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퍽. 퍽.진도하와 은소혜는 대진, 소진과의 수백 번의 교전에도 불구하고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그들은 전투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분하고 전의가 불타올랐다. 다양한 기술과 전술이 끊임없이 펼쳐졌고 양쪽 모두 진지하게 싸움에 몰입했다.그러나 대진과 소진의 마음속에는 점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대부경 3단계 고수들인데 상대는 겨우 대부경 1단계였다. 그런데도 두 사람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그들의 자신감은 점점 흔들렸다.이처럼 강력한 대부경 1단계의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당황했고 전투는 점점 어려워졌다.휠체어에 앉아 있던 김승한도 이 상황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대진, 소진! 너희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겨야 할 거 아니야!”김승한의 목소리에 긴장이 고조된 대진과 소진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이제 끝내자!”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폭발하듯 방출되었다.진도하와 은소혜는 그 기운에 의해 멀리 밀려나갔다. 가까스로 자세를 가다듬은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은소혜가 입을 열었다.“진도하, 물러나 있어. 이 녀석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진도하는 잠시 망설였다.“혼자서 할 수 있겠어?”상대는 두 명의 대부경 3단계 고수였다. 진도하조차도 그들을 동시에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그가 자랑하는 ‘안전한 스타트’와 ‘귀환의 시간’이라는 검법을 사용해야 겨우 그들과 승부를 겨룰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반드시 이긴다는 확신은 없었다.하지만 은소혜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저놈들이 한 말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거야.”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소혜의 몸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은소혜의 기세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에는 영웅 같은 모습에 기품이 느껴졌다면 이제는 그 누구도 그녀를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무적의 기운이 온몸에서 넘쳐흐르고 있었다.그 광경을 본 진도하는 속으
“조심해!”진도하는 다급히 은소혜에게 외치고는 기운을 끌어모으면서 검을 단단히 쥐었다. 용음검에서는 희미하게 용이 꿈틀대는 듯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은소혜가 조금이라도 위험한 순간에 처하면 진도하는 바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은소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그녀는 대진과 소진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고작 이 정도야?”동시에 은소혜의 기세는 다시 한번 치솟기 시작했다.쾅.쾅.그녀의 기세는 한 단계씩 중첩되어 더욱 거대해졌고 어느덧 아홉 단계까지 겹겹이 쌓여 올랐다.이 순간 은소혜는 그야말로 전설 속의 여자 무신처럼 보였다. 그녀의 몸에서는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휘감았다.슉.은소혜가 한 발짝 앞으로 내디디자 땅이 울리고 하늘이 흔들렸다. 주위의 공기는 그 자리에서 불타오르듯 팽팽해졌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숨막히는 공포가 몰려왔다.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통스러워했고 하현진도 그 압도적인 기세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진도하는 재빨리 기운을 방출해 하현진을 보호했고 그제야 하현진은 다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대진과 소진은 은소혜의 변화를 보자마자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게 대부경 1단계의 기세라고?’그들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고 심지어 둘이 힘을 합쳐도 은소혜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러나 이미 활시위에 올린 화살처럼 멈출 수는 없었다.지금 대진과 소진이 들고 있는 검은 은소혜에게서 불과 30센티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이미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기운에 닿기 시작한 상태였다.“죽어!”대진과 소진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더니 동시에 외치며 검을 내질렀다.“덤벼!”은소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전신에 전사의 기운을 두른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칼이 그 순간 번쩍이며 내리쳐졌다.“열화전도!”은소혜가 외쳤다.그와 동시에 그녀의 칼날에서 뜨거운 불길이 솟아올랐다.대진과
“으아악!”대진과 소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수축했고 그들은 공포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기운은 이미 모조리 불타 사라져버렸다.이 순간 그들의 눈에는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공포로 가득 찼다가 점차 두려움과 경외심으로 변해갔고 마침내는 후회의 빛으로 물들었다.만약... 만약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은 절대로 김승한을 따라 여기까지 복수를 하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만약’이라는 건 없었다.쾅.은소혜의 열화전도가 마침내 땅을 울리며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마치 사자의 포효 같았다.그 순간 천지가 어두워지고 그들 앞의 공간이 크게 흔들렸다. 모든 것이 붉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여 그 안의 상황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저 불길에 휩싸인 장면만을 볼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그 중 유일하게 진도하만이 은소혜의 칼날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퍽.대진과 소진은 정확히 둘로 나뉘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은소혜는 마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칼을 거두었다.우르릉 쾅쾅.하늘과 땅이 잠시 이상 현상을 보이더니 이내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졌다. 주변의 공기도 점차 흐름을 되찾기 시작했다.은소혜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압도적인 기세도 서서히 사라져갔다.탁, 탁, 탁.은소혜는 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은소혜가 한 발짝 다가설 때마다 그들은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누구 하나 김승한의 휠체어를 밀어주려는 사람은 없었다.김승한은 놀라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야! 너희들! 당장 내 휠체어를 밀지 못해?”그러나 이 순간 누가 감히 나서서 휠체어를 밀어주겠는가? 은소혜가 이미 그들 앞에 다가왔다.김승한은 자신이 애지중지 키운 부하들이 더 이상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화가
퍽.김승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소혜는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붉은 손자국이 김승한의 얼굴에 선명하게 남았다.김승한은 순간 멍해졌지만 곧 분노로 눈빛이 불타올랐다.“네가 감히 나를 때려?”은소혜는 냉담하게 대꾸했다.“그래. 때렸어.”그녀의 눈빛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김승한은 이를 갈며 말했다.“내가 누구인지 정말 모르는 거야? 날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고는 있어?”그러자 은소혜는 갑자기 웃으며 되물었다.“그럼 넌 나를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고 있어?”김승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만만하게 외쳤다.“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우리 집안이 청룡성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나 있냐고?”“하하...”그 말에 은소혜는 더욱 크게 웃었다.김승한은 계속 소리쳤다.“우리 아버지는...”그러나 그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은소혜의 칼이 번뜩이더니 곧바로 김승한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시끄러워. 정말로 내가 널 죽일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은소혜는 칼을 거두고 더 이상 김승한의 시신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조용히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진도하와 하현진은 은소혜가 자신들의 곁을 지나가는 동안 충격에 사로잡힌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은소혜의 실력이 이토록 강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행동할 줄은 더욱 몰랐다.진도하는 그저 태초서원에 여자 무신이라는 존재가 있으며 그 여자 무신이 바로 은소혜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은소혜에게서 살기를 느낀 적은 없었고 그녀의 진정한 실력도 제대로 짐작하지 못했다.그러나 방금 대진, 소진과의 싸움을 목격한 뒤 그는 확신했다. 은소혜의 실력은 결코 자신의 수준을 밑돌지 않았다. 특히 그녀의 열화전도는 진도하를 놀라게 했으며 그녀가 ‘여자 무신’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자라는 것을 인정하게 만들었다.진도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만약 내가 소혜의 칼을 막아야 한다면 과연 내가 견딜 수
하현진은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진도하를 향해 눈길을 보냈다. 진도하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은소혜에게 다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살폈다.은소혜의 얼굴에는 의문만 가득했고 그녀의 눈빛에는 어떠한 살기나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몸에서 흐르는 에너지도 전혀 없었다.‘정말 소혜가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진도하는 다시 한번 은소혜를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방금 네가 싸웠던 걸 기억 못 하겠어?”그러자 은소혜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럴 리가 없는데. 최근에 나는 누구와도 싸운 적이 없어.”그녀는 대답을 마친 후에도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너랑 현진이 왜 이렇게 이상해? 밖에 나갔다 오더니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굴어?”진도하와 하현진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진도하는 믿기 어려운 듯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 못 하는 거야?”그는 은소혜가 어떻게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조금 전 그녀가 제일 먼저 나서서 김승한과 싸우지 않았던가?은소혜는 여자 무신처럼 적들을 물리쳤는데 지금 와서 기억을 못 한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은소혜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거짓말하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정말로 소혜가 기억을 잃은 건가?’그는 혼란스러워졌다.은소혜가 다시 말했다.“진짜로 너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줄곧 여기 앉아 있었단 말이야!”하현진은 그제야 말을 꺼냈다.“누님, 저랑 같이 밖에 나가요.”“밖에 왜 나가?”은소혜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가보면 알게 될 거예요.”하현진은 단호하게 말했다.은소혜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를 따라 나섰다. 진도하는 코를 문지르며 두 사람을 따라갔다.저택 밖으로 나간 그들은 하현진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은소혜의 시선은 그녀가 반으로 갈라버린 대진과 소진을 향했고 이어서 몸이 분리된 채 땅에 쓰러
은소혜는 잠깐 상황을 파악한 후 문 앞에 누워 있는 대진과 소진의 기운이 아직 남아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들이 대부경 3단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반면 목이 잘린 김승한은 수련자는 맞았으나 태서경조차 도달하지 못한 약한 존재일 뿐이었다.진도하는 은소혜의 말을 듣고 코를 문지르며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방금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들을 해치운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진도하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은소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소혜야, 내가 만약... 이 사람들이 전부 네가 처리한 거라고 말하면 믿을래?”그러자 은소혜는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게 말이 돼? 내가 그랬을 리가 없어! 나는 방금까지 줄곧 뒷마당에 있었어!”그녀의 반응을 보고 진도하는 거의 확신했다. 은소혜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은소혜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게다가 내 실력으로 어떻게 대부경 3단계인 저 둘을 상대할 수 있겠어?”진도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그는 은소혜의 말을 믿었고 더 이상 이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하현진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방금 은소혜가 그 모든 일을 해냈는데 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은소혜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 사람들은 누구야?”진도하가 대답했다.“이 사람들은 김승한과 그의 부하들인 대진과 소진이야. 어젯밤에 내가 김승한이 여자를 괴롭히는 걸 보고 혼을 내줬거든. 아마 그것 때문에 보복하러 온 것 같아.”“아, 그렇구나.”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하현진은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불안한 기색을 띠며 진도하에게 다가왔다.“형님, 혹시 이 김승한이라는 도련님이 청룡성 부성주 김민식의 아들이 아니에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 바로 그 사람 아들이
은소혜는 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자, 이제 그만 들어가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잖아.”그렇게 말하고는 은소혜는 뒤돌아 저택 안으로 향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현진과 함께 은소혜를 따라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바로 그때였다.타다다다 하는 발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진도하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은소혜와 하현진도 그 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를 든 수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저택 앞까지 다가왔다. 그들은 저택을 완벽하게 포위했고 이내 한 노인이 천천히 나타났다. 그는 60대 정도로 보였고 백발이었지만 여전히 기운이 넘쳐 보였다.그의 뒤에는 네 명의 가면을 쓴 남자들이 따르고 있었고 그들 뒤로는 긴 창을 든 병사들이 있었다. 병사들은 조금 전에 도망쳤던 김승한의 부하들을 끌고 있었다. 김승한의 부하들은 온몸이 채찍질 당해 피투성이였고 옷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그 노인은 천천히 김승한의 시체 앞에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차가운 살기를 내뿜으며 은소혜, 진도하, 하현진을 하나하나 노려보았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누가 내 아들을 죽였느냐?”진도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제가 죽였습니다.”은소혜가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 이제 진도하가 책임을 져야 했다. 어차피 김승한은 원래 그를 찾아 복수하러 왔던 것이니 그가 나서는 것이 옳았다. 게다가 이제 은소혜와 자신은 같은 배를 탄 사이였다.김민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진도하라고 했나? 대단하군. 네가 그 사실을 인정하다니.”진도하는 김민식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지만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제가 벌인 일인데 사나이로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그걸 피할 이유가 있겠습니까?”김민식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말은 참 잘하는군.”진도하는 속으로 의문을 품으면서 조용히 경계를 높였다
진도하는 가볍게 웃으며 맞받아쳤다.“정말요?”김민식은 자신도 모르게 조소를 띄우며 말했다.“내가 나이를 많이 먹긴 했군. 몇 년 동안 떠나 있었더니 이제 나 김민식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네.”그 순간 은소혜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김민식 맞죠? 복수하고 싶으면 그냥 덤벼요! 헛소리 그만하고!”김민식은 잠시 멍하니 은소혜를 바라보았다. 은소혜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말할 줄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내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반응했다.“여자 무신 은소혜인가?”“맞아요. 내가 직접 상대해 줄게요!”은소혜는 전혀 거리낌 없이 말했다.하지만 김민식은 여전히 화를 내지 않고 되려 말했다.“젊은 여자가 성격이 참 대담하군. 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구나.”그러자 은소혜는 놀란 듯 멈칫했다.“우리 엄마를 알아요?”김민식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진도하를 다시 바라보았다.“어떻게 할 거야? 결정을 내렸어?”“스스로 죽을 거야, 아니면 내가 도와줄까?”김민식은 여전히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그 말 속에는 결코 반박할 수 없는 위압감이 담겨 있었다.진도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그쪽이 대신 선택해 주시겠어요?”그는 김민식이 겉으로 드러내는 태도가 속마음과는 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노인의 속셈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더불어 진도하는 김민식이 어떤 수를 숨기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김민식이 어떤 경지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그의 뒤에 서 있는 네 명의 가면 쓴 자들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중 두 명은 대부경 3단계, 나머지 두 명은 대부경 4단계 정도였다.진도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김민식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자인지 시험해보려 했다.김민식은 진도하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넌 선택의 여지가 없을 거야.”“그렇습니까?”진도하도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이미 진도하는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약 질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