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채원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입술을 깨물면서 말한다.“저는 몇백만 원어치밖에 안 받았다고요. 그리고 받은 제품은 이미 완판되어 절반 이상이 넘는 이윤을 남겼어요”양채원은 소량만 팔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고 이렇게라도 주태오를 돕고 싶었다. 양호연은 펄쩍 뛰면서 포효한다.“이 미친년아. 이 이윤 때문에 우리가 방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된다는 건 왜 모르냐?”문해시에서 방씨가문은 곧 하늘이다. 특히 판매망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양씨 가문을 놓고 말하면 방씨 가문의 명령은 절대적이다.그 어느 가문도 거역할 수 없다.아니면 방씨 가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양호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방씨 가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한 양호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전화를 받았다. “양호연, 잘 있어. 참 잘하고 있단 말이야. 감히 대룡제약과 주씨제약의 제품을 판매했다면서.”전화기 저편으로 오만하고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천 형님,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양호연은 어쩔 바를 모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씨 가문이 이렇게 빨리 알아낼 줄은 몰랐다. “설명할 것 없어. 이후부터 양씨 가문의 이윤의 3퍼센트를 우리가 더 가져갈 거야. 아니면 너희는 죽는 길밖에 없어,”방한천은 방자하기에 그지없다. 양호연의 설명 따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뚜 뚜 뚜~전화가 끊기자 양호연은 휘청거리면서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이윤의 3퍼센트를 더 뽑아간다면 양씨가문은 아무리 청룡그룹의 투자가 있다 하더라도 운영이 어려워진다. “푸훕!”양호연은 갑자기 피를 토하면서 앞으로 나뒹굴었다. 양호연은 머리가 하얘지면서 사고 기능을 잃어버린 듯하다.“아빠, 미안해요. 주씨 가문을 돕는 게 아니었어요.”양채원은 대경실색하면서 급히 양호연을 부축하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양채원은 주씨 가문을 도운 것이 이렇게 큰 재앙을 불러올 줄 몰랐다 “어떻게 이런
“나왔다! 드디어 탈출했어! 하하하!”구름 위에 우뚝 솟은 용마 절벽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뒤흔들렸다.한 마리의 야수를 연상케 하는 주태오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와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고래고래 외쳤다.만약 일반인이 이런 광경을 목격했더라면 깜짝 놀라 기절했을지도 모른다.여태껏 생존자가 없기로 소문 난 용마 절벽에서 살아 나온 사람이 있다니!“무려 3년 만이야! 강나리, 그때 내 심장을 도려내고 용마 절벽에서 밀어버렸을 때 살아남을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주태오의 얼굴에는 살의로 가득했다.3년 전, 주태오는 부모님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8년 동안이나 사귄 여자 친구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강씨 일가의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으로 회전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하지만 상대방의 진정한 목적은 연라성 용수호에게 그의 심장을 이식하는 대가로 강씨 일가 첫째 딸 강나리가 재벌 집에 시집갈 기회를 얻어내는 것이었다.그러나 주태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심지어 절벽 아래에 있는 신용파 두목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졌다.신용파란 무엇인가? 무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러 조직이다.이에 소속된 4대 세력 즉 청룡, 백호, 주작, 현무는 전 세계에 걸쳐 막대한 자산과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다.설령 최강 암살 조직 또는 영웅호걸이라고 해도 신용파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려야 할 신세였다.오늘날 세상에서 최상위급에 해당한 존재라고 가히 칭할 수 있다.따라서 신용파라는 말만 들어도 다들 겁에 질려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리고 절대 지존인 드래곤 하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했다.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은 자만이 신용파를 장악할 수 있지 않은가!주태오를 발견한 신용파 두목은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심지어 자신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주태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체내의 드래곤 하트를 이식해 주고 그동안 연마한 모든 기술까지 남김없이 전수했다.“이제 배울 수 있는 건 전부 다 배웠구나. 다양
주서윤은 후회막급했다.“그때 엄마 아빠가 오빠를 강씨 일가의 데릴사위로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 다 있다니! 감히 오빠를 해코지했을 뿐만 아니라 강씨 일가 자산을 빼돌리고 몰래 야반도주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씌워? 심지어 멀쩡하게 잘살고 있는 사람을 무려 이 지경으로 만들어? 지난 3년 동안 엄마 아빠도 항상 후회하고 있었어. 설령 오빠가 도망갔다고 한들 원망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본인들이 강요한 결혼이었기에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했거든.”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주태오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꾹 참고 잠자코 듣던 주태오도 여동생을 꼭 안아주었다.“서윤아, 울지 마. 이제 오빠가 돌아왔으니까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사실 그때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강씨 일가 데릴사위가 되어 해코지당했을 때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아 있었지만, 여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원망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아니야! 오빠, 얼른 도망쳐. 만약 강씨 일가에서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만 가!”이 말을 듣자 주서윤은 주태오를 밀며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그와 동시에 밖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 왔다. SUV 차 여러 대가 잇달아 멈춰서더니 목에 금목걸이를 한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내렸다.이 소리에 주서윤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오빠, 얼른 가라고, 빚쟁이들이 찾아왔어.”빚쟁이들은 대부분 문해시 불법 지대에서 출몰했고, 그중에서 가장 큰 조직인 흑범회를 등에 업고 악랄한 짓을 일삼아 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만약 주태오를 발견하면 무차별 폭행할 게 뻔했다.“젠장, 이 미친년아, 돈 다 모았어? 오늘이 마지막 날인 거 몰라? 돈 안 갚을 거야? 너도 어디 한번 쓰레기 신세가 되어 볼래?”선두에 선 지저분한 수염의 사내가 네댓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걸어 들어왔다.그는 주서윤과 함께 있는 주태오를 보자 얼굴을 찡그렸다.“넌 누구야?”“네 알 바 아니야. 하
“눈 감고 심호흡해. 지금부터 몇 분 동안 모든 감각이 서서히 사라질 거야. 하지만 재생하는 과정이니까 조급해하지 마.”주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문이 벌컥 열렸다.“서윤아, 문은 왜 열어놓고 있어? 빚쟁이가 들이닥치면 어떡하려고?”남루한 차림의 중년 부부가 입구에 나타났는데, 구부정한 등에 쓰레기로 가득 찬 포댓자루를 업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두 사람을 발견한 주태오는 감전이라도 당한 듯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심지어 온몸이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부모님이 힘들게 살고 있을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이렇게 비참할 줄은 몰랐다.ZX 그룹을 운영했을 때만 하더라도 두 분이 얼마나 잘 나갔는가?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불과 3년 만에 수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당신 누구야?!”조하영도 주서윤처럼 엉겁결에 뒷걸음질 치다가 겁을 먹은 듯 서둘러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주민국은 조하영의 앞을 가로막으며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더니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우선 진정하시고 제발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 새벽 3시부터 지금까지 쓰레기를 수거하러 다녔어요. 페트병을 엄청 많이 얻어서 아마 돈이 꽤 될 거예요. 한번 보실래요?”말을 마친 주민국은 안간힘을 써서 등에 멘 포댓자루를 내려놓았다. 이내 활짝 열고는 더러운 페트병과 파지류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이 장면을 본 주태오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주민국은 오만하기로 소문난 상남자였다.ZX 그룹의 회장으로서 그동안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꼬리를 흔들며 구걸하는 강아지처럼 심지어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릎 꿇고 용서부터 빌고 있다니!지난 3년 동안 아버지가 대체 얼마나 비인간적인 고문과 학대를 겪었는지 가히 상상이 안 갔다.죄책감과 고통, 슬픔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아빠! 엄마! 저예요, 태오! 늦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쿵’
밖에서 들리는 엔진음에 주민국은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내 겁에 질린 탓에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고, 황급히 주태오를 안으로 끌어당겼다.“망했어, 흑범회 사람이 찾아왔어.”조하영도 겁을 먹고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흑범회는 무려 문해시 불법 지대의 왕인지라 잘못 건드린 자는 하나같이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아빠, 괜찮아요. 몇 명이 와도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릴 수가 없는 건 매한가지예요.”주태오가 콧방귀를 뀌었다.그가 있는 한 상대방이 수천, 수만 명이라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못할 것이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싸움은 머릿수에 밀리기 마련인데 흑범회에서 대체 몇 명이 왔는지 알아? 적어도 몇백 명은 된다고.”하지만 주민국은 주태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내 급히 주태오의 웃옷을 벗기자 완벽한 근육질 몸매와 가슴에 새겨진 흉측한 용머리 문신이 드러냈다.이는 주태오가 드래곤 하트를 이식받은 뒤 갑자기 나타났다.“얼른 내 옷으로 갈아입어.”주민국은 자신이 입고 있던 허름한 옷을 주섬주섬 벗었다. 본인을 희생함으로써 주태오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려고 마음먹었다.또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도 했다.“엄마 아빠, 진정하세요.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대체 누가 감히 우리한테 손을 대는지 두고 볼 거예요.”주태오는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안 돼! 아들아, 얼른 돌아와. 엄마가 제발 부탁할게.”조하영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고, 주태오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오빠! 미쳤어?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해?”아연실색한 주서윤도 겁이 나서 이가 딱딱거렸고, 목소리마저 떨렸다.“망했어, 이제 끝장이야. 3년 만에 봤더니 왜 이렇게 건방지게 변했대?”주민국의 안색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한편, 문밖.빼곡히 들어선 검은 옷 사내들은 손에 각종 무기를 든 채 살기를 내뿜으며 눈앞의 쓰레기장을 노려보았다. 마치 하늘에 먹
누가 봐도 겁을 먹은 부모님의 모습에 주태오도 두 분이 더 놀라실까 봐 아무 말도 안 했다.“아무리 초라한 처지에 빠졌다고 한들 거짓말하면 쓰겠어? 남의 공로를 가로채거나 제 분수도 모르고 나대는 건 제일 잘못된 거야. 주태오, 나쁜 버릇은 바로바로 고쳐야 해, 알겠어?”주민국은 노발대발하며 주태오에게 호통쳤다.흑범회 손범수는 무려 누구인가? 그런 분이 어찌 주태오의 부하일 리가 있겠는가?만약 주태오의 부하라는 게 사실이라면 지난 3년 동안 오문덕 일당에게 이 지경까지 당할 필요도 없었다.오늘은 흑범회에서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서둘러 떠났을지도 모르기에 주민국은 주태오가 거짓말한다고 확신했다.“당신도 참, 그냥 넘어가. 태오도 우리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한 거겠지. 자, 다들 일단 집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조하영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며 주태오를 끌고 집에 들어섰다.“엄마, 아빠, 제가 집을 비운 3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자금줄이 끊어졌다고 해도 파산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주태오가 물었다.주씨 일가의 자금줄이 끊겼다고 해서 폭삭 망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당시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부모님께서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았는가?“휴, 말하자면 끝이 없어.”주민국은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알고 보니 회사 주주들은 일찌감치 강씨 일가에게 매수되었다.자금줄이 끊겼을 때 매수당한 주주는 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주씨 일가의 의약 관련 핵심 기밀을 강씨 일가에게 팔아넘기고 돈을 챙겨 뻔뻔스럽게 강씨 일가와 손을 잡았다.결국 주씨 일가의 제약회사는 완전히 망했다.주민국과 조하영이 준비한 모든 대안도 무용지물이 되었고, 되레 몇십억이라는 거액의 빚만 떠안았다.설령 모든 자산을 팔아도 전부 다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여전히 8억이 넘는 빚이 남아 있었다.더욱 괘씸한 건 강씨 일가에서 각종 판로와 자
“응?”주태오는 눈살을 찌푸리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다가갔다. 믿을 수 없는 속도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손범수가 수십 명의 부하들과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주태오를 본 손범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털썩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백호회 10대 지회인 흑범회 회장 손범수가 보스께 인사드립니다.”쿵쾅!수십 명의 부하들은 충격에 빠진 나머지 눈알이 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이보다 더 미친 짓은 없을 것이다.불법 지대를 주름잡고 사람을 죽여도 눈 깜빡하지 않는 손범수가 한낱 젊은이에게 무릎을 꿇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가만히 서서 뭐 해? 이분이 바로 내가 평소에 계속 얘기했던 신용파의 보스시다. 보스를 봤으면 무릎 꿇고 인사를 올려야지?”손범수가 고개를 돌려 호통쳤다.“보스께 인사드립니다.”손범수의 말에 수십 명의 부하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눈앞의 이 젊은이가 전설 속의 신용파 두목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저희 부하들이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손범수가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괜찮아. 다들 일어나.”주태오가 손을 흔들었다.“감사합니다, 보스.”손범수는 공손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물었다.“보스, 실례인 걸 알지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옛 보스는 아직 살아계시나요? 자취를 감춘 지 벌써 수년이 지났어요.”“이미 돌아가셨어. 내가 동남쪽에 묻어드렸어.”주태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올려도 될까요?”손범수가 슬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주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보스.”손범수는 망설임 없이 동남쪽을 향해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의 뒤에 있던 부하들도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나와 함께 옛 보스께 절을 올리자.”쿵쿵쿵!손범수는 이마가 땅에 닿아 피가 흐를 정도로 진심을 다해 정중하게 절을 올리고는 손을 들어 맹세했
“강나리! 용수호!”주태오는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그렇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두 연놈은 다름 아닌 강나리와 용수호이다.고개를 돌려 주태오를 발견한 강나리와 용수호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눈빛에 당황함이 스쳤다.“주태오, 아직 살아있었어?”강나리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문득 알아차리고는 재빨리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말을 바꾸었다.“파렴치한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돌아와?”“왜 못 돌아와? 나 주태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내 말 잘 들어!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너희 두 연놈이 얼마나 추악한지 사람들에게 다 알릴 거야.”주태오가 싸늘하게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강나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애를 썼다. 그때 용수호가 강나리의 말을 가로채고 냉랭하게 웃었다.“나리야, 무서워하지 마. 사람들이 저 자식의 말을 믿을 것 같아?”용수호는 조롱 섞인 표정으로 주태오를 쳐다보았다. 이젠 가식적인 연기도 귀찮은지 대놓고 건방을 떨었다.강나리는 용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진정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전에는 너무 당황했던 것 같다.지금 그녀의 뒤에는 용씨 일가가 있는데 주태오를 무서워할 필요가 있겠는가?주태오는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용수호, 강나리! 극악무도하고 양심 없는 짓을 그렇게나 많이 하고서도 후회가 뭔지 몰라?”“하하하하하.”용수호는 되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주태오를 보며 마음껏 비웃었다.“후회? 잘 들어, 주태오. 난 후회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5월 21일에 나리와 문해 호텔에서 약혼식을 올릴 거야. 아 참, 너도 올래?”주태오가 싸늘하게 말했다.“허, 중요한 날인데 당연히 가야지. 약혼 선물도 가지고 갈게.”“그래.”“기다리고 있을게. 설마 그때 가서 안 오는 건 아니겠지?”용수호는 코웃음을 치고 강나리와 함께 멀리 가버렸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