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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작가: 김평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25 19:00:00
진도하는 멈칫했다.

은소혜는 진도하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요?”

그러자 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그저 부탁한 일이 너무 간단해서 그러죠.”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진도하는 바로 물었다.

“이게 첫 번째 부탁이 맞는 거죠?”

“맞아요.”

은소혜가 망설임 없이 대답하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약속할게요.”

진도하가 약속하자 은소혜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그 정도는 돼야죠! 도하 씨가 약속을 지킬 거라 믿을게요.”

진도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은소혜를 자신과 함께 가게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 세 가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이상 그 약속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은소혜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진도하는 자신이 거절한다고 해도 그녀가 다른 방법을 써서 자신을 억지로라도 따라가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처음부터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 이제 그녀에게 해줘야 할 일이 두 개만 남았다.

진도하의 약속을 받은 후 은소혜는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태도도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녀는 진도하에게 말했다.

“도하 씨, 그때 돼서 몰래 빠져나가지 마요.”

“그럴 일 없어요. 나도 시험에 참여해야 하니까요!”

진도하가 말했다.

“그래요!”

은소혜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은소혜가 떠난 후 독고 청의가 진도하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도하 씨, 정말 대초로 갈 생각이에요?”

“네.”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래 고풍서원에서 돌아온 후에 독고 청의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럼 나도 갈게요.”

독고 청의가 말했다.

“좋아요. 말 안 해도 청의 씨를 초대할 생각이었어요.”

진도하가 미소 지었다.

원래 진도하는 고풍서원을 떠난 후 바로 대초로 향할 때 독고 청의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려고 했었다.

두 사람이 몇 마디 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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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하는 말했다.“청의 씨 생각을 말해 봐요.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보자고요.”“좋아요!”독고 청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내 생각엔 이 일을 덮으려면 더 큰 사건을 일으키면 돼요. 그러면 사람들은 그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은소혜 씨와 관련된 일은 자연스럽게 잊혀질 거예요.”독고 청의의 생각을 들은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거 좋은 생각이네요.”진도하도 독고 청의의 방법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독고 청의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지금은 더 큰 사건을 일으켜서 사람들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돼요.”“그럼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어요?”진도하가 물었다.“아직 모르겠어요.”독고 청의는 고개를 저으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도하 씨는 무슨 생각 있어요?”“없어요.”진도하는 독고 청의를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독고 청의는 그런 진도하를 보고 말했다.“됐어요. 이 일은 신경 쓰지 마요. 도하 씨는 그냥 마음 편히 쉬어요. 내가 알아서 해결할게요.”그 말을 마치고 독고 청의는 덧붙였다.“어쨌든 내가 이 일의 영향을 줄여 놓을 테니 걱정하지 마요.”“알겠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독고 청의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특히 독고 청의가 진지할 때는 더욱더 믿어야 했다.이 일은 일반 친구들끼리라면 농담으로 넘길 수 있겠지만, 진도하와 은소혜는 모두 주목받는 인물들이었기에, 독고 청의가 한마디 하자 사람들이 억지로 꾸며대고 과장하면서 소문이 퍼져 나갔다.그러면서 사실과는 완전히 멀어진 이야기가 되어 은소혜의 명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솔직히 은소혜는 이미 충분히 관대했다. 진도하가 그녀에게 세 가지 일을 해주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다.진도하는 독고 청의와 몇 마디 더 나눈 후 각자의 길을 갔다.진도하는 독고 청의와 헤어진 후 곧장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마자 하현진이 뒷마당으로 허둥지둥 뛰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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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도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현진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소혜 누님! 누님께서 저 안 혼낸다고 했잖아요! 약속했잖아요!”곧이어 얼굴이 붉어진 은소혜가 방에서 따라 나왔다.“하현진, 이리 와!”하현진은 자신이 은소혜를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도하 뒤로 숨으며 외쳤다.“형님, 저 좀 살려줘요!”은소혜는 바로 진도하 앞에 다가와 말했다.“비켜요.”진도하는 얼굴이 빨개진 은소혜를 쳐다보고 다시 겁에 질린 하현진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은소혜는 화난 표정으로 하현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녀석한테 물어봐요!”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하현진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하현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혜 누님이 방을 정리해달라고 해서 정리했는데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그래서 저를 혼내려는 거예요.”하현진은 일부러 억울한 척했다.은소혜는 하현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저런 것도 정리했다고 할 수 있어?”그리고 은소혜는 진도하를 더 노려보며 말했다.“도하 씨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봐요.”은소혜의 날카로운 눈빛에 진도하는 억울하다는 듯 코를 만지작거렸다.“이건 소혜 씨랑 현진이 사이의 문제인데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건데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진도하는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 하현진은 진도하가 방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은소혜에게 맞을까 봐 두려워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진도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멍해졌다. 그의 침대 위에 베개 하나가 더 놓여 있었다.‘어...’이 광경을 본 진도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현진은 은소혜의 방을 따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진도하의 방에 단지 베개 하나만 더 얹어놓은 것이었다.그러니 은소혜의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진도하는 하현진을 흘깃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하하... 너 혼나는 거 억울할 거 하나도 없어.”하현진은 억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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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현진이 방을 정리하는 동안 진도하는 은소혜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은소혜는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도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진도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은소혜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은소혜가 아직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도하는 은소혜의 성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항상 하현진을 혼내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태초서원에서 독고 청의가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친 그때조차도 은소혜는 크게 화내지 않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혹시... 은소혜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진짜로 화난 게 아니라,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이 생각에 진도하는 몰래 은소혜를 힐끔 보았다. 은소혜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말이 없었지만 얇은 베일 아래로는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썹은 편안해 보였고 몸도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점점 더 의심이 들었다.‘은소혜가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 그렇다면 목적은 무엇일까?’진도하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은소혜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진도하, 뭘 그렇게 쳐다봐?”은소혜도 슬쩍 말을 놨다.“아무것도 안 봤어.”진도하는 급히 부정했다.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노려보더니 말없이 돌아섰다.바로 그때 하현진이 방에서 뛰쳐나오며 말했다.“누님, 방 정리 다 됐어요. 한 번 와서 봐요. 마음에 드는지.”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본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간 그녀는 한참을 있다가 나왔다.“어때요? 마음에 들어요?”은소혜가 나오자 하현진이 달려가 물었다.“그럭저럭.”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은소혜의 대답을 들은 하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도하와 은소혜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형님, 누님, 이제 두 분은 좀 쉬세요. 저는 주방에 가서 식사가 준비됐는지 보고 올게요.”“그래, 다녀와.”진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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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 씨가요? 내 이름을 걸고 말이에요?”진도하는 주선우를 흘겨보았다.주선우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 가득한 모습을 보니 이 일에 꽤나 열을 올리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맞아요. 형님은 형님 할 일을 계속하면 되고 상고성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주선우가 말했다.“어쨌든 이곳은 항상 형님이 말하는 대로 될 거예요.”진도하는 그 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무엇보다도 그는 문득 자신의 조상, 진씨 가문의 창시자를 떠올렸다.스승님이 말하길 진씨 가문의 창시자는 원래 세계의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문파를 세웠고 그들이 이 세계에 도착했을 때 머무를 곳과 수련 자원을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지금 비록 자신이 조상처럼 높은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은 상고성에서라면 문파를 세우고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그러면 이주안, 현지수, 강고수 같은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게 될 경우 바로 상고성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일은 조금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그러자 주선우는 안절부절못한 듯 서둘러 말했다.“형님, 생각할 것도 없어요! 지금 형님의 대부경 5단계 실력으로 문파를 세우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더구나 이미 대부경 7단계 두 명을 넘어섰잖아요!”“하지만 수련 자원과 공법은 어디서 구할 수 있죠?”진도하가 물었다.문파를 세운다고 해도 중요한 건 공법과 자원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문파는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그러자 주선우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그건 다 준비돼 있잖아요.”그러고는 고문파의 대문을 향해 입술을 쓱 내밀었다.진도하는 그제야 주선우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는 고문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단전이 파괴된 고문파 사람들은 자신들의 짐을 챙겨 들고 차례차례 걸어나오고 있었다.주선우는 그들을 향해 외쳤다.“짐만 챙겨 나가. 공법과 자원은 모두 두고 가야 해. 알았어? 만약 몰래 가지고 나가는 걸 나한테 들키면 그땐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31화

    그 말을 들은 열몇 명의 수련자들은 더욱 두려워졌다.이때 문 밖에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자 수련자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곧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들은 다름 아닌 같은 문파의 동료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일흔 명이 넘는 동료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창백한 얼굴로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너희 단전이 파괴된 거야?”금세 누군가가 상황을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하지만 그 수련자들은 아무 말 없이 진도하와 은소혜를 비켜 지나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 광경을 목격한 나머지 수련자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비록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들은 동료들의 단전이 파괴된 것이 바로 진도하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진도하는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10!”“9!”“8!”세 개의 숫자가 떨어지자마자 그중 한 명이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가격했다.첫 번째로 나선 사람이 나오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자진해서 단전을 파괴하는 이들이 연달아 나왔다.결국 열몇 명 모두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그제야 진도하는 만족한 듯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은소혜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독고 청의와 주선우가 기다리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독고 청의가 물었다.“다 해결된 거죠?”“네, 해결됐어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주선우가 물었다.“그럼 저들을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거예요?”진도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냥 두죠.”비록 그들이 고천혁과 함께 악행을 저질렀지만 이제 그들은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굳이 끝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때로는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때도 있으니까.주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갑자기 흥분한 듯 진도하에게 말했다.“형님! 고천혁도 죽고 고문파도 거의 전멸했으니 이제 상고성에는 더 이상 문파가 없어졌어요.”“네?”진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30화

    그 한 마디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졌다.은소혜는 귀를 문지르며 속으로 생각했다.‘도하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구나.’문 앞에 있던 독고 청의와 주선우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도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진도하의 목소리는 고문파의 본거지에 울려 퍼졌고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수련자들이 장검을 들고 진도하 앞에 분노에 찬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그들 중 선두에 선 마흔 즈음의 중년 남자가 화난 표정으로 진도하를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고문파 앞에서 감히 고함을 치다니, 너 죽고 싶어?”그러자 진도하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고천혁은 이미 죽었어. 너희도 단전을 스스로 파괴하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그 중년 남자는 갑자기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미쳤어?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감히 여기서 그런 허튼 소리를 하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는 고천혁이 죽었다는 사실도, 다른 수련자들이 이미 단전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그는 진도하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바로 칼을 뽑을 듯한 기세였다.진도하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웃으며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너희 고문파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그와 동시에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넓혀 주변을 탐지했다.중년 남자는 대답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어서 나가! 안 그러면 우리 세 개 주성의 수장님이 돌아오시면 넌 반드시 죽을 거야!”그는 진도하와 은소혜가 풍기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고 자신이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그러나 평소 상고성에서 악명을 떨치며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이들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세 개 주성의 수장을 언급하며 그들을 위협하고 쫓아내려고 했다.이때 은소혜가 칼을 들고 중년 남자 옆으로 성큼 다가가며 말했다.“네가 말하는 ‘세 개 주성의 수장’이 고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9화

    그때 백발의 노인이 말했다.“길을 안내해드릴까요?”“좋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고천혁을 제거한 이상 고문파의 나머지 사람들도 빨리 처리해야 했다. 그들을 놓쳐서 도망가게 한다면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말했다.“어르신, 젊은 분 한 분만 보내주세요. 어르신께서 굳이 함께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백발의 노인은 진도하의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철수야, 네가 발도 빠르고 민첩하니 진 대사님을 안내해드려라.”“알겠습니다!”철수는 사람들 속에서 뛰어나와 신나게 말했다.“진 대사님, 저를 따라오시죠!”“가요!”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철수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철수 씨는 방향만 알려주면 돼요.”“알겠습니다!”철수는 곧장 대답했다.“이 길 끝까지 가서 왼쪽으로 꺾으면 됩니다!”철수가 방향을 알려주자 진도하는 환허보를 발휘해 고문파 본거지로 빠르게 향했다. 가는 동안 철수는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언제든지 토할 것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은소혜와 독고 청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단전을 자진 파괴한 고문파 수련자들이 진도하의 눈에 들어왔다.그들도 진도하를 보자마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우린 이미 단전을 끊었는데 왜 또 우리를 죽이려는 거야?”그들은 진도하를 두려워하며 물었다.그러자 진도하는 냉담하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나는 약속은 꼭 지켜.”“그런데 왜...”그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진도하는 대답하지 않고 철수에게 다시 방향을 물었다. 철수가 또 다른 방향을 가리키자 진도하는 곧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단전이 파괴된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사라지자 그제야 긴장을 풀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쳤고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만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상고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수련자들이 이제는 단전이 파괴된 폐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감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8화

    그 수련자는 눈빛이 흔들리며 혼란스러워졌다.진도하는 분노에 차 소리쳤다.“설마 나를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야?”고문파의 수련자들이 자진하여 단전을 끊고 있을 때 진도하는 자신의 감지력을 모두 풀어놓았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거짓으로 단전을 끊는 척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지금 진도하 앞에 있는 이 수련자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자신의 단전을 때리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기운을 모으지 않았고 피를 뱉는 척까지 했다. 그의 단전은 멀쩡했다.그 수련자는 복잡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바라보더니 침을 몇 번 삼키며 눈을 감았다. 이어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단전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번엔 진짜로 선홍빛의 피가 튀어나왔다.그제야 진도하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꺼져!”그 수련자는 단전이 파괴된 고통을 억지로 참고 비틀거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곧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단전을 스스로 끊고 떠났다. 그제야 진도하는 용음검을 거두었다.그는 뒤돌아 은소혜와 그녀 뒤에 있는 수련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는 사상자가 있어?”“사상자는 없지만 부상자는 몇 명 있어.”은소혜가 대답했다.조금 전 그들이 고문파의 수련자들과 싸울 때 은소혜는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고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바로 달려갔기 때문에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고 몇 명의 부상자만 나왔을 뿐이었다.“그래도 부상 당한 사람들은 이미 치료를 받았어. 지금 다들 몸 상태가 좀 허약할 뿐이지 큰 문제는 없어.”은소혜가 덧붙였다.그러자 진도하는 안도하며 품에서 약병을 꺼냈다.“이 약들은 내가 직접 만든 거예요. 수련에 큰 도움이 될 테니 모두 한 알씩 가져가요.”이들은 진도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그를 도왔기에 진도하는 그들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수련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어 이 약을 내놓은 것이었다.진도하는 약병을 가장 가까이 있던 수련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수련자는 약을 하나 꺼낸 다음 옆 사람에게 다시 약병을 넘겼다.바로 그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7화

    진도하는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한번 용음검을 뽑아들고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검 끝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살기가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압도했고 이에 모두가 침묵 속에 휩싸였다.‘어떻게 해야 하지?’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은소혜와 독고 청의를 비롯한 다른 수련자들이 모두 다가와 고문파 수련자들을 포위했다.그들의 숫자는 고문파보다 적었지만 그들의 전의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들은 무기를 움켜쥔 채로 고문파의 수련자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으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시간이 다 되면 진도하와 함께 일제히 달려들겠다는 것이다.“남은 시간은 50초.”진도하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렸다.고문파의 수련자들은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진도하의 검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죽고 싶지도 않았다.“내가 단전을 끊으면 정말로 날 살려줄 거야?”갑자기 누군가가 물었다.진도하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대부경 1단계의 수련자였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스로 단전을 끊는 자는 살려 보낼 거야.”“그 말 꼭 지켜.”그 남자는 그렇게 말한 뒤 손에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향해 내리쳤다.퍽.남자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단전의 파괴로 인한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난 가도 되는 거지?”“가.”진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첫 번째로 단전을 끊은 자는 몸을 돌려 휘청거리며 멀리 걸어갔다. 10미터쯤 걸어간 뒤 누구도 그를 쫓지 않자 그는 단전을 움켜쥐고 빠르게 거리 끝으로 도망쳤다.이 광경을 본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은 진도하가 정말로 그 남자를 놓아주었다는 사실에 더욱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다시 한번 말했다.“남은 시간은 이제 30초.”이 말을 듣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당황했다.퍽.또 한 명의 수련자가 기운을 모아 자신의 단전을 내리쳤다.“푸우...”그는 피를 뱉어내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진도하는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6화

    진도하의 영적 기운이 섞인 외침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다.은소혜와 다른 일행들, 그리고 고문파의 수련자들까지도 순간 멈칫하며 진도하를 바라보았다.진도하가 어깨에 메고 있는 고천혁을 보자 은소혜 일행은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진도하가 또다시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를 처치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진도하는 대부경 7단계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였다.반면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당황스러워했다.“우리 문주님이 죽었어?”“어떻게 문주님이 저놈을 이기지 못할 수 있어?”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고천혁이 다른 수련자들과 겨루는 모습을 여러 번 봐왔고 고천혁이 대부경 7단계의 수련자 앞에서조차도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었기 때문이다.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고천혁이 옥판을 꺼내 들면 그 즉시 상대는 가루가 되어 사라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엔 고천혁이 실패했다니.그들은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더 싸워야 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진도하는 고천혁의 시체를 땅에 던지고 고문파 수련자들을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고문파의 수련자들, 잘 들어라! 고천혁은 죽었어! 너희가 자진해서 단전을 끊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줄게!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맞이할 건 죽음뿐이니까 각오해!”진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고문파의 수련자들은 모두 침묵에 잠겼다.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드러났다. 단전을 자진해서 끊어야 할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 갈등에 빠진 것이다.그때 누군가 외쳤다.“우리를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단전을 끊으면 결국 죽을 운명 아니야?”진도하는 그 말을 한 이를 바라보았다.“음? 대부경 4단계군.”그 대부경 4단계의 남자는 고문파의 다른 수련자들을 향해 돌아서더니 외쳤다.“모두 속지 마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어쩌면 살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단전을 끊는다는 건 우리 목숨을 칼 위에 올려놓는 거나 다름없어요. 저놈들이 우리를 살려줄지 죽일지는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5화

    쿵.거대한 굉음이 울렸지만 이번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고천혁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설마 진도하 몸에 또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단 말이야?’그는 재빨리 진도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그 순간 진도하가 크게 외쳤다.“아아아!”이 외침은 매우 고통스럽게 들렸고 천지를 뒤흔들 듯했다. 고천혁은 그 외침에 영혼마저 뽑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다음 순간 한 줄기 빛이 진도하의 어깨뼈에서 튀어나왔다.퍽.그 빛줄기는 바로 고천혁의 가슴 앞에 닿았다.크게 놀란 고천혁은 생각했다.‘이건 또 뭐야?’그는 서둘러 옥판을 조종해 방어하려 했다.그리고 그제야 공격해 온 것이 뼈 한 조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곧바로 그 뼈 조각이 옥판과 충돌했다.쾅.두 물체가 부딪히며 엄청난 에너지가 폭발했다.끼익.옥판은 깨졌고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주변으로 흩어졌다.“젠장!”고천혁은 차가운 숨을 내뱉었다.옥판을 소유한 이후 그는 거의 무적이었는데 귀일경 이하에서는 그와 맞설 자가 없었다.옥판 덕분에 그는 상고성과 다른 두 주성의 문파를 멸망시키고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의 비장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났다니?고천혁은 얼어붙은 채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어두운 눈빛 속에 갑작스럽게 빛이 스쳤다.‘뭐지?’뼈 조각은 옥판을 부순 후 고천혁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였다.“오지 마!”고천혁의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졌다. 그는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그의 속도는 뼈의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쉭.뼈 조각은 고천혁의 호신 영기에 부딪혔다.쾅.고천혁의 호신 영기는 산산조각이 났다.“뭐야?”고천혁의 눈이 커졌다.뼈 조각은 여전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천혁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고천혁은 움직임을 멈췄고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슴에는 축구공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그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3초간 서 있다가 결국 땅

  • 수행 비서의 이중 신분   제1024화

    고천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옥판을 던졌다.옥판은 빠르게 회전하며 진도하와 고천혁 사이에 자리 잡았다.하지만 진도하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차피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가 있으니 이 목걸이는 귀일경의 전력을 막아낼 수 있었다.그러니 옥판의 힘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이 진도하가 가진 자신감이었다.진도하는 마음을 굳혔다. 만약 옥판의 공격을 막지 못한다면 바로 스승님이 준 비취색 목걸이를 꺼낼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순간 옥판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슝.옥판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쏟아져 나왔고 곧이어 검기와 영기가 진도하를 완전히 뒤덮었다.진도하는 반응할 틈도 없이 공격을 당했다.따다다다.그 빛줄기들이 빗방울처럼 진도하의 몸을 강타했고 그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천혁은 잔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옥판은 여전히 회전 중이었고 진도하의 호신 영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의 몸에는 상처가 끊임없이 늘어났다.진도하는 저항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상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죽음의 기운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진도하는 자신의 수명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피가 다 흘러나가기도 전에 그의 수명은 모두 사라질 듯했다.“아아아!”진도하는 크게 소리치며 억지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았다.다시 한번 호신 영기를 형성했지만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민했다.그러나 죽음의 기운에 압도당해 비취색 목걸이조차 꺼낼 수 없었다.이것이 옥판의 무서움인가? 고천혁이 3대 주성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건가?수많은 수련자들이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 순간 호신 영기는 다시 산산조각이 났다.끝없이 쏟아지는 빛줄기들이 진도하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왔다.푹. 푹. 푹.진도하의 몸은 점점 더 많은 상처로 가득 찼고 그의 영기도 계속 소모되었다.결국 진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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