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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은소혜는 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

“자, 이제 그만 들어가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 없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은소혜는 뒤돌아 저택 안으로 향했다.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하현진과 함께 은소혜를 따라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였다.

타다다다 하는 발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진도하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은소혜와 하현진도 그 소리를 듣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기를 든 수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저택 앞까지 다가왔다. 그들은 저택을 완벽하게 포위했고 이내 한 노인이 천천히 나타났다. 그는 60대 정도로 보였고 백발이었지만 여전히 기운이 넘쳐 보였다.

그의 뒤에는 네 명의 가면을 쓴 남자들이 따르고 있었고 그들 뒤로는 긴 창을 든 병사들이 있었다. 병사들은 조금 전에 도망쳤던 김승한의 부하들을 끌고 있었다. 김승한의 부하들은 온몸이 채찍질 당해 피투성이였고 옷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노인은 천천히 김승한의 시체 앞에 다가가 떨리는 손으로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차가운 살기를 내뿜으며 은소혜, 진도하, 하현진을 하나하나 노려보았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누가 내 아들을 죽였느냐?”

진도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대답했다.

“제가 죽였습니다.”

은소혜가 방금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 이제 진도하가 책임을 져야 했다. 어차피 김승한은 원래 그를 찾아 복수하러 왔던 것이니 그가 나서는 것이 옳았다. 게다가 이제 은소혜와 자신은 같은 배를 탄 사이였다.

김민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진도하라고 했나? 대단하군. 네가 그 사실을 인정하다니.”

진도하는 김민식이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지만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벌인 일인데 사나이로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그걸 피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김민식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은 참 잘하는군.”

진도하는 속으로 의문을 품으면서 조용히 경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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