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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하현진은 머리를 다시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은소혜가 말했다.

“어서 와. 이렇게 많은 음식을 우리 둘이서 다 못 먹어.”

하현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그들은 함께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다. 하현진이 있어서인지 분위기는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현진은 아주 눈치가 빠르고 말재주도 있었다. 누님이라고 부르며 은소혜를 계속 웃기자 은소혜는 아까의 불쾌함도 잊어버린 듯했다.

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현진 이 녀석, 나중에 크게 될 거야!’

술을 세 잔 마시고 은소혜는 살짝 취한 듯 흐릿한 눈빛으로 말했다.

“오늘 정말 행복해!”

그녀는 술잔을 들며 진도하와 하현진을 향해 말했다.

“진도하, 하현진, 오늘 나랑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그녀가 이렇게 말할 때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밀려드는 듯했다. 평소와는 달리 매우 부드러워 보였다.

진도하와 하현진은 왜 은소혜가 갑자기 감상에 빠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와 술잔을 부딪쳤다.

그 순간 달빛 아래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달콤한 미소가 가득했다.

식사가 끝나자 이미 밤 10시가 되었다. 그들이 함께 주방으로 그릇을 옮기고 설거지를 마친 후 하현진은 수련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서둘러 앞마당으로 돌아갔다.

이제 뒷마당에는 다시 진도하와 은소혜만 남게 되었다. 조금 전까지의 즐거운 분위기는 갑자기 어색함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마당에 앉아 있었다.

한참 지나고 은소혜가 갑자기 입을 열어 물었다.

“혹시 내가 가벼운 여자인 줄 알고 있는 건 아니지? 분명히 내 집은 바로 옆인데 굳이 여기 머물려고 하잖아.”

진도하는 순간적으로 놀랬다가 급히 말했다.

“아니야. 그런 생각 전혀 안 했어.”

은소혜는 자신을 비웃듯 미소를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진도하는 은소혜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달빛이 그녀의 몸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그녀를 더욱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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