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러다 하현진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방에서 뛰쳐나오는 것을 보았다.“소혜 누님! 누님께서 저 안 혼낸다고 했잖아요! 약속했잖아요!”곧이어 얼굴이 붉어진 은소혜가 방에서 따라 나왔다.“하현진, 이리 와!”하현진은 자신이 은소혜를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도하 뒤로 숨으며 외쳤다.“형님, 저 좀 살려줘요!”은소혜는 바로 진도하 앞에 다가와 말했다.“비켜요.”진도하는 얼굴이 빨개진 은소혜를 쳐다보고 다시 겁에 질린 하현진을 한 번 더 바라본 후 의아해하며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은소혜는 화난 표정으로 하현진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녀석한테 물어봐요!”진도하는 고개를 돌려 하현진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하현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소혜 누님이 방을 정리해달라고 해서 정리했는데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그래서 저를 혼내려는 거예요.”하현진은 일부러 억울한 척했다.은소혜는 하현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저런 것도 정리했다고 할 수 있어?”그리고 은소혜는 진도하를 더 노려보며 말했다.“도하 씨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 봐요.”은소혜의 날카로운 눈빛에 진도하는 억울하다는 듯 코를 만지작거렸다.“이건 소혜 씨랑 현진이 사이의 문제인데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건데요...”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진도하는 결국 방으로 들어갔다. 하현진은 진도하가 방으로 들어가면 자신이 은소혜에게 맞을까 봐 두려워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진도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순간 멍해졌다. 그의 침대 위에 베개 하나가 더 놓여 있었다.‘어...’이 광경을 본 진도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하현진은 은소혜의 방을 따로 정리한 것이 아니라 진도하의 방에 단지 베개 하나만 더 얹어놓은 것이었다.그러니 은소혜의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진도하는 하현진을 흘깃 보며 비웃듯이 말했다.“하하... 너 혼나는 거 억울할 거 하나도 없어.”하현진은 억울한
하현진이 방을 정리하는 동안 진도하는 은소혜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은소혜는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도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이것이 진도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은소혜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은소혜가 아직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도하는 은소혜의 성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항상 하현진을 혼내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태초서원에서 독고 청의가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친 그때조차도 은소혜는 크게 화내지 않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혹시... 은소혜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진짜로 화난 게 아니라,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이 생각에 진도하는 몰래 은소혜를 힐끔 보았다. 은소혜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말이 없었지만 얇은 베일 아래로는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썹은 편안해 보였고 몸도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점점 더 의심이 들었다.‘은소혜가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 그렇다면 목적은 무엇일까?’진도하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은소혜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진도하, 뭘 그렇게 쳐다봐?”은소혜도 슬쩍 말을 놨다.“아무것도 안 봤어.”진도하는 급히 부정했다.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노려보더니 말없이 돌아섰다.바로 그때 하현진이 방에서 뛰쳐나오며 말했다.“누님, 방 정리 다 됐어요. 한 번 와서 봐요. 마음에 드는지.”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본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간 그녀는 한참을 있다가 나왔다.“어때요? 마음에 들어요?”은소혜가 나오자 하현진이 달려가 물었다.“그럭저럭.”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은소혜의 대답을 들은 하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도하와 은소혜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형님, 누님, 이제 두 분은 좀 쉬세요. 저는 주방에 가서 식사가 준비됐는지 보고 올게요.”“그래, 다녀와.”진도하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진도하는 은소혜의 얼굴과 그녀의 길고 가늘게 떨리는 속눈썹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은소혜의 얼굴은 갸름한 달걀형이었고 피부는 매끄럽고 투명했다. 그녀의 미간에서는 당당한 기운이 느껴졌고 긴 속눈썹 아래로는 크고 맑은 눈동자가 반짝였다.진도하는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다.“어쩌다 잠이 들었지...”그는 급히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의 당혹감을 감추려 했다.은소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밥 먹을 시간이야!”그제야 진도하는 눈앞에 놓인 나무 테이블과 그 위에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았다.“이렇게 빨리 준비된 거야?”진도하는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한 뒤 테이블 옆에 앉았다. 은소혜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때 하현진이 술병을 들고 달려왔다. 진도하가 깨어난 것을 보고 하현진이 말했다.“형님, 일어나셨네요.”“응, 깼어.”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갑자기 잠들어버린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 것이다.하현진은 재빠르게 그릇과 젓가락을 놓은 뒤 진도하와 은소혜에게 각각 술을 한 잔씩 따르며 말했다.“형님, 이거 소혜 누님이 직접 만든 음식이에요. 한 번 드셔보세요.”그는 진도하에게 젓가락을 건넸다.진도하는 젓가락을 받은 후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이거 누가 만들었다고?”하현진이 은소혜를 가리키며 말했다.“다 소혜 누님이 만든 거예요.”“정말?”진도하는 놀라서 은소혜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음식들 전부 네가 만든 거야?”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끔 쳐다보며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잠깐 비친 자부심을 진도하는 놓치지 않았다.진도하는 은소혜의 태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테이블 위의 여섯 가지 음식을 살펴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소혜가 요리를 할 줄 알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그리고 이 여섯 가지 음식은 외형적으로도 매우 훌륭해 보였다. 마치 그가 원래 세계에서 보았던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처럼
하현진은 머리를 다시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은소혜가 말했다.“어서 와. 이렇게 많은 음식을 우리 둘이서 다 못 먹어.”하현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그들은 함께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다. 하현진이 있어서인지 분위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현진은 아주 눈치가 빠르고 말재주도 있었다. 누님이라고 부르며 은소혜를 계속 웃기자 은소혜는 아까의 불쾌함도 잊어버린 듯했다.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하현진 이 녀석, 나중에 크게 될 거야!’술을 세 잔 마시고 은소혜는 살짝 취한 듯 흐릿한 눈빛으로 말했다.“오늘 정말 행복해!”그녀는 술잔을 들며 진도하와 하현진을 향해 말했다.“진도하, 하현진, 오늘 나랑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그녀가 이렇게 말할 때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드는 듯했다. 평소와는 달리 매우 부드러워 보였다.진도하와 하현진은 왜 은소혜가 갑자기 감상에 빠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와 술잔을 부딪쳤다.그 순간 달빛 아래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달콤한 미소가 가득했다.식사가 끝나자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그들이 함께 주방으로 그릇을 옮기고 설거지를 마친 후 하현진은 수련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서둘러 앞마당으로 돌아갔다.이제 뒷마당에는 다시 진도하와 은소혜만 남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의 즐거운 분위기는 갑자기 어색함으로 바뀌었다.두 사람은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마당에 앉아 있었다.한참 지나고 은소혜가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혹시 내가 가벼운 여자인 줄 알고 있는 건 아니지? 분명히 내 집은 바로 옆인데 굳이 여기 머물려고 하잖아.”진도하는 순간적으로 놀랬다가 급히 말했다.“아니야. 그런 생각 전혀 안 했어.”은소혜는 자신을 비웃듯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진도하는 은소혜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달빛이 그녀의 몸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진도하는 순간 멍해졌다. 그가 은소혜를 만난 지 고작 이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틀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그가 고개를 저으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은소혜가 갑자기 깔깔 웃었다.“하하, 농담이야. 넌 정말 겁이 많구나. 얼굴이 하얗게 질렸어.”진도하는 어색하게 웃고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중얼거렸다.“그랬어?”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끔 보며 말했다.“어머, 얼굴이 다시 빨개졌네?”“말도 안 돼!”진도하는 즉시 부정했다.은소혜는 천천히 진도하 앞으로 다가와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뜨겁고 강렬했다. 진도하는 작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그러자 은소혜는 웃으며 말했다.“지금도 인정 안 할 거야? 얼굴이 빨개진 걸?”진도하는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얼굴이 붉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그의 잘못은 아니었다. 은소혜가 너무 가까이 다가왔고 그녀의 따뜻한 숨결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녀의 뜨거운 시선이 진도하로 하여금 자꾸만 불필요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하하...”은소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난 네가 정말 무감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너도 얼굴이 빨개질 때가 있구나!”그 말을 끝으로 은소혜는 돌아서서 걸어갔다. 진도하 혼자 마당에 남아 얼굴을 붉힌 채 어쩔 줄 몰라 했다.은소혜가 방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진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어쨌든 고마워...”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했다.“고마워... 내 생일을 함께해줘서.”진도하는 깜짝 놀랐다.“오늘 네 생일이었어?”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오늘이 은소혜의 생일이라니...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이제 막 서로를 알게 된 사이였다. 그는 은소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생일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했다는 것을 떠올리자
진도하는 여자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자신이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도 몰랐다. 결국 그는 점원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그러나 몇 가지 목걸이를 살펴본 후에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어떤 것은 너무 촌스럽고 어떤 것은 너무 단조로웠으며 또 다른 것은 지나치게 화려했다. 요컨대 진도하를 만족시킬 만한 목걸이는 없었다. 이 상황이 진도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점원이 물었다.“손님께서는 어떤 스타일의 목걸이를 원하시나요?”진도하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기념할 만하고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목걸이를 원해요.”사실 이 대답은 별 의미가 없었다. 점원도 난감했지만 몇 가지를 더 소개했음에도 진도하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점원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친절하게 응대했다.진도하는 다시 물었다.“여기 가게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 있나요?”그는 백보각과 같은 가게에는 공개하지 않는 특별한 물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점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저희 가게에 귀한 물건이 하나 있긴 한데...”점원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진도하는 재빨리 끼어들었다.“부탁인데 한 번 보여주세요.”점원은 멈칫하다가 말했다.“알겠습니다.”그렇게 그녀는 진도하를 백보각의 가장 안 쪽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버튼을 눌렀다.그러자 벽에 있던 사각형의 장치가 작동하며 몇 번 회전한 후 유리 상자가 모습을 드러내며 눈부신 빛을 발했다. 그 순간 백보각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고 호기심에 차서 다가왔다.점원은 옆에서 설명했다.“손님, 이 목걸이는 저희 백보각의 가장 귀한 보물입니다. 전시용으로만 둘 뿐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하지만 진도하는 점원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유리 상자 속에 있는 목걸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은백색의 목걸이는 빛을 반사하며 아름답게 빛나고 아래에는 특별한 파란 보석이 담겨 있었다. 그 보석은 마치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목걸이는 고상하고 우아한 느낌을 주었다.
점원은 청년을 힐끔 쳐다보며 얼굴에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죄송합니다, 승한 도련님. 이 목걸이는 저희 백보각에서 판매하지 않는 물건입니다.”“판매하지 않는다고? 그럼 여기에 걸어둔 이유가 뭐지?”김승한은 눈에 분노를 띠며 점원을 노려보았다.점원은 미안한 듯 웃으며 말했다.“이건 저희 백보각의 규칙입니다. 각 지점마다 이런 보물이 하나씩 있으며 전시용으로만 두고 판매는 하지 않습니다.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점원의 설명은 분명하고 예의 바르긴 했지만 김승한은 여전히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백보각의 규칙? 오늘 내가 너희에게 이 도시에서 누구의 말이 규칙인지 보여주지!”그 말을 끝으로 김승한은 점원의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어서 너희 사장을 불러!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백보각을 박살 내버릴 테니!”점원은 그에게 따귀를 맞고 몸이 휘청거리며 비틀거렸다.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꼼짝도 못하고 그 장면을 지켜보며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김승한은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점원을 한 대 더 때렸다. 그리고 다시 크게 소리쳤다.“귀가 먹었어? 내가 너희 사장을 불러오라고 했잖아. 못 들었어?”점원은 얼굴을 감싸며 겁에 질려 말했다.“저...”점원이 한 글자를 꺼내자마자 김승한은 다시 손을 들어 점원을 때리려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점원은 눈을 꼭 감으며 두려움에 떨었다.진도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김승한의 손목을 잡고 힘을 주어 꽉 쥐었다.“으악!”김승한은 고통에 몸을 움츠렸다. 그 뒤에 있던 두 명의 시종은 주인이 진도하에게 제압당한 것을 보고 즉시 달려들어 진도하를 공격하려 했다.하지만 진도하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차례로 한 명씩 발로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들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며 배를 움켜쥐고 바닥에 쓰러졌다.그제야 술이 깬 듯한 김승한은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감히 참견하겠다는 거야?”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함께 진도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제발 서둘러 떠나세요.”그들은 모두 김승한에게 평소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까 김승한이 들어오자마자 모두의 얼굴빛이 변한 이유가 이제야 이해됐다.진도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괜찮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진도하는 백보각을 떠나려 했다. 은소혜에게 줄 다른 선물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그가 문을 향해 걸어가던 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손님, 잠시만요.”진도하는 의아해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아까 김승한에게 뺨을 맞았던 여점원이 다가와 말했다.“정말로 이 목걸이를 원하시나요?”“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처음부터 그 목걸이에 반해버렸지만 백보각에서 팔지 않는다는 말에 실망했었다.점원은 주저하며 말했다.“제가 저희 사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판매가 가능할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지만요.”그 말에 진도하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좋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여점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보각의 뒷마당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아직 문에 다다르지 않았는데 피곤한 표정의 뚱뚱한 남자가 뒷마당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여점원은 그를 보고 멈칫하며 말했다.“각주님...”그 뚱뚱한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비볐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아까 우리 가게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그가 물었다.여점원은 아까의 사건을 보고하였고 주변 사람들도 저마다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제야 전 각주는 대략적인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그는 진도하에게 다가가 말했다.“손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진도하는 괜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전 각주는 이어서 말했다.“손님께서 ‘은하수’라는 목걸이를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그 목걸이에 반해버렸고 은소혜에게 매우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전 각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사실 이 목걸이는 우리 백보각의 보물로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