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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나리! 용수호!”

주태오는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두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다! 지금 눈앞에 나타난 두 연놈은 다름 아닌 강나리와 용수호이다.

고개를 돌려 주태오를 발견한 강나리와 용수호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눈빛에 당황함이 스쳤다.

“주태오, 아직 살아있었어?”

강나리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문득 알아차리고는 재빨리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말을 바꾸었다.

“파렴치한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돌아와?”

“왜 못 돌아와? 나 주태오가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지? 내 말 잘 들어!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너희 두 연놈이 얼마나 추악한지 사람들에게 다 알릴 거야.”

주태오가 싸늘하게 말했다.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강나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애를 썼다. 그때 용수호가 강나리의 말을 가로채고 냉랭하게 웃었다.

“나리야, 무서워하지 마. 사람들이 저 자식의 말을 믿을 것 같아?”

용수호는 조롱 섞인 표정으로 주태오를 쳐다보았다. 이젠 가식적인 연기도 귀찮은지 대놓고 건방을 떨었다.

강나리는 용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마음을 진정했다.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전에는 너무 당황했던 것 같다.

지금 그녀의 뒤에는 용씨 일가가 있는데 주태오를 무서워할 필요가 있겠는가?

주태오는 당장이라도 두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용수호, 강나리! 극악무도하고 양심 없는 짓을 그렇게나 많이 하고서도 후회가 뭔지 몰라?”

“하하하하하.”

용수호는 되레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주태오를 보며 마음껏 비웃었다.

“후회? 잘 들어, 주태오. 난 후회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5월 21일에 나리와 문해 호텔에서 약혼식을 올릴 거야. 아 참, 너도 올래?”

주태오가 싸늘하게 말했다.

“허, 중요한 날인데 당연히 가야지. 약혼 선물도 가지고 갈게.”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설마 그때 가서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용수호는 코웃음을 치고 강나리와 함께 멀리 가버렸다. 주태오의 말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고 그의 협박 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절대적인 실력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주태오가 와서 소란을 피운다 한들 어떠하랴?

그가 주태오를 모함해도 누가 감히 나서서 주태오의 편을 들어주겠는가?

그렇다! 용수호는 늘 이토록 오만방자하고 미쳐 날뛰는 사람이다.

주태오가 절망에 빠져 죽게 할 것이고 문해시의 모든 사람들에게 용수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여줄 생각이었다.

강나리는 하찮은 인간을 쳐다보듯 주태오를 힐끗 째려보며 침을 퉤 뱉었다. 어찌나 우쭐거리는지 그 기세가 하늘까지 치솟을 것만 같았다.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저리 나대? 주태오, 설마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웃겨 정말.’

...

주태오는 심호흡을 하며 살기를 가라앉혔다. 어차피 약혼식은 내일이기에 일단 약재부터 사서 부모님과 여동생의 병을 치료하는 게 급선무였다.

주태오는 몸을 돌려 약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던 직원은 주태오의 평범한 옷차림을 보고는 대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주태오가 입고 있는 옷 모두 의류 수거함에서 주운 것이라서 보기에 궁상맞은 건 사실이었다.

“어디서 온 거지이기에 우리 약국에 다 들어와? 경비!”

직원의 낯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더니 소리를 지르며 경비원을 불렀다.

“당신 지금 무슨 태도야? 손님에게 이래도 돼? 난 약을 사러 왔어.”

주태오의 표정도 잔뜩 일그러졌다.

“너 이 자식 잘 들어. 이 약국에 있는 약은 아주 귀한 약들이야. 몇 날치 약도 수백만, 수천만 하는 데 살 돈이나 있어?”

예쁘장하게 생긴 직원이 코웃음을 치며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이 약들을 준비해줘. 전부 최고로 좋은 거로.”

주태오는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미리 써놓은 쪽지를 건넸다. 지금 그의 임무는 약재를 사고 돌아가서 부모님과 여동생을 치료해주는 것이다.

“알았어... 어디 보자.”

여직원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두 손가락으로 주태오가 건네는 쪽지를 받고 대충 훑어보았다. 그런데 쪽지 내용을 확인한 여직원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냐하면 주태오가 사려는 약재들이 전부 매우 귀한 것이고 그 값어치가 적어도 4억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자식 너 일부러 소란 피우러 온 거야? 너 같은 거지가 이렇게나 많은 돈이 있다고?”

직원은 경비원을 불렀다. 그런데 경비원이 손찌검하려던 그때 문이 갑자기 열리면서 날씬한 몸매의 미녀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그녀를 보자마자 사람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직원은 바로 웃는 낯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아가씨가 여긴 어쩐 일로 왔어요? 지난번에 사가신 약은 다 드셨나요?”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양씨 일가의 큰아가씨 양채원이었다.

“네, 할아버지가 약을 다 드셨어요. 조금 더 지어줘요.”

양채원은 웃으며 말하다가 경비원이 주태오를 둘러싸고 있는 걸 발견하고는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왜 저 사람을 둘러싸고 있어요?”

“저 자식이 들어오자마자 약을 4억 원어치 사겠다지 뭐예요. 난동이나 부리려고 온 게 분명해요. 방금 내쫓으려 했는데 아가씨가 마침 들어오셨어요.”

여직원이 재빨리 설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태도가 이게 뭐예요? 심지어 내쫓으려고까지 했다니. 이 사실이 퍼져나가기라도 한다면 우리 집안이 앞으로 어떻게 장사해요?”

양채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에 주변의 여직원들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고 경비원들도 냉큼 물러갔다.

“다들 명심해요. 살 능력이 있든 없든 여기에 들어온 손님에게는 꼭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대해요. 지금 당장 이분께 사과드려요!”

양채원이 호통쳤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잘못했어요.”

직원들은 망설임 없이 허리 굽혀 사과했다.

“괜찮아요.”

주태오는 손을 흔들더니 더는 뭐라 따지지 않았다.

“저기 정말로 약을 사려 한다면 옆집 약국에 가보세요. 거기 약이 여기보다 훨씬 싸거든요. 이곳에 있는 약은 전부 귀하고 비싼 약이에요.”

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에요. 여기서 살 겁니다. 돈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쪽지에 적힌 대로 줘요.”

주태오는 고개를 내저었다. 가족이 먹는 약인데 당연히 가장 좋은 걸로 사야지.

그의 말에 양채원은 주태오가 체면 때문에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하여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옛날 처방을 상 위에 내려놓았다.

“약은 늘 짓던 걸로 지어요. 돈은 카드에서 결제하고.”

처방을 힐끔거리던 주태오는 뭔가 문제가 있음을 단번에 알아챘다. 만약 처방에 적힌 대로 약을 지어서 복용하면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

조금 전 양채원이 그를 위해 나서주었기에 주태오도 좋은 마음으로 귀띔했다.

“아가씨, 이 처방에 문제가 있어요. 만약 이대로 약을 복용한다면 아가씨의 할아버지는 아마 내일을 넘기지 못할 겁니다.”

그의 말에 양채원이 노발대발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할아버지를 끔찍이 아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내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주태오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결국 건드리고 말았다.

양채원은 주태오에게 손가락질하며 화를 냈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기나 해요? 감히 우리 할아버지를 저주해요? 당신이 뭔데 다짜고짜 이 처방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데요?”

그녀는 주태오가 이렇게도 형편없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 주태오에 대한 인상이 단번에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조금 전 괜히 도와줬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옆에 있던 직원들도 주태오의 말을 듣고는 분노했다.

“저 사람 혹시 아가씨의 관심을 끌어서 양씨 일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려는 속셈인 건 아니겠죠? 정말 자기 분수도 모른다니까요.”

“퉤! 아까 경비원더러 확 내쫓으라고 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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