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할 것 없습니다. 안씨 가문에 불과할 뿐입니다.”주태오는 정성해와 정우희를 힐끗 쳐다보면서 말한다.그로 놓고 말하면 이건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다.가기 전에 안청미가 던진 협박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네 따위가 뭔데?정성해와 정우희는 그런 주태오를 보더니 아무 말도 못 하였다.하지만 그들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청룡그룹은 팀부에 자리 잡고 있기에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고의협회를 배후로 한 안씨 일가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마 어려울 듯싶다. 그들은 청룡그룹이 주태오의 최대 안심처라고 생각해 왔었다.바로 이때 주태오는 약왕 전호경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보스, 상황이 안 좋습니다. 원자재를 운반하는 운수 팀이 고수의 저격을 받아 단시간 내에 도착하기 어려울 듯합니다.”전호경의 목소리는 다급하였다. 그도 많이 다친 상태다. “누가 그런 건지 알아냈어?”주태오의 기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방씨 일가의 3대 호법이 한 짓입니다. 저는 그들을 대적할 상대가 안 되고 신소훈이 제일 먼저 달려왔지만 그도 많이 다쳤습니다.”전호경은 속수무책이다. 방씨 일가의 보복이 갑자기 들이닥친 상황이다. 약품 원자재의 유입을 아예 끊어버렸다. 3대 호법은 지급 후기의 고수로서 일반인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손범수, 신소훈, 도기훈 세 사람이 항상 동행할 수도 없다. 상대도 이 약점을 알고 번번이 기습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알겠으니 일단 병원에 가서 치료부터 받아.”주태오는 말했다. “안 됩니다. 병원도 무슨 영문인지 저희의 출입을 통제해 버렸습니다.”전호경의 목소리는 더욱 불안해졌다. 수하들이 몇십 명이나 다쳤는데 치료를 받을 수가 없다.“이런 일도 있을 수 있어?”주태오의 눈에는 독기가 서려 있다. “안씨 일가에서 손을 쓴 모양입니다. 안씨 가문이 워낙 고의 협회랑 친분이 있는 사이라 그들이 지시를 내리면 그 어떤 병원이든 전호경 등을 받지 못합니다.” 정우희가 겁에 질린 얼굴로
한편 주태오는 돌아가는 길에 손범수에게 연락하였다.“범수야, 너는 육지성에게 연락하여 창호위사 한 부대를 보내 달라고 해.”손범수는 아연실색하면서 후들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면서 놀란 목소리로 묻는다.“창호위사 말씀인가요?”백호회는 부탄에서 10대 분회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 흑범회의 규모가 제일 작다.창호위사는 창호회의 정상급으로 최정예 인원으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각종 무술 병기와 고전 무술, 격투기를 정통하고 있다. 창호위사 한 부대는 30명이다.더 무서운 건 모든 창호위사는 전부 지급 실력 소유자이다. 이들이 연합한다면 천급 무인과도 대결할 수 있다. 주태오가 창호위사 한 부대를 징발하여 약재 운송을 하려고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가 지금 회장님께 연락해 창호위사 한 부대를 당장 파견해달라고 하겠습니다.”손범수는 후들거리는 가슴을 안고 말했다. 창호위사만 있다면 방씨 3대 호법은 제 발로 죽음을 찾으러 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라성 옆 모 비밀기지 내.갑자기 빨간색 경보기가 울렸다. 삑 삑 삑!귀를 찌르는 듯한 경보음이 울린다. 경계 등급 최상급을 대표하는 경보음이다. 경보 신호를 접수한 전 연라성이 발칵 뒤집히면서 명문 귀족들이 허둥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모든 연라성 명문 귀족들은 여기가 명성이 자자한 창호회 세력권인 것을 다 알고 있다.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구역이다. 여기가 바로 육지성의 세력이 존재하는 세력권이기 때문이다. 육지성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의 이름은 금기어이다. 전쟁터의 무적의 신이다. 수중의 백만대군은 전쟁터에서 천하무적으로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다. 이런 그가 부탄의 안전을 수호하고 있다. 굳이 보태자면 육지성의 명성은 업계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다. 그 누가 감히 이런 존재를 화나게 했을까?아수라장이다.전 연라성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모든 사람이 창호회 기지의 경보음이 울린 이유를 추측하고 있다.여기
양채원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고 입술을 깨물면서 말한다.“저는 몇백만 원어치밖에 안 받았다고요. 그리고 받은 제품은 이미 완판되어 절반 이상이 넘는 이윤을 남겼어요”양채원은 소량만 팔면 아무도 모를 줄 알았고 이렇게라도 주태오를 돕고 싶었다. 양호연은 펄쩍 뛰면서 포효한다.“이 미친년아. 이 이윤 때문에 우리가 방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된다는 건 왜 모르냐?”문해시에서 방씨가문은 곧 하늘이다. 특히 판매망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양씨 가문을 놓고 말하면 방씨 가문의 명령은 절대적이다.그 어느 가문도 거역할 수 없다.아니면 방씨 가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양호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방씨 가문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임을 확인한 양호연의 얼굴은 하얗게 질리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고 전화를 받았다. “양호연, 잘 있어. 참 잘하고 있단 말이야. 감히 대룡제약과 주씨제약의 제품을 판매했다면서.”전화기 저편으로 오만하고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천 형님,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양호연은 어쩔 바를 모르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방씨 가문이 이렇게 빨리 알아낼 줄은 몰랐다. “설명할 것 없어. 이후부터 양씨 가문의 이윤의 3퍼센트를 우리가 더 가져갈 거야. 아니면 너희는 죽는 길밖에 없어,”방한천은 방자하기에 그지없다. 양호연의 설명 따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뚜 뚜 뚜~전화가 끊기자 양호연은 휘청거리면서 하마터면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이윤의 3퍼센트를 더 뽑아간다면 양씨가문은 아무리 청룡그룹의 투자가 있다 하더라도 운영이 어려워진다. “푸훕!”양호연은 갑자기 피를 토하면서 앞으로 나뒹굴었다. 양호연은 머리가 하얘지면서 사고 기능을 잃어버린 듯하다.“아빠, 미안해요. 주씨 가문을 돕는 게 아니었어요.”양채원은 대경실색하면서 급히 양호연을 부축하였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양채원은 주씨 가문을 도운 것이 이렇게 큰 재앙을 불러올 줄 몰랐다 “어떻게 이런
“나왔다! 드디어 탈출했어! 하하하!”구름 위에 우뚝 솟은 용마 절벽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뒤흔들렸다.한 마리의 야수를 연상케 하는 주태오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와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고래고래 외쳤다.만약 일반인이 이런 광경을 목격했더라면 깜짝 놀라 기절했을지도 모른다.여태껏 생존자가 없기로 소문 난 용마 절벽에서 살아 나온 사람이 있다니!“무려 3년 만이야! 강나리, 그때 내 심장을 도려내고 용마 절벽에서 밀어버렸을 때 살아남을 줄은 상상도 못 했겠지?”주태오의 얼굴에는 살의로 가득했다.3년 전, 주태오는 부모님의 회사를 살리기 위해 8년 동안이나 사귄 여자 친구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강씨 일가의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으로 회전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하지만 상대방의 진정한 목적은 연라성 용수호에게 그의 심장을 이식하는 대가로 강씨 일가 첫째 딸 강나리가 재벌 집에 시집갈 기회를 얻어내는 것이었다.그러나 주태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심지어 절벽 아래에 있는 신용파 두목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졌다.신용파란 무엇인가? 무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테러 조직이다.이에 소속된 4대 세력 즉 청룡, 백호, 주작, 현무는 전 세계에 걸쳐 막대한 자산과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있다.설령 최강 암살 조직 또는 영웅호걸이라고 해도 신용파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려야 할 신세였다.오늘날 세상에서 최상위급에 해당한 존재라고 가히 칭할 수 있다.따라서 신용파라는 말만 들어도 다들 겁에 질려 간담이 서늘해졌다.그리고 절대 지존인 드래곤 하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도 자자했다.드래곤 하트를 손에 넣은 자만이 신용파를 장악할 수 있지 않은가!주태오를 발견한 신용파 두목은 아직 죽을 운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심지어 자신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이 바로 주태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체내의 드래곤 하트를 이식해 주고 그동안 연마한 모든 기술까지 남김없이 전수했다.“이제 배울 수 있는 건 전부 다 배웠구나. 다양
주서윤은 후회막급했다.“그때 엄마 아빠가 오빠를 강씨 일가의 데릴사위로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세상에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 다 있다니! 감히 오빠를 해코지했을 뿐만 아니라 강씨 일가 자산을 빼돌리고 몰래 야반도주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씌워? 심지어 멀쩡하게 잘살고 있는 사람을 무려 이 지경으로 만들어? 지난 3년 동안 엄마 아빠도 항상 후회하고 있었어. 설령 오빠가 도망갔다고 한들 원망하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본인들이 강요한 결혼이었기에 벌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했거든.”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주태오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꾹 참고 잠자코 듣던 주태오도 여동생을 꼭 안아주었다.“서윤아, 울지 마. 이제 오빠가 돌아왔으니까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할 거야.”사실 그때 부모님의 강요에 못 이겨 강씨 일가 데릴사위가 되어 해코지당했을 때 마음속에 응어리가 남아 있었지만, 여동생의 말을 듣는 순간 원망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아니야! 오빠, 얼른 도망쳐. 만약 강씨 일가에서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만 가!”이 말을 듣자 주서윤은 주태오를 밀며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그와 동시에 밖에서 자동차 엔진음이 들려 왔다. SUV 차 여러 대가 잇달아 멈춰서더니 목에 금목걸이를 한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내렸다.이 소리에 주서윤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오빠, 얼른 가라고, 빚쟁이들이 찾아왔어.”빚쟁이들은 대부분 문해시 불법 지대에서 출몰했고, 그중에서 가장 큰 조직인 흑범회를 등에 업고 악랄한 짓을 일삼아 하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만약 주태오를 발견하면 무차별 폭행할 게 뻔했다.“젠장, 이 미친년아, 돈 다 모았어? 오늘이 마지막 날인 거 몰라? 돈 안 갚을 거야? 너도 어디 한번 쓰레기 신세가 되어 볼래?”선두에 선 지저분한 수염의 사내가 네댓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걸어 들어왔다.그는 주서윤과 함께 있는 주태오를 보자 얼굴을 찡그렸다.“넌 누구야?”“네 알 바 아니야. 하
“눈 감고 심호흡해. 지금부터 몇 분 동안 모든 감각이 서서히 사라질 거야. 하지만 재생하는 과정이니까 조급해하지 마.”주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문이 벌컥 열렸다.“서윤아, 문은 왜 열어놓고 있어? 빚쟁이가 들이닥치면 어떡하려고?”남루한 차림의 중년 부부가 입구에 나타났는데, 구부정한 등에 쓰레기로 가득 찬 포댓자루를 업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두 사람을 발견한 주태오는 감전이라도 당한 듯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심지어 온몸이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부모님이 힘들게 살고 있을 거라는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이렇게 비참할 줄은 몰랐다.ZX 그룹을 운영했을 때만 하더라도 두 분이 얼마나 잘 나갔는가?지금은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했고, 불과 3년 만에 수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당신 누구야?!”조하영도 주서윤처럼 엉겁결에 뒷걸음질 치다가 겁을 먹은 듯 서둘러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주민국은 조하영의 앞을 가로막으며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더니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우선 진정하시고 제발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 새벽 3시부터 지금까지 쓰레기를 수거하러 다녔어요. 페트병을 엄청 많이 얻어서 아마 돈이 꽤 될 거예요. 한번 보실래요?”말을 마친 주민국은 안간힘을 써서 등에 멘 포댓자루를 내려놓았다. 이내 활짝 열고는 더러운 페트병과 파지류를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이 장면을 본 주태오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 눈시울이 붉어졌다.주민국은 오만하기로 소문난 상남자였다.ZX 그룹의 회장으로서 그동안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꼬리를 흔들며 구걸하는 강아지처럼 심지어 상대방이 누군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릎 꿇고 용서부터 빌고 있다니!지난 3년 동안 아버지가 대체 얼마나 비인간적인 고문과 학대를 겪었는지 가히 상상이 안 갔다.죄책감과 고통, 슬픔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아빠! 엄마! 저예요, 태오! 늦게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쿵’
밖에서 들리는 엔진음에 주민국은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내 겁에 질린 탓에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고, 황급히 주태오를 안으로 끌어당겼다.“망했어, 흑범회 사람이 찾아왔어.”조하영도 겁을 먹고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흑범회는 무려 문해시 불법 지대의 왕인지라 잘못 건드린 자는 하나같이 끔찍한 결말을 맞이했다.“아빠, 괜찮아요. 몇 명이 와도 감히 우리 가족을 건드릴 수가 없는 건 매한가지예요.”주태오가 콧방귀를 뀌었다.그가 있는 한 상대방이 수천, 수만 명이라도 털끝 하나 까딱하지 못할 것이다.“그게 무슨 헛소리야? 싸움은 머릿수에 밀리기 마련인데 흑범회에서 대체 몇 명이 왔는지 알아? 적어도 몇백 명은 된다고.”하지만 주민국은 주태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내 급히 주태오의 웃옷을 벗기자 완벽한 근육질 몸매와 가슴에 새겨진 흉측한 용머리 문신이 드러냈다.이는 주태오가 드래곤 하트를 이식받은 뒤 갑자기 나타났다.“얼른 내 옷으로 갈아입어.”주민국은 자신이 입고 있던 허름한 옷을 주섬주섬 벗었다. 본인을 희생함으로써 주태오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려고 마음먹었다.또한,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기도 했다.“엄마 아빠, 진정하세요.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대체 누가 감히 우리한테 손을 대는지 두고 볼 거예요.”주태오는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안 돼! 아들아, 얼른 돌아와. 엄마가 제발 부탁할게.”조하영은 초조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고, 주태오를 붙잡으려고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오빠! 미쳤어? 빨리 들어오지 않고 뭐해?”아연실색한 주서윤도 겁이 나서 이가 딱딱거렸고, 목소리마저 떨렸다.“망했어, 이제 끝장이야. 3년 만에 봤더니 왜 이렇게 건방지게 변했대?”주민국의 안색이 창백하기 그지없었다.한편, 문밖.빼곡히 들어선 검은 옷 사내들은 손에 각종 무기를 든 채 살기를 내뿜으며 눈앞의 쓰레기장을 노려보았다. 마치 하늘에 먹
누가 봐도 겁을 먹은 부모님의 모습에 주태오도 두 분이 더 놀라실까 봐 아무 말도 안 했다.“아무리 초라한 처지에 빠졌다고 한들 거짓말하면 쓰겠어? 남의 공로를 가로채거나 제 분수도 모르고 나대는 건 제일 잘못된 거야. 주태오, 나쁜 버릇은 바로바로 고쳐야 해, 알겠어?”주민국은 노발대발하며 주태오에게 호통쳤다.흑범회 손범수는 무려 누구인가? 그런 분이 어찌 주태오의 부하일 리가 있겠는가?만약 주태오의 부하라는 게 사실이라면 지난 3년 동안 오문덕 일당에게 이 지경까지 당할 필요도 없었다.오늘은 흑범회에서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서둘러 떠났을지도 모르기에 주민국은 주태오가 거짓말한다고 확신했다.“당신도 참, 그냥 넘어가. 태오도 우리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한 거겠지. 자, 다들 일단 집으로 들어가서 얘기해.”조하영이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하며 주태오를 끌고 집에 들어섰다.“엄마, 아빠, 제가 집을 비운 3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자금줄이 끊어졌다고 해도 파산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주태오가 물었다.주씨 일가의 자금줄이 끊겼다고 해서 폭삭 망하는 건 말이 안 되었다.당시 비상 상황을 대비해서 부모님께서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았는가?“휴, 말하자면 끝이 없어.”주민국은 착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지난 3년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줬다.알고 보니 회사 주주들은 일찌감치 강씨 일가에게 매수되었다.자금줄이 끊겼을 때 매수당한 주주는 그들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주씨 일가의 의약 관련 핵심 기밀을 강씨 일가에게 팔아넘기고 돈을 챙겨 뻔뻔스럽게 강씨 일가와 손을 잡았다.결국 주씨 일가의 제약회사는 완전히 망했다.주민국과 조하영이 준비한 모든 대안도 무용지물이 되었고, 되레 몇십억이라는 거액의 빚만 떠안았다.설령 모든 자산을 팔아도 전부 다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여전히 8억이 넘는 빚이 남아 있었다.더욱 괘씸한 건 강씨 일가에서 각종 판로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