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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주변 사람들이 욕설을 퍼붓고 마음껏 비웃어도 주태오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

“전 그저 아가씨가 마음이 착한 분인 것 같아서 좋은 마음에 귀띔해줬을 뿐입니다. 믿든 말든 그건 당신의 선택이고요.”

그러자 옆에 있던 직원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

“거지 주제에 잘난 척은. 당신 스승이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건데요?”

주태오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내 스승님의 존함은 소기중입니다.”

소기중은 신용파의 전 두목이자 주태오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하하하!”

그런데 주태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배꼽 빠져라 웃어댔고 눈물까지 흘릴 정도였다.

“허!”

양채원은 가뜩이나 불쾌했는데 그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확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웃었다. 조금 전 주태오의 스승이 어쩌면 거물일 수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를 했었지만 결국에는 듣도 보도 못한 무명인이었다.

주태오가 대체 무슨 낯짝으로 이런 큰소리를 치는지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계속 여기서 소란을 피웠다간 확 내쫓아버릴지도 몰라요.”

양채원은 주태오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태도에 주태오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요.”

그들이 그의 말을 꼭 믿게 할 필요도 없었고 그런 오지랖을 부리고 싶지도 않았다.

“흥! 더는 거짓말을 못 하겠으니까 이러는 거죠?”

직원은 주태오의 수작을 알아차렸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가족이 아프니까 급한 마음에 사기를 치려 한 거 맞죠? 당신 같은 사람 정말 많이 봤어요.”

사람들은 그제야 앞뒤 상황이 이해되었다. 주태오가 사기를 쳤다는 걸 확신하고는 더욱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주태오도 더는 밀어붙이지 않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했다.

“오늘 저녁에 이 약을 먹으면 10분 후에 어르신이 검은 피를 세 번 토하고 심장이 아플 겁니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나면 그땐 치료할 방법도 없어요.”

주태오의 말에 양채원은 더는 참을 수가 없어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자식아, 지금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는 거야?”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처럼 파렴치한 인간은 처음 봤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나 할아버지를 저주하다니!

그때 직원이 주태오의 약을 포장하여 가져다줬다. 양채원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총 4억인데 카드로 할 거야, 현금으로 할 거야? 이 돈을 지금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팔아도 2천만 원이나 밑지게 돼.”

그녀는 주태오에게 돈이 없다고 확신했다.

‘웃기고 있네. 입만 열면 거짓말인 사기꾼에게 이 많은 돈이 있을 리가.’

다른 사람들도 주태오가 웃음거리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고작 4억 가지고 왜들 이래요?”

주태오는 개의치 않아 하며 블랙 카드를 꺼내 4억 원을 긁었다.

양채원은 주태오의 카드가 한도가 없는 블랙 카드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 게다가 전 세계 한정판 카드였다.

“말도 안 돼.”

양채원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서야 입금되었다는 걸 믿었다.

주변의 직원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주태오에게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돈이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양채원이 주태오에게 이 카드를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주태오는 이미 결제를 마친 후 약을 들고 걸어 나갔다. 그녀가 뒤쫓아갔을 때 주태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아까 저 사람이 한 말이 전부 다 진짜는 아니겠지?”

주태오의 얘기를 떠올린 양채원은 불안감이 밀려왔다가 이내 다시 반박했다.

“아니야, 내가 잘못 본 걸 거야. 그냥 일반 은행카드였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할아버지도 지금까지 그 약을 드셔도 아무 탈이 없으셨어. 처방도 여러 명의 의사에게 확인했었는데 다 아무 문제 없다고 했어. 저 자식이 헛소리를 지껄인 게 분명해.”

심란한 마음과 함께 약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온 양채원은 할아버지 상태부터 살폈다.

침대에 누워있는 양천용은 병마와 수년 동안 싸웠지만 젊었을 적의 맹렬한 모습은 여전히 잃지 않았다.

“할아버지, 오늘 정말 화가 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어떤 놈을 만났는데 글쎄 할아버지를 여러 번이나 저주하지 뭐예요? 할아버지가 이 약을 마시면 내일을 넘기지 못한다느니 어쩐다드니,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기분이 울적해진 양채원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오늘에 있었던 일을 하소연하듯 전부 다 말했다.

“그런 헛소리는 듣지 마. 할아버지 아직 건강해.”

양천용은 양채원이 사기꾼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그저 웃어넘겼다.

옆에 있던 개인 주치의 유범수도 수염을 어루만지며 피식 웃었다.

“아가씨, 지금 이 사회가 얼마나 험악한데요. 어떤 사람은 그런 조급한 마음을 이용하여 사기를 친다니까요. 어르신의 건강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어르신께서 약을 조금만 더 드시면 훨훨 날아다닐 정도로 말끔하게 나을 거예요.”

주치의의 말을 듣고 나서야 양채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명의인 유범수의 말을 믿지 않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의 말을 믿으려 했다니, 생각만 해도 우습고 부끄러웠다.

그들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도우미가 달인 약을 가져왔다.

“자, 할아버지, 제가 먹여드릴게요.”

양채원은 약을 들고 양천용에게 조금씩 먹여주었다.

약을 다 마신 후 양채원은 시간을 확인했다. 혹시라도 주태오의 말대로 진짜 10분 후에 할아버지가 피를 토할까 조금 걱정된 건 사실이었다.

양채원의 모습을 보고 양천용이 말했다.

“채원아, 걱정하지 마. 이 약만 마시면 몸이 훨씬 좋아지는 게 느껴져.”

양채원은 그제야 완전히 시름을 놓았다. 아무래도 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아 참, 채원아, 내일 청룡 그룹 지사의 대표도 강씨 일가의 약혼식에 참석한대. 그리고 현장에서 투자를 받을 일가를 뽑는다고 했어.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돼.”

양천용이 말했다.

청룡 그룹은 용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금융 그룹이고 회사 자산이 수조 원에 달한다. 작은 지사의 대표라고 해도 문해시에서는 하늘 같은 존재이다.

양채원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투자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양씨 일가는 앞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룰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보니 어느덧 10분이 지났다. 그런데 그때 양천용의 표정이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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