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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1화

하현진이 방을 정리하는 동안 진도하는 은소혜에게 말을 걸고 싶었지만, 은소혜는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진도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것이 진도하를 더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은소혜를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은소혜가 아직 화가 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진도하는 은소혜의 성격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항상 하현진을 혼내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도 손을 댄 적이 없었다. 태초서원에서 독고 청의가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친 그때조차도 은소혜는 크게 화내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 들자 진도하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혹시... 은소혜는 이 모든 일에 대해 진짜로 화난 게 아니라,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

이 생각에 진도하는 몰래 은소혜를 힐끔 보았다. 은소혜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 말이 없었지만 얇은 베일 아래로는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의 눈썹은 편안해 보였고 몸도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본 진도하는 점점 더 의심이 들었다.

‘은소혜가 일부러 화난 척하는 걸까? 그렇다면 목적은 무엇일까?’

진도하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은소혜가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

“진도하, 뭘 그렇게 쳐다봐?”

은소혜도 슬쩍 말을 놨다.

“아무것도 안 봤어.”

진도하는 급히 부정했다.

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노려보더니 말없이 돌아섰다.

바로 그때 하현진이 방에서 뛰쳐나오며 말했다.

“누님, 방 정리 다 됐어요. 한 번 와서 봐요. 마음에 드는지.”

은소혜는 진도하를 힐끗 쳐다본 후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간 그녀는 한참을 있다가 나왔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은소혜가 나오자 하현진이 달려가 물었다.

“그럭저럭.”

은소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소혜의 대답을 들은 하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진도하와 은소혜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형님, 누님, 이제 두 분은 좀 쉬세요. 저는 주방에 가서 식사가 준비됐는지 보고 올게요.”

“그래, 다녀와.”

진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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