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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진도하는 은소혜의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

“소혜 씨가 여기서 지낼 수는 없어요.”

“왜 안 되는데요?”

은소혜는 걸음을 멈추고 반문했다.

진도하는 은소혜가 자신의 비밀을 알아챌까 봐 직접적으로 이유를 말할 수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아무런 핑계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마지못해 말했다.

“소혜 씨가 여기서 지내면 사람들이 수군댈 거예요.”

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은 안 그러는 줄 알아요?”

진도하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금 태초서원의 사람들은 두 사람이 어젯밤을 함께 보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었으면 둘이 함께 서원으로 가는 걸 아침에 볼 리가 없다고들 했다.

이때 진도하는 속으로 독고 청의를 원망했다.

‘매번 쓸데없는 말을 해대더니 결국 나만 곤란해졌잖아...’

하지만 진도하도 알고 있었다. 그날 아침에 그와 은소혜가 태초서원에 같이 간 걸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은소혜는 진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물었다.

“왜 말이 없어요?”

진도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럼 도대체 얼마나 오래 여기서 지낼 생각인데요?”

“청의 씨가 내 명예를 회복해주거나 도하 씨가 약속한 세 가지 부탁을 다 들어줄 때까지요.”

“만약 남은 두 가지 일을 영영 생각해내지 못하면요?”

진도하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영원히 도하 씨 옆에 있을 거예요!”

은소혜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우리 둘이서 부부처럼 같이 사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진도하는 체념한 듯 말했다.

은소혜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지며 진도하를 노려봤다.

“도하 씨는 독고 청의 씨와 정말 똑같아요!”

그러자 진도하는 뻘쭘해서 웃었다.

사실 그는 일부러 이렇게 말해서 은소혜를 자극해 생각을 포기하게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은소혜는 더욱 결심이 굳어 보였다.

“내 명예를 두 사람이 망가뜨렸으니 당연히 도하 씨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진도하는 더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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