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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응?”

주태오는 눈살을 찌푸리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다가갔다. 믿을 수 없는 속도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범수가 수십 명의 부하들과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주태오를 본 손범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털썩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백호회 10대 지회인 흑범회 회장 손범수가 보스께 인사드립니다.”

쿵쾅!

수십 명의 부하들은 충격에 빠진 나머지 눈알이 다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이보다 더 미친 짓은 없을 것이다.

불법 지대를 주름잡고 사람을 죽여도 눈 깜빡하지 않는 손범수가 한낱 젊은이에게 무릎을 꿇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가만히 서서 뭐 해? 이분이 바로 내가 평소에 계속 얘기했던 신용파의 보스시다. 보스를 봤으면 무릎 꿇고 인사를 올려야지?”

손범수가 고개를 돌려 호통쳤다.

“보스께 인사드립니다.”

손범수의 말에 수십 명의 부하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눈앞의 이 젊은이가 전설 속의 신용파 두목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저희 부하들이 이렇게 눈치가 없어요.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손범수가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괜찮아. 다들 일어나.”

주태오가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보스.”

손범수는 공손한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스, 실례인 걸 알지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옛 보스는 아직 살아계시나요? 자취를 감춘 지 벌써 수년이 지났어요.”

“이미 돌아가셨어. 내가 동남쪽에 묻어드렸어.”

주태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올려도 될까요?”

손범수가 슬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주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보스.”

손범수는 망설임 없이 동남쪽을 향해 다시 무릎을 꿇었다. 그의 뒤에 있던 부하들도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나와 함께 옛 보스께 절을 올리자.”

쿵쿵쿵!

손범수는 이마가 땅에 닿아 피가 흐를 정도로 진심을 다해 정중하게 절을 올리고는 손을 들어 맹세했다.

“저 손범수 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칼산을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해도 목숨을 다해 새 보스를 지키겠습니다.”

“마음은 알겠으니 그만 일어나.”

주태오의 말에 손범수 일행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문해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돕겠습니다.”

손범수가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 부모님과 여동생을 보러 왔어. 보다시피 너의 부하가 내 여동생의 다리를 부러뜨렸어. 흑범회의 이 구역 책임자는 지금 어디 있어?”

주태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지더니 무서운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주변의 기온마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살려주세요, 보스. 다 저의 불찰입니다. 여봐라, 지금 당장 오문덕과 오문덕의 부하들을 전부 데려와!”

겁에 질린 손범수는 또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돌려 매섭게 호통쳤다.

잠시 후 깜깜한 인파 속에서 다리가 부러진 오문덕과 부하들이 끌려왔다. 이미 맞아 죽은 양준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3년 동안 주태오의 부모를 괴롭힌 사람들이었다.

오문덕 일행은 손범수가 주태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정말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손범수는 문해시 불법 지대의 왕이고 수만 명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는데 부하 중에 무사가 수백 명에 달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도 엄청난 실력을 지닌 무서운 무사였다.

이렇게 문해시에서 명성이 있고 체면이 있는 무서운 존재가 한낱 젊은이에게 비굴하게 무릎을 꿇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이 젊은이는 대체 누구일까?

십여 명의 사람들은 겁에 질린 나머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보스, 3년 동안 이 구역을 책임지면서 보스의 부모님과 여동생을 괴롭힌 놈들은 전부 다 여기 있습니다. 마음대로 처리하십시오.”

손범수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보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오문덕과 부하들은 바지에 지릴 정도로 무서워했다.

“흥! 너희들이 배후의 진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가족을 다치게 했으니 전부 죽어야지.”

주태오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오문덕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한순간에 전부 즉사하고 말했다.

무서운 수단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기도 전에 싹 다 죽어버리고 말았다.

바지에 지릴 정도로 두려움에 떠는 오문덕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주태오가 오문덕의 목숨을 남겨둔 건 캐묻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였다. 그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전에 우리 집 문 앞에 둔 구리철사는 네가 버린 거야? 독을 던진 것도 너고?”

그의 질문에 움찔한 오문덕은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그런데 주태오가 또 손가락을 튕기자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그의 한쪽 팔을 부러뜨렸다.

“으악!”

밀려오는 고통에 오문덕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다 말할게요, 말하겠습니다. 강씨 일가 사람이에요. 강나리 아가씨가 저에게 시켰어요.”

“역시 강씨 일가였어.”

주태오의 표정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더니 오문덕을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

“보스, 이 일은 다 제 불찰이니 목숨으로 사죄하겠습니다.”

손범수는 이를 꽉 깨물고 칼을 꺼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주태오의 수단에 겁먹어도 단단히 겁먹은 그였다.

“잠깐! 넌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 또 옛 보스의 은혜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인 걸 보니 정이 아주 깊어. 이번 한 번은 용서하겠다.”

주태오가 손을 살짝 움직이자 손범수가 들고 있던 칼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고맙습니다, 보스.”

식은땀에 흠뻑 젖은 손범수는 단검을 내려놓고 주태오에게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

조금 전의 행동이 자신의 목숨을 살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의 그는 주태오에게 두터운 믿음이 생겼고 주태오의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하겠다고 다짐했다.

“명심해. 네 목숨은 내 것이야. 내가 죽으라고 할 때만 죽을 수 있어.”

주태오가 박력 있게 말했다.

“이 일은 일단 여기까지. 문해에서 가장 큰 약국이 어디야? 돈 좀 마련해. 약 사러 가야겠어.”

“가장 큰 약국은 양씨 약국입니다. 저에게 청룡 그룹에서 준 블랙 카드가 있는데 한도가 없어요. 그걸 쓰시면 돼요.”

손범수는 부하에게 카드를 가져오라고 했다.

“알았어.”

주태오가 카드를 건네받았다. 청룡 그룹도 그의 세력 중 하나였고 세계의 부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었다.

“저희가 보스 대신 약 사러 다녀올까요?”

손범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다. 너희들은 꼼꼼하지 못하고 의학도 모르잖아. 약에도 좋은 게 있고 나쁜 게 있거든. 그냥 내가 직접 다녀올게.”

주태오가 고개를 내저었다.

“다들 그만 물러가. 일이 있으면 다시 연락할게. 아 참, 애들 몇 명 남겨서 내 여동생을 지키라고 해.”

“네!”

손범수는 주태오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넨 후 부하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주태오는 문해시의 시중심으로 달려갔다. 도착하자마자 한 쌍의 낯익은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한창 웨딩 촬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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