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네 명의 머리에는 자루가 씌워져 있었지만 그들의 옷차림만으로도 한 명은 남자, 세 명은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중 두 명의 여성 중 한 명은 크고 한 명은 작았다.이 장면을 본 진도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김민식이 어디서 이 사람들을 데려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서 불길한 예감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자루가 씌워 진 사람들을 감시하는 이들은 최소한 대부경 1단계 이상의 실력을 갖춘 자들이었다. 그들은 이들 네 명을 끌고 김민식의 옆으로 다가갔다.김민식은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무릎 꿇어!”그중 앞장선 가면을 쓴 이가 크게 외쳤다.네 명은 전부 진도하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진도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며, 김민식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설마 이 사람들이 나와 관련이 있는 건가?’진도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청룡시에 온 이후로 그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모두 이 자리에 있거나, 남궁 장로와 독고 청의를 제외하고는 여기에 없었다.머리에 자루가 씌워 진 네 사람이 무릎을 꿇자 네 명의 가면을 쓴 자들이 각각 그들 뒤에 서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무기를 그들의 목에 댔다.네 사람은 즉시 목덜미에 닿는 차가운 감촉을 느꼈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으윽, 소리를 냈다. 그들의 입은 모두 막혀 있었다.동시에 가면을 쓴 이들은 그들의 검은 천을 벗겼다.그제야 진도하는 그들 네 명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그중 한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나이가 들어 보였고, 흰머리에 주름이 가득한 부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도하는 그들을 알지 못했다.남은 두 명의 여성은 한 명이 크고 한 명이 작았는데, 큰 여자는 하현진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작은 여자아이는 겨우 열 살 남짓해 보였다.하지만 이 자매도 진도하는 전혀 알지 못했다.그들은 으윽, 소리를 내며 눈에 눈물을 머금고 온몸을 떨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진도하의 뒤에서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아버지! 어머니!
진도하는 이들이 하현진의 가족임을 알고 난 뒤, 눈에서 분노가 뿜어져 나올 듯했다. 은소혜 또한 상황을 이해하고 칼을 들고 김민식을 노려보며 말했다.“어서 당신 부하들에게 하현진의 가족을 풀어주라고 해요!”김민식은 여전히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왜들 그렇게 서두르는지? 내가 그들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한 적이 있던가?”그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모두 진정들 해. 나는 단지 내 아들의 복수를 위해 여기에 온 것뿐이야. 복수가 끝나면 하현진의 가족을 당연히 풀어줄 거고.”여기까지 말한 김민식은 목소리를 높였다.“물론, 전제 조건이 있어. 너희들이 나와 협력해 줘야만 해. 협력만 한다면 하현진에게 절대 해가 없을 거야!”그는 잠시 멈추더니 다시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지만 만약 협력하지 않는다면, 그땐 저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를 탓하지 마.”김민식의 표정이 점점 더 잔인해지자, 하현진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네가 감히 저들을 다치게 하기라도 하면, 반드시 복수할 거야!”김민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현진, 네 가족을 죽일지 말지는 내 손에 달린 게 아니야. 너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하현진이 다시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진도하가 그를 막아섰다. 진도하는 하현진을 자신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진아, 걱정하지 마. 네 부모님은 내가 꼭 지켜낼 테니 날 믿어.”하현진은 그의 말에 차츰 진정하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은 겨우 참고 있었다.하현진을 진정시킨 후 진도하는 김민식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서려 있었지만 얼굴은 평온하게 일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물었다.“김민식, 당신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김민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미 여러 번 말했잖아. 난 내 아들의 복수를 하러 왔을 뿐이라고.”진도하가 소리쳤다.“복수를 원하면 나를 상대해! 내가 여기 있잖아! 대체 저들을 왜 끌어들였지? 저들이 네 아들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말해봐.”진도하가 물었다. 그는 지금 극도로 차분했으며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동시에 김민식을 향한 살의가 그의 전신에 가득했다.김민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별다른 건 없어. 지금 나와 함께 가기만 하면 저들을 풀어줄 거야.”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당신과 함께 갈게.”어차피 이 일은 진도하가 벌인 일이었고 하현진과 그의 가족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절대 그들을 끌어들이게 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김민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하지만 네가 나와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무슨 일인데?”진도하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는 김민식이 좋은 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김민식은 미소를 지으며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간단해. 네가 너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돼.”이 말을 듣자 진도하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꿈도 꾸지 마!”김민식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무공을 폐하지 않아도 돼.”그는 진도하에게 단검을 하나 던지며 말했다.“이걸 네 어깨뼈에 찔러 넣기만 하면 되지.”진도하는 단검을 받아 들고 한 번 살펴보았다. 그 단검은 온통 검은색이었으며 특히 단검 몸체에서 일정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이 단검이 일반적인 단검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진도하는 찌푸린 채로 물었다.“내가 찌르지 않으면 어쩔 건데?”쓱! 네 명의 가면을 쓴 자들이 동시에 칼을 힘껏 내리눌렀고, 하현진 가족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죽을 상황이었다.하현진은 그 순간, 눈에 핏발이 서며 가면을 쓴 자들을 노려보았다.“우리 부모님을 놔줘! 당장 놔줘!”그는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었지만 은소혜가 하현진을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하현진은 무력하게 땅에 주저앉았다.은소혜가 말했다.“진아, 걱정하지 마. 우리가 반드시 네 가족을 구해낼 거야. 조금만 진정해.”하현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소혜는 칼을 움켜쥐고,
비록 은소혜와 완벽한 호흡으로 동시에 움직이더라도 둘이 하현진의 가족을 다치지 않게 구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검이 그들의 목에 너무 가까이 있었고,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들은 틀림없이 행동에 나설 것이다. 이 때문에 진도하는 직접 구출을 시도하지 않았다.이 생각에 이르자, 진도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좋아. 당신 말대로 할게.”그 말을 들은 김민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래야지.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진도하는 김민식을 한 번 흘겨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검을 들었다.김민식이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어깨뼈를 반드시 뚫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진도하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단검을 어깨뼈에 꽂으려는 순간, 하현진이 뒤에서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형님, 그러지 마세요!”하현진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다급하게 외쳤다.진도하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하현진에게 말했다.“걱정 마. 난 괜찮아. 그저 칼에 한 번 찔리는 거야. 그걸로 네 부모님과 동생들을 구할 수 있다면 너무나도 이득이지.”하지만 하현진은 진도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그의 허리를 놓지 않았다.“안 돼요. 난 형님이 나를 위해 다치는 걸 원치 않아요.”하현진은 수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어깨뼈가 진도하에게 매우 중요한 부위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민식이 하현진 가족의 목숨을 담보로 진도하에게 어깨뼈를 찌르도록 강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진도하는 하현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위로했다.“정말 괜찮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그러나 하현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형님은 날 속이고 있어요!”하현진은 진도하의 허리를 놓지 않고 꽉 붙잡고 있었다.“차라리 내가 찌를게요. 이건 내 가족이니까 내가 해야 해요!”하현진의 눈빛은 불타오르듯 김민식을 노려보며 외쳤다.“내가 찌르면 되잖아? 두 개의 어깨뼈를 줄게!”김민식은 하현진을 한 번 훑어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네가 뭐라고 감히 끼어들어? 꺼
은소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민식과 진도하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에게로 향했다. 은소혜는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내가 이 일을 해도 되겠죠?”김민식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그런 터무니없는 말로 나를 속이려 하지 마. 진도하 대신 네가 하겠다는 거잖아? 그런 건 통하지 않아!”진도하 역시 서둘러 소리쳤다.“소혜야, 당장 진이랑 같이 저쪽으로 물러나! 내 일에 너희가 끼어들 필요 없어.”은소혜가 다시 말하려 하자 진도하가 덧붙였다.“너 진이 가족을 죽게 만들 생각이야?”이 말을 들은 은소혜는 망연자실했다.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던 그녀는 결국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인 채 하현진을 끌어당겨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하현진은 붉어진 눈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진도하는 손을 흔들어 그를 막았다. 이때 김민식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다.“진도하, 마지막으로 세 번을 셀게. 네가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로 저들을 가만두지 않겠어!”김민식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면을 쓴 네 명이 다시 하현진의 가족들 목에 무기를 바짝 들이댔다. 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분노로 치를 떨며 소리쳤다.“당장 그만둬! 내가 지금 바로 할 테니까!”하지만 김민식은 진도하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셋!”“둘!”바로 그 순간, 진도하는 주저 없이 손에 든 단검을 자신의 어깨뼈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가 만약 망설인다면 김민식이 하현진의 가족 전부를 죽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명은 죽여 자신을 압박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절대로 하현진의 가족이 다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망설임 없이 단검을 찔렀다.푹! 진도하의 어깨뼈가 단검에 의해 관통되었다. 뼈를 뚫고 전신으로 전해지는 날카로운 통증이 그를 엄습했다. 그는 즉시 체내의 기운을 동원해 어깨뼈의 통증을 줄이려 했지만 그 순간 단검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진도하는 놀라서 물었다.“이건 뭐지?”그러자 그는 단검에 어떤 진
김민식이 하현진의 가족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은소혜는 분노에 차올랐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진도하가 부상당한 지금, 혼자서 하현진의 가족들을 구출할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초조한 마음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진도하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미간을 찌푸린 채 엄청난 고통을 견디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상처 부위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은소혜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런데 진도하는 그 순간,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은소혜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은소혜는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신호를 보냈다.그 순간, 은소혜의 마음이 전에 없이 흔들렸다.갑자기 진도하가 입을 열었다.“김민식, 나를 데려가려던 거 아니었나? 가자.”김민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야지. 상황을 잘 파악했군.”그 말이 끝나자 김민식은 손짓으로 명령했고, 몇 명의 가면을 쓴 자들이 하현진의 가족들을 땅에서 끌어 올렸다.하현진의 부모님과 누나, 동생은 모두 겁에 질려 울먹이기 시작했다.가면을 쓴 자들 중 한 명이 그들을 거칠게 발로 차며 외쳤다.“또 울면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하현진의 부모님과 누나, 동생은 두려움에 떨며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공포만이 가득했다.이 모습을 본 하현진은 슬픔에 몸을 떨며 그들을 구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은소혜가 그의 팔을 꽉 잡고 있었다.그때 진도하는 가면을 쓴 자들을 향해 소리쳤다.“저들을 한 번만 더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어!”가면을 쓴 자들은 비웃으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너 지금 기운도 못 쓰면서 우리한테 큰소리치는 거야? 우리가 널 먼저 처리할 수도 있어.”진도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와봐. 어디 한번 해보자고. 네가 내 상대가 될 수 있는지!”지금 진도하는 기운을 다룰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가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에게는 많은 비장의 카드가 있었고, 용음
진도하가 하현진의 가족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김민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네가 얌전히 따라오면 저들을 확실히 풀어주지.”김민식은 진도하가 믿지 않을까 봐 덧붙였다.“믿어도 돼. 이번엔 진심이니까. 저들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야. 나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내가 왜 죽이겠어?”진도하는 사실 김민식이 하현진의 가족들을 풀어줄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시간을 끌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냉소적으로 말했다.“당신 말이 사실이길 바라.”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스승님, 도대체 왜 이렇게 늦으시는 거죠?’태초서원은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이미 남궁 장로에게 연락했으니 지금쯤 도착해야 했다. 그러나 남궁 장로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무슨 일로 발이 묶였거나 그가 보낸 신호를 받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진도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최악의 경우 나중에 기회를 봐서 용음검을 사용하면 될 테니까. 용음검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의 위력은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믿음이 있었다.이때 김민식이 조금 짜증 난 듯한 표정으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자!”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동시에 가면을 쓴 몇 명이 진도하를 둘러싸며 재촉했다.“빨리 가!”진도하는 태연하게 말했다.“가면 되잖아, 뭘 그렇게 재촉해?”가면을 쓴 자들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그를 공격하려는 듯했다. 진도하는 비웃으며 말했다.“뭐, 나랑 싸워보겠다고? 네가 나한테 손끝이라도 댈 수 있을 것 같아?”진도하의 자신감 넘치는 말투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에 가면을 쓴 자들은 잠시 주춤했다. 그 순간, 그들은 정말로 진도하를 건드리는 것을 주저했다.김민식이 화가 난 듯이 소리쳤다.“다들 그만하고 빨리 움직여!”김민식의 불쾌한 기색을 보자 가면을 쓴 자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진도하를 재촉했다.“대체 갈 거야, 말 거야?”“당연히 가야지.”진도하는 가면을 쓴 자들을 흘긋 보고는 앞으로 한
가면을 쓴 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발을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김민식과 다른 사람들까지도 모두 움직일 수 없었다.이 상황을 본 진도하는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마음속에 기쁨이 피어올랐다.“이게 무슨 일이야?”김민식은 화를 내며 외쳤다.“누가 장난을 치고 있는 거야?”그 순간, 한 인물이 김민식 앞에 나타났다. 바로 진도하의 스승, 남궁 장로였다.남궁 장로는 김민식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민식아, 오랜만이구나. 나도 몰라보겠느냐?”김민식은 남궁 장로를 보자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남궁... 장로님! 어쩐 일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허허... 내가 안 왔으면 내 제자가 자네한테 죽을 뻔하지 않았나?”남궁 장로는 평온한 얼굴을 유지했지만 그 표정 아래에 깊은 분노가 담겨 있음을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다.남궁 장로는 진도하가 영적 기운을 자신의 영패에 주입한 순간, 진도하에게 위험이 닥친 것을 감지하고 즉시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성급히 행동하지 않고, 진도하의 저택 근처에서 김민식 일행이 지나갈 길목에 절대 영역을 펼쳤다.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절대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 남궁 장로는 그들을 조종해 안전하게 김민식이 인질로 잡은 사람들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진도하가 걸어가면서 낯익은 느낌을 받았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남궁 장로의 절대 영역에 무의식적으로 들어온 것이었다.이제 진도하의 마음속에서 쌓였던 긴장이 모두 풀렸다. 반면 김민식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는 진도하를 찾아오기 전에 이곳의 상황을 철저히 조사했다. 남궁 장로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사람을 보내 주변을 봉쇄하기까지 했지만 남궁 장로가 결국 나타난 것이다.남궁 장로는 김민식을 흘끗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진도하에게 다가가 말했다.“넌 정말 바보구나. 저놈이 하라는 대로 다 하다니, 왜 날 기다리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