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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하현진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당장이라도 도망치려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진도하는 하현진의 그 꼴을 보며 참으로 웃기다고 느꼈다. 은소혜처럼 이런 무신의 강력한 실력을 가진 인물이 하현진을 쫓으려 한다면 하현진이 집에서 도망칠 기회는 전혀 없을 터였다.

은소혜도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이제는 현진 씨를 어떻게 안 할 거예요.”

하현진은 그 말을 듣고서야 안심하며 조심스럽게 몇 걸음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은소혜가 ‘하지만’이라는 세 글자를 내뱉자 하현진은 즉시 경계심을 품고 다시 한 걸음 물러섰다.

“소혜 누님, 설마 약속을 어기려는 건 아니겠죠?”

은소혜는 ‘누님’이라는 말에 살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이제야 예의를 차리네요? 아까는 소혜 씨라고 부르더니. 심지어 그 여자라고도 했잖아요?”

그러자 하현진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누님,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다시는 함부로 말하지 않을게요.”

은소혜는 손짓하며 말했다.

“이리 와요.”

“먼저 약속해줘요. 저를 혼내지 않겠다고 하면 갈게요.”

하현진은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은소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알겠어요. 약속할게요. 현진 씨를 혼내지 않겠다고요.”

그제야 하현진은 조금씩 문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문 앞에 도착하고도 그는 여전히 은소혜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진도하의 뒤에 숨어 말했다.

“누님, 저 여기 왔어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다시 고개를 숙여 숨었다.

은소혜는 그런 하현진을 흘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뒷마당에 가서 방 하나 청소해 줘요. 그럼 이번 일은 더 따지지 않을게요.”

“알겠어요!”

하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 바로 갈게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뒷마당으로 달려갔다.

뒷마당으로 가던 도중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멈춰서서 혼잣말을 했다.

“설마 소혜 누님이 여기서 지내려는 건가?”

하지만 그는 그냥 생각만 했을 뿐 겁이 나서 은소혜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괜히 그녀를 다시 화나게 할까 봐서였다.

저택 문 앞에서 진도하는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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