. 하지만 난 무조건 참석할 겁니다.”

주태오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의 대답에 양채원 등 이들의 낯빛이 급변했다. 좋은 마음으로 충고했는데 상대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사리를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정말 고집불통이네요. 기어코 죽으러 가겠다고 하니 우리도 말릴 수 없죠. 사람은 자기 주제를 알아야 해요. 아까운 의술만 낭비하게 됐네요.”

양호연이 싸늘하게 말했다.

이튿날, 사람들의 기대 속에 결혼식이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유씨 가문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손씨 가문 회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만용 그룹 부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

축하 인사가 끊이질 않았다.

강씨 일가가 연라성의 용씨 일가와 사돈을 맺게 되면 지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하여 문해시의 명문가들이 친분을 쌓으려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참석하지 않으면 강씨 일가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게 된다. 지금 누가 감히 강씨 일가를 무시하겠는가?

“하하하하하!”

강여훈이 의기양양해 하며 크게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대충 아무 부하나 보냈을 텐데 이젠 가문의 높은 분이 직접 와서 성의를 보여주었다.

강씨 일가 사람들은 어깨가 한껏 치솟았고 저마다 오만한 표정이었다.

주태오가 난동을 부릴까 봐 걱정한다고? 이보다 더 우스운 소리는 없을 것이다. 강여훈은 두려워하기는커녕 되레 피식 웃었다.

한낱 주태오가 무슨 힘으로 강씨 일가를 도발하겠는가?

만약 주태오가 정말로 온다면 강씨 일가가 가장 빛나는 지금 이 순간에 주태오를 이용하여 문해시 사람들에게 강여훈은 아무도 건들 수 없다는 걸 알려줄 생각이었다.

“양씨 일가에서 오셨습니다.”

양호연과 양채원이 입장하자 식장에 다시 한번 축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양채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빠, 주태오 씨 정말로 올까요?”

“오긴 뭘 와? 어젠 그저 큰소리만 친 거야.”

양호연은 차갑게 웃으며 주태오가 절대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길 와서 뭐 해? 죽으려고? 걔는 그냥 허세일 뿐이야.’

시간이 1분 1초 지나면서 문해시의 명문가들이 전부 다 도착했고 현장의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사회자의 축하 인사와 함께 결혼식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무대 중앙을 쳐다보았다.

만인이 주시하는 가운데 하얀 드레스 차림에 실버 하이힐을 신은 강나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 용수호는 멋진 정장을 입고 강나리의 손을 잡은 채 레드카펫 위에 섰다. 현장은 부러움과 놀라움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사람들이 아래에서 부러움과 숭배의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강나리는 얼굴에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우쭐거리기에 바빴다.

‘하하하하. 나 강나리에게도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주태오, 부러워 죽겠지?’

결혼식만 순조롭게 끝난다면 앞으로 그녀는 출세할 일만 남았다.

그리고 주태오 따위는 걱정할 필요도 없다. 주태오의 배짱이 아무리 크더라도 절대 이곳에 와서 깽판 치지 못할 것이다.

그녀 눈에 주태오는 그저 아무렇게나 짓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에 불과했다. 수백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그녀를 넘보지 못할 것이다.

...

그때 어떤 하객들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주태오라는 놈은 정말 인간도 아니에요. 우리 나리 조카의 마음을 저버리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주태오에 관해 저도 들었어요.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더군요.”

“전 진작 믿을 만한 놈이 못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아무 재주도 없잖아요. 지금 보니까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 정말 인간쓰레기예요.”

다른 이들도 흥분하며 주태오를 마구 욕했다. 하나같이 주태오가 배은망덕하고 양심도 없는 놈이라고 했다.

그들은 강나리가 주태오에게 일편단심이었다는 소리를 진작 들었었다. 하지만 주태오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당일에 돈을 들고 도망쳤다. 정말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었다.

강나리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사실 전 이미 주태오를 용서했어요. 주태오가 도망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람인 줄도 모르고 제 인생을 망칠 뻔했잖아요. 수호 오빠를 만나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행운이 없을 겁니다.”

용수호도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그래서 저희 둘은 주태오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어요. 되레 고맙다고 해야 한다니까요.”

두 사람의 말에 하객들은 감동을 받았다.

“나리 조카와 수호 씨는 정말 마음도 넓어. 주태오가 이 일을 알았더라면 아마 엄청 후회했을 거야.”

“그러게 말이야. 정말 너무 감동적이야.”

어떤 사람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감동하여 흐느끼기까지 했다.

이렇게 비교하니 주태오는 점점 더 몹쓸 인간이 돼버렸다. 아니, 인간도 아니다.

강나리와 용수호야말로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고 천생연분이었다. 주태오와 결혼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안 그러면 정말로 주태오 때문에 인생을 망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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