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너머의 한준우는 여전히 말이 없었고 그의 흐느낌 소리는 더욱 빨라진 듯했다. 이로 인해 진도하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진도하는 참다못해 목청껏 소리쳤다.“한준우, 도대체 뭔데 울지만 말고 빨리 말하라고!”그는 한준우가 몹시 걱정되었다. 그의 기억 속에 이번이 두 번째로 한준우의 울음을 마주한 것이었다. 저번에 한 번은 바로 얼마 전 그가 한준우의 집에 방문했을 때였다.그 외에는 언제 한 번이라도 한준우가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 너무 말썽을 부려 부모님께 호되게 맞았을 때에도 한준우는 절대 울지 않았었다.그는 지금 한준우가 왜 울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한준우가 여전히 말이 없자 진도하는 급하게 다그쳤다.“너 진짜 말 안 해? 안 하면 끊는다?”진도하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그제야 한준우는 울음을 그치고 입을 열었다.“나... 나 실연당했어.”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그제야 걱정하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는 한준우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당한 줄 알았더니 고작 실연당해서라니...그러나 진도하의 마음속에 실연은 작은 일 일지라도 한준우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일이었다.한준우는 흐느끼며 말했다.“내가 희정이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글쎄 걔가 다른 놈을 사랑한대.”이 말을 들은 진도하는 자신도 모르게 이 바보 같은 친구를 안타까워했다.자기의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운 것을 알면서도 욕하기는커녕 다른 놈을 사랑해 버렸다니.사실 진도하는 이 일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준우에게 말할 마땅한 기회를 찾지 못했었다. 예상 밖으로 그가 아직 기주에서 떠나기도 전에 한준우가 이미 저절로 알아 버렸다.진도하가 물었다.“어떻게 알았는데?”한준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며칠 전부터 희정이가 기주에 가서 무술 고수대회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거든. 그래서 내가 이번에 휴가를 내고 같이 가겠다고 했더니 걔가 글쎄 내가 일해야 한다는 이유로 가지 말라고 하는 거야. 지금까지 사귀며 한 번도 희정이
강유진도 같이 일어서며 말했다.“저도 같이 갈래요.”진도하는 강유진을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만약 자신이 그녀더러 따라오지 말라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기분 나빠하리라는 것을 알았다.게다가 진도하는 강유진에게 한준우를 도와줄 적절한 방법과 기회를 찾아달라고 부탁할 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두 사람은 나란히 저택을 나와 차를 타고 한준우가 있는 곳으로 갔다....기주도 호텔에 도착한 후, 진도하는 주차를 하고 강유진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호텔 문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길가에 앉아 자기 무릎에 얼굴을 기대고 있는 한준우를 보았다.“한준우?”진도하가 불렀다.한준우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들어 진도하를 향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왔어?”“그래.” 진도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준우 옆에 앉아서 물었다.“밥은 먹었어?”그리고 한준우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말했다. “아직 안 먹었겠지? 우리도 아직 안 먹었으니까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한준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둘이 가서 먹어. 난 지금 밥 먹을 기분이 아니야. 그냥 희정이가 빨리 나와서 나에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어.”진도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 생각엔 들을 가치도 없어. 유희정이 널 두고 이미 다른 사람을 선택했다는 건 결국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잖아.”강유진도 위로했다.“맞아요. 준우 씨, 현실은 원래 가혹한 법이에요. 때로는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죠.”한준우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저도 알아요. 하지만 희정이에게 직접 들어보고 싶단 말이에요. 나한테 대체 왜 그랬는지.”진도하는 짜증스럽게 말했다.“무슨 이유가 더 필요해? 유희정이 다른 자식을 선택했다면 아마 그 자식이 너 보다 돈이 더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이 말을 할 때 진도하는 얼마 전에 한준우네 집 밑에서 본 유희정의 낯짝이 떠올라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한준우는 유희정을 감싸며 말했다.“아니야
유희정은 친근하게 중년 남자의 팔짱을 끼고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입구에서 중년 남자는 유희정의 얼굴에 입맞춤하고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진도하는 빨리 보라는 듯 한준우의 발을 툭툭 찼다. 한준우는 진도하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한준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주차장 쪽을 바라보았고 유희정이 그 중년 남자와 친근하게 웃고 떠드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유희정!”한준우가 소리쳤다.유희정은 소리를 듣고 의아해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다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물었다.“한준우, 여긴 어쩐 일이야?”한준우는 유희정과 1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선 채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다.“유희정! 너 그놈이랑 무슨 사이야?”유희정은 여전히 중년 남자의 팔짱을 낀 채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 한 점 없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보면 몰라?”한준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유희정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너 대체 왜 그래?”유희정은 중년 남자의 팔을 내려놓고 자신의 팔짱을 끼며 한준우를 보며 되물었다.“네가 보기엔?”한준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유희정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물었다.“유희정, 나 엄청 노력했잖아. 아니야? 내가 도대체 너에게 못 해준 게 뭐야? 네가 나보고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시늉까지 했어. 네가 뭐가 갖고 싶다고 하면 난 최선을 다해 널 만족시켜 주려 했고,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날 속였어? 왜 날 배신하고 다른 놈을 만나는 건데?”말을 마친 한준우의 눈시울에는 눈물이 고였고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만약 네가 다른 놈을 사랑하게 됐다고 말만 해줬어도 난 더 이상 너에게 집착하지 않아. 그런데 왜 한마디 말도 없이 이러는 건데?”유희정은 팔짱을 낀 채 떳떳하게 말했다.“너 따위가 노력한다고 내가 쓰고 싶은 화
그는 유희정의 옆에 서 있는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이놈 나이도 많아 보이는데, 이미 결혼하지 않았겠어? 이놈이 너한테 진심일 거라 생각하는 거야?”유희정은 쌀쌀맞게 대답했다.“이 사람이 나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아무튼 너보다 백배, 천배는 나아!”말을 마친 유희정은 손에 있는 명품 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이 명품 백 보여? 자그마치 천만 원이야. 네가 반년 동안 일해서 아껴 먹고 아껴 써야 살까 말까 하잖아? 그런데 이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사줬어.”한준우의 얼굴색은 어설프게 변했다.유희정이 한 말은 사실이다. 이 명품 백은 아마 그가 6개월 월급으로 아껴 먹고 아껴 써야 겨우 살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살 수 있다고 해도 그는 망설였을 것이다.하지만 이런 게 사랑이란 말인가?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한준우는 유희정을 보고 말했다.“이놈을 선택한 이유가 고작 이 명품 백 때문이야? 만약 이놈이 이미 결혼했다면?”유희정은 한준우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듯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결혼했으면 또 뭐? 그냥 나에게 잘해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된 거야!”한준우는 이 말을 듣자마자 뒷걸음치며 유희정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이건 도덕에 어긋나는 짓이잖아. 넌 그냥 불륜녀란 말이야!”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처음으로 심한 말을 내뱉었다.한준우는 줄곧 유희정을 참한 여자라고 생각해 왔었지만 이제야 그녀의 본모습을 보았고 둘의 가치관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유희정은 실소를 터뜨리며 한준우의 앞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툭툭 짚으며 말했다.“불륜녀면 뭐 어때? 내가 원해서 하는 건데!”“넌 정말 수치스럽지도 않아?”한준우는 두 번째로 심한 말을 내뱉었다.유희정은 포복절도하도록 웃으며 말했다.“수치스럽다고 내가? 하하. 그래 불륜녀가 될지언정 너랑은 절대 싫거든. 수치스럽다고 해도 그건 나보다 네가 더하지 않을까?”한준우는 믿어지지 않는 듯 유희정을 바라보며
그 사람은 바로 강유진이었다. 강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유희정을 쳐다보며 말했다.“유희정, 당신 체면을 대체 어디 갖다 버렸어?”갑자기 뺨을 얻어맞은 유희정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유진은 또 한 번 그녀의 따귀를 후려쳤다.유희정은 자기 뺨을 부여잡고 물었다.“넌 뭐야? 네가 뭔데 감히 날 때려!”강유진은 싸늘하게 말했다.“너 같은 년은 맞아도 싸!”그리고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려 그녀의 따귀를 때리려 하였다.유희정은 재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가까스로 강유진의 날아드는 손을 피했다. 그녀는 한준우가 강유진을 들러리로 불러왔다고 생각했고 강유진의 뒤에 있는 진도하를 보고 나서는 확신했다. 바로 한준우가 그들을 불러 자신의 불륜 현장을 덮치려 한 것이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진도하를 지독하게 째려보며 말했다.“네가 한준우에게 일러바친 거야?”진도하는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유희정을 한번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유진은 유희정이 역겨운 듯 말했다.“네가 이딴 더러운 짓거리를 하고도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준우 씨가 영원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그녀는 유희정 같은 인간을 극도로 혐오한다. 솔로의 몸으로 이놈 저놈이랑 놀아나던지 할 것이지, 한준우랑 사귀고 있으면서 밖에서 딴 놈이랑 놀아나다니! 한준우를 얕잡아 보며 헐뜯는 걸 본 강유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유희정은 악에 받쳐 미간을 찌푸리고 소리쳤다.“오늘 일, 두고 봐! 너희들 절대 가만 안 둬!”강유진이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가만 안 두면 어쩔 건데?”유희정은 자신의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너희들, 내 옆에 사람이 누군지 알아?!”강유진은 마치 궁금하기라도 한 것처럼 능청스럽게 물었다.“이 분은 누구신데?”“이 사람...”유희정이 자랑스럽게 말하려던 찰나 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황급히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유희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손을 내리고 불같이 화내
“너 눈앞에 계신 분이 누군지 몰라? 해성그룹 강 대표님이야! 너 같은 게 감히 어찌할 수 있는 분이 아니란 말이야? 죽고 싶어 환장했어?”유희정은 자신의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서글픔이 극에 달했지만, 눈앞의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가 바로 해성그룹 대표 강유진이라는 것을 듣고는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그저 그녀는 한준우가 해성그룹 대표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강유진은 그들을 싸늘하게 쳐다보며 말했다.“하문석, 당신은 이미 결혼했잖아요. 그래 놓고 밖에서 불륜을 저지르며 다니나요. 오늘부로 우리 강씨 가문은 하씨 집안과의 모든 거래를 끊을 거예요.”하문석은 그녀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얼굴이 삽시간에 파랗게 질렸고 온몸의 지방들이 두려움에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는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이를 악물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털썩!하문석은 강유진의 옷자락을 붙잡고 애타게 사정했다.“강 대표님, 제발 한 번만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다시는 이 딴짓을 안 할 테니, 제발요. 제가 이렇게 빌게요. 제 아버지가 아시면 아마 제 다리를 분질러 버리실 거예요!”그는 강유진의 변함없이 싸늘한 표정을 보고 그녀가 쉽게 그를 용서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다름 아닌 유희정 이 빌어먹을 여자였다.생각을 마친 그는 황급히 말했다.“강 대표님, 저 진짜 맹세할게요. 당장 이 여자와도 끝낼게요! 그러니 제발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제 아버지를 봐서라도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 제발요!”강유진은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강유진은 지금 오로지 자신과 한준우의 화풀이를 하고 있을 뿐이었지 자신이 한준우를 대신해 그들을 용서하고 말고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다.상황을 살피던 하문석이 벌떡 일어서더니 유희정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그녀의 따귀를 사정없이 갈겼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바닥에 처박으며 말했다.“x발, 모든 게 다 빌어먹을 네년 때문이야! 당장 무릎 꿇고 강 대표님에게 사과드리지 못해?”유희정
강유진은 안하무인으로 하문석과 유희정 개 같은 연놈들을 바라보며 눈빛은 혐오로 가득 찼다.그녀는 싸늘하게 말했다.“당신들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한준우야!”강유진의 말을 들은 하문석은 그제야 문득 깨닫고 재빨리 한준우의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기어가 말했다.“형씨, 제발 강 대표님 좀 설득해 줘. 난 정말 유희정이 남자 친구가 있단 사실을 몰랐어. 그녀는 내 앞에서 자기가 솔로인 척했단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왜 미쳤다고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썼겠어.”한준우는 하문석에게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복잡한 눈빛으로 오직 유희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유희정은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자, 모든 죄를 자신에게 덮어씌우는 하문석을 증오가 서린 눈으로 흘겨봤다.“하하...”그녀는 자기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이 순간에서야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이 제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고 그만이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었음을 알았고, 하문석은 그저 더러운 돈 몇 푼 써가며 자신을 가지고 놀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정신을 차린 유희정은 한준우 앞에 무릎을 꿇고 애걸복걸하였다.“준우 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 정말 귀신한테 홀렸었나 봐. 아니면 정말 미쳤었나 봐. 제발 용서해 줘. 앞으로 다시 안 그럴게. 영원히 준우 씨만 사랑할게.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안 돼? 응? 자기 나랑 결혼할 거라고 했잖아. 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 거라고 했잖아. 설마 다 거짓말이야?”그녀의 말에 한준우는 마음이 조금씩 동요되고 있었다. 그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옆에 있던 강유진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분노했다.“유희정, 당신 낯짝이 왜 이렇게 두꺼워? 이제 와서 그런 염치없는 생각을 해? 제정신이야? 당장 꿈 깨!”강유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염치없는 사람을 많이 본 그녀였지만 유희정처럼 염치없는 년은 또 처음 본다. 도대체 한준우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자
한준우는 한 마디 한 마디 똑똑히 말했다.그는 헤어짐에 있어 상대방에게 무조건 말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돌이킬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서로에게 단 3일만 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유희정은 한 마디 이별 통보도 없이 하문석이랑 바람을 피웠고 이는 한준우에게 마치 수많은 화살이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을 안겨주었다.하지만 유희정은 그의 고통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해댔다.“준우 씨, 나 그냥 몸뚱이만 바람났을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준우 씨를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그리고 지금 무슨 세상인데... 몸뚱이가 바람 난 게 뭐가 대수라고 그래. 그냥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우 씨가 날 알았을 때 난 이미 다른 사람과 사귄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안 그래?”강유진과 진도하는 유희정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그야말로 정신이 붕괴해 가는 것 같았다.한준우 역시 믿을 수 없는 눈초리로 유희정을 바라보며 그녀가 이런 말을 꺼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희정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살가운 눈빛으로 한준우를 보며 말했다.“준우 씨, 진짜 이럴 거야?”한준우는 침묵했고 유희정이 계속 지껄였다.“한준우, 나 이 사람이랑 그냥 원나잇이란 말이야. 별 다른 일 없었다고 나 용서해 줄 거지? 나 앞으로 진짜 잘할게.”한준우는 여전히 침묵했고 유희정은 그가 계속 말이 없자 마지못해 말했다.“나 앞으로 준우 씨 괴롭히지 않는다고 맹세할게. 그리고 소파에서 자라고도 안 할게.”한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침내 입을 열었다.“유희정, 너 그만 가.”유희정은 한준우의 말에 얼이 빠져 있었다. 그녀는 한준우가 자신과 헤어지리라 굳게 마음먹은 것을 알고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다.하문석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일어서서 유희정을 잡아끌었고 그녀는 마치 걸어 다니